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있다"→ "없다" → "파기했다" 경찰 '백남기 상황속보' 오락가락

[국감-안행위] 김정우 의원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호통, 경찰청장 "증거인멸 아냐"

등록|2016.10.06 13:44 수정|2016.10.06 15:14

질끈 감은 이철성 경찰청장이철성 경찰청장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경찰청이 고 백남기 씨에게 물대포를 쏜 민중총궐기 당시(2015년 11월 14일)의 상황속보(보고) 유무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황속보'란 각종 집회·시위 등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 현장 상황을 경찰 내부에 시간대별로 전파하는 내부 보고서를 말한다.

▲ 경찰청의 국정감사 사전답변서 ▲ 이철성 경찰청장의 국정감사 답변 ▲ 경찰이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 사이의 모순이 6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를 통해 확인됐다.

경찰청은 이날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사전 답변서를 통해 "(민중총궐기 당시) 30분 단위 상황속보를 작성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의원은 경찰이 지난 5월 9일 법원에 제출한 문서를 공개하며, 경찰청의 답변이 허위라고 지적했다.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백남기씨가 물대포를 맞은 것과 관련해 "일반적으로 30분 단위로 작성되는 상황속보(20:30 기준으로 작성된 19보까지)에서도 언급이 없었고, 21:00 기준으로 작성된 상황속보 20보에서 비로소 언급되기 시작했다"라고 진술했다. 즉 당시 상황속보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청장은 "당시 보고는 열람 후 파기해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해 문제를 일으켰다. 5월까지 존재했던 상황속보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바뀌었고, 갑자기 또 존재했으나 "파기된 것"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김정우 "경찰-서울대병원 관계 의심", 이철성 경찰청장 "억측"

▲ 지난 5월 9일 경찰이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왼쪽)와 지난 5일 경찰이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오른쪽). 왼쪽에는 경찰이 고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은 민중총궐기(2015년 11월 14일)에서 상황속보가 있었다고 진술한 내용이 나오지만, 오른족에는 상황속보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 김정우 의원실


이 청장의 "파기했다"는 답변에 김 의원은 "지금 파기했다고 했나?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라고 항의했다. 이어 김 의원은 안전행정위원장 석을 향해 "(이 청장의) 말이 바뀐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 위증으로 조치해달라"라고 요청했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간사)도 "소중한 세금으로 채증 장비를 사들이고, 권력을 가진 경찰은 근거를 남겨야 한다"라며 "증거인멸이다. 상황속보를 어떤 법적 근거로 폐기하는지, 그 근거를 대보라"라고 지적했다.

이 청장은 "증거인멸이 아니다"라며 "내부 규칙상 일반 상황속보는 읽고 바로 파기한다"라고 해명했다.

유재중 안전행정위원장이 잠시 자리를 비워 대신 위원장석에 앉아 있던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간사)은 "(상황속보를) 파기한 근거, 내부 규칙이 있으면 야당 의원들에게 제출하라"고 이 청장에게 요구했다.

김 의원은 백씨가 사망하기 전(7월 17일)에 작성된 '서울대병원의 경찰 시설보호 요청 공문'을 거론하며 이 청장과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의 관계를 의심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최근 이화여대에서 시설보호를 요청한 공문을 보면, '(학생들이) 교수·직원들을 수 시간 째 감금하고 있음'이라는 사실관계만 적혀 있다"라며 "하지만 서울대병원이 보낸 공문에는 물대포 이야기도 없이 '시위로 인한 부상', '(시위대가) 병원 주요 시설물을 점거해 농성을 벌일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판단'이라고 적혀있는 등 경찰의 입장에 선 판단이 적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이에 비춰볼 때) 경찰병력 배치,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판단한) 사망진단서 작성 등이 경찰과 서울대병원이 연관된 일종의 기획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이 청장이 "너무 억측이다"라고 답변하자, 김 의원은 "서울대병원장(박 대통령 주치의)과 이 청장(청와대 정무수석실 사회안전비서관)이 청와대에서 같은 시기에 근무했다"라고 되물었다. 이 청장은 "(서울대병원장을) 실제로 한 번도 뵌 적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질의하는 박남춘 의원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철성 경찰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백남기 부검 영장, 법원-경찰의 다른 해석

한편 이 청장은 백씨의 '조건부' 부검 영장과 관련해 강형주 서울중앙지법원장과 다른 해석을 내놨다. 서울지방법원은 백씨의 부검 영장을 발부한 곳으로, 영장에는 부검과 관련해 장소, 의사, 방법 등을 유족과 협의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전날 강 법원장은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부검 영장과 관련해) 정확히 말하면 압수 방법과 절차에 관한 일부 인용, 일부 기각 취지로 이해하면 된다"라며 "제한(유족과 협의)이 들어있기 때문에 제한을 벗어나는 건 기각이라는 취지로 이해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강 법원장은 "압수수색 절차(유족과 협의) 제안은 의무 규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도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반면, 이 청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강 법원장이) 그런 답변도 했지만 나중에 집행은 법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취지로 답했다"라며 사실상 강 법원장의 말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이 청장은 "(영장 유효기간인) 25일까지 계속 유족과 협상하겠냐"라는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의 질문에 "유족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일단 대화로 협의하겠다"라고 답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