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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천연기념물 감전사, 전신주 지중화해야

8월에 이어 10월 또 사고, 황새들에게 전신주는 지뢰와 같아

등록|2016.10.06 11:01 수정|2016.10.06 11:09
"새가 안전하지 못하면 사람도 안전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사고, 경주지진, 어떤가요, 모두 사람의 안전이죠! 안전은 상대 배려에서 출발합니다."

황새 복원을 하고 있는 황새생태연구센터 박시룡 교수(이하 박 교수) 말이다. 10월 1일 오후 2시 반경 황새가 예산 황새마을의 전신주에 감전되어 죽었다. 지난 8월 죽음에 이어 두번째다.(참고 기사 : 전깃줄 때문에 천연기념물이 죽어나간다.)

전신주에 죽어 있는 황새황새가 쓰러져 있다. ⓒ 박시룡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 텃새이자 마을을 지켰던 황새는 이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이번에 목숨을 잃은 황새는 20년을 공들여 복원과정을 진행한 새이다. 지난해 예산황새마을이 개장하고 방사한 황새의 잇따른 죽음은 관심과 배려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이다.

전기스파크로 탄 황새 날개황새날개가 감전으로 인해 탔다 ⓒ 박시룡


황새는 날개가 길어 전신주에 내려 앉을 때 다리와 날개가 두 선로에 동시에 닿아 죽었다. 황새마을 주민의 진술에 따르면 전신주 위에 착지하는 순간 날개 한쪽에서 불빛과 함께 펑소리가 났다고 한다. 전신주 지중화나 전신주에 앉지 못하게 하는 노력이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다.

사고를 당한 황새 암컷은 올 4~7월 새끼 2마리를 낳아 정성껏 길렀다고 한다. 홀로 남은 수컷은 이제 홀로 여생을 보내게 될 것이다. 일부일처로 한번 짝을 맺으면 잘 짝을 바꾸지 않는 황새의 습성 때문이다.

박 교수는 전신주가 황새들에겐 DMZ에 있는 지뢰와 같다며, 지금 방사된 황새들도 이 전신주 지뢰에 죽는 건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이번 사고로 "오늘부터 한반도 야생에 황새 방사는 모두 중지한다!"고 선언했다.

재개가 언제 이루어질지 모를 일이다. 지뢰밭에 황새를 방사하는 것은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유럽 선진국들은 두 선로를 1미터 이상 띄워 큰 조류의 날개가 닿지 않게 배려를 해주고 있다. 한전은 최근 누진제 논란과 사원들의 외유성연수가 문제가 되었다. 돈이 없어서 전신주 이설이나 지중화를 못한다는 것이 핑계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겨울철에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 황새들은 전신주에 올라가는 경우가 드물다. 황새는 오래되고 높은 나무를 선호하지만 그런 나무가 없다. 때문에 사람이 만든 위험한 구조물을 사용하다 변을 당할 수밖에 없다. 황새들이 서식할 수 있는 수목을 식재하고 보전하는 것 역시 지금 황새마을에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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