이주노동자 연좌제?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헌법 무시한 대한민국-베트남 외국인력 도입 MOU
▲ 베트남 출국전 귀국보증금 예치제도 규탄 기자회견 기자회견문 낭독 기자회견문 낭독 후 구호를 외치고 있는 외노협 회원들 ⓒ 고기복
시행 12년째인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난데없이 연좌제 온상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17일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과 따오 응옥 쭝(Dao Ngoc Dung)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 장관은 2012년 8월 이후 중단된 베트남 고용허가제 인력선발 재개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양해각서에는 지원자 선발 기준, 파견비용에 대한 정보 명시, 파견 규정 등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현장 적응력과 기술 습득력이 우수하여 국내 사업주들로부터 선호가 높은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의 국내 입국이 가능해졌다.
문제는 양국 정부의 양해각서가 우리 헌법이 금하고 있는 연좌제 내용을 담고 있다는데 있다. 한국과 베트남은 고용허가제에 따라 2004년 인력수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지금까지 베트남 이주노동자는 7만 명 넘게 고용허가제로 입국했다.
그런데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들의 미등록 비율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한국 정부는 2012년 8월 베트남 인력의 입국을 전격 금지시켰다.
이후 양국은 성실근로자에 한해 제한적 입국이 가능하도록 2013년말과 2015년 4월에 1년 기한의 한시적 특별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즉, 베트남 이주노동 희망자들은 그동안 고용허가제 지원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셈이다.
이에 대해 베트남 정부는 2018년까지 불법체류 감소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며 고용허가제 베트남 인력 송출 재개를 꾸준히 요구해 왔고, 우리 정부가 결국 화답했다.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가 제시한 불법체류 감소(2016~2018년) 대책 |
1. 출국 전 파견 근로자에 대해 귀국 담보금을 징수한다. 2. 파견근로자를 관리 지원하기 위한 사무소를 설치한다. 3. 권한 있는 각 지방 기관 및 단체가 파견근로자의 가족과 지인이 근로계약 위반 및 불법체류 파견근로자를 설득하게 하여 귀국을 종용한다. 4. 양국 기관 협동으로 불법체류 근로자에 대한 귀국 상담을 하고 캠페인을 벌인다. 5. 파견근로자의 베트남 귀국 후 구직활동을 지원한다. 6. 근로계약 위반 및 불법체류 등 관련법 위반자에 대해 처벌한다. |
양국 정부가 체결한 양해각서 부속서류에 따르면, 불법체류율이 35% 이상인 송출 지역 10개 성의 44개 군·현 거주자들은 고용허가제로 입국할 수 없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직계비속이나 형제자매·배우자도 마찬가지다.
고용허가제 인력송출에 필수인 한국어시험 응시를 아예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금년 말 기준으로 불법체류율이 높은 지역들을 대상으로 2017년 선발 제한 명단에 추가한다고 한다.
양해각서는 응에안·딴호아·하노이·하이쭝·꽝빈 등 주요 외국인력 송출지역을 망라하고 있다. 베트남 최대 경제도시인 하노이 600만여 명의 시민들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한국에 불법체류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해외취업 기회 자체를 박탈당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연좌제 논란이 일자, 고용노동부는 '베트남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베트남 정부는 인력송출을 재개하기 위해 무리한 정책들을 계속해서 내놓았고, 그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아 왔다. 가령, 2013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을 앞두고 제기되었던 이주노동자 출국 전 보증금 예치 제도는 대표적인 예다.
출국 전 귀국 보증금 예치 제도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으로 오는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1억동(약 520만 원)을 귀국 보증금으로 예치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는 박 대통령 국빈 방문을 기하여 한시적 특별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시행되었고, 당시 '현실성도 없고, 이주노동자의 고통만 가중시키는 조치'라며 비난을 자초했다.
출국 전에 귀국 보증금을 예치하라는 것은 과도한 송출비용을 줄여서 송출비리를 근절하겠다는 고용허가제 도입 취지에도 맞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고용허가제 갱신 조건으로 고용노동부는 송출국으로 하여금 고액 귀국 보증금을 책정토록 했다.
이는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비판받던 산업연수제보다 더 악한 외국인력 제도의 탄생을 알린 셈이다. 제도의 퇴행이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었다.
관련 단체들은 송출비용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송출과정의 투명성 확보와 고용허가제 개선 등을 통해 불법체류율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허락하고, 근로계약 만기자에 대해서는 성실근로자라는 선별적 제도가 아니라, 보편적으로 재입국에 대한 우대사항 등을 두는 식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억압과 통제가 아닌 인센티브를 통한 귀환 프로그램 마련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임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고 시민단체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헌법을 무시한 베트남과의 외국인력 도입 MOU 체결과 그에 따른 인력 도입이 현실화되기 전에 시정하는 것의 역사의 퇴행을 막는 길임을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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