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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장터에서 '누텔라 와플' 팝니다

[인터뷰] 카페 '백년손님' 운영자 김지연씨

등록|2016.10.10 17:51 수정|2016.10.10 17:51

▲ ⓒ 바른지역언론연대


지리산 함양시장이 변하고 있다. 전통시장이라는 조금은 촌스런 모습을 벗고 과감한 변신을 시도 중이다. 그 중심에 길거리 카페와 빵집이 시장을 찾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지리산 함양시장의 변화의 중심에는 재래시장의 정감과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는 함양시장 메인 골목 카페 '백년손님'.

이곳의 젊은 주인장 김지연씨는 지난 6월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커피와 와플 등을 판매하고 있다. 전통시장과는 조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직접 내린 커피와 직접 구운 와플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가로 1m에 세로 2m 정도 크기의 가판대에는 커피머신을 비롯해 와플 굽는 기계까지 웬만한 장비들은 다 갖춰졌다.

"커피를 좋아해 집에서 사용하던 커피머신을 들고 왔어요. 그리고 커피와 어울릴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와플을 선택했어요."

커피 마니아인 그녀. 커피를 좋아하는 만큼 손님들을 위해 최상의 원두를 사용한다. 음료로는 아메리카노·카페라떼·카푸치노·바닐라라떼·카라멜마끼아또·오미자 복분자 플레인·요거트 스무디·오미자 레몬 자몽소다·컵 아이스크림·아이스티 등 웬만한 카페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이 준비되어 있다.

또 와플도 직접 재배한 오미자를 첨가한 건강한 오미자 와플, 아이스크림 와플, 크림치즈 와플, 누텔라 초코와플 등이 착한 가격으로 판매된다.

"일반 카페처럼 앉아서 편안하게 드실 수 있는 공간이 없으니 좋은 것을 대접해 드리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조금 저렴한 가격이어야 시장에 오는 재미도 있잖아요."

주변 상인분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그녀. 인터뷰 중간에도 주변 상인분들이 '젊은 사람이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라며 연신 칭찬 일생이었다.

시장에 젊은 사람이 별로 없어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그녀의 일처럼 되는 경우도 있다.

"젊은 사람들이 시장을 많이 찾아야 자연스럽게 매출이 올라가는데 그것이 제일 아쉬워요. 손님이 없을 때도 완전 오픈된 공간이라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수 없어요. 그래서 조금은 힘들어요."

서울에서 태어난 그녀. 그녀의 부모님의 고향이 함양으로 우선 부모님이 2008년 먼저 백전으로 귀농한 이후 그녀는 지난해 10월 아이 셋과 함께 친정 부모님이 계시는 곳으로 들어왔다. 남편은 직장을 위해 서울에 남아 주말부부 생활이다. 무작정 귀농한 것 같지만 그녀는 포크레인, 지게차 등의 자격증을 따는 등 나름의 귀농 준비도 했었다.

"막상 자격증을 따긴 했는데 함양에서는 어디에도 일할 곳이 없었어요. 시켜만 주시면 잘 할 수 있는데..."

그녀는 부모님을 도와 오미자, 고구마, 복분자 등을 함께 가꾼다.

"제가 많이 도와드리지는 못해요. 할 줄도 모르고. 부모님이 기계를 잘 다루시지 못해 대부분의 일을 직접 해야 해요. 제가 직접 농기계를 사용하려해도 못하게 막으시니 힘으로 해야죠."

그녀는 농사보다는 부모님이 힘들게 농사지으신 믿을 수 있는 먹거리들을 블로그 등을 통해 판매하는 역할을 주로 맡는다.

결혼 이후에도 꾸준하게 직장생활을 해 온 그녀에게 귀농 이후 아무런 소속감이 없어지자 "아는 사람도 없고 친구도 없는 곳이어서 조금은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을 찾다 마침 가판대 운영 희망자를 모집한다는 말을 듣고 신청했다.

그녀는 뽑기 운도 좋은지 12번으로 함양시장의 메인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가족 누구도 그녀가 노점을 한다는 것을 반기지 않았다.

"장사를 해 본 적도 없는데 노점상을 한다니 '뭐 할게 없어 이걸 하냐'며 다들 말렸어요. 그래도 함양시장의 이슈가 되고, 재미있는 아이템이어서 상당히 재밌어요."

주변에서는 그녀가 한 달도 되지 않아 문을 닫을 것이라 예측이 주를 이뤘다. 또 일이 있어 나오지 않으면 그만둔거냐며 걱정스레 묻기도 한다. 그녀는 꿋꿋하게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지리산 함양시장을 지키고 있다. 물론 장날에는 오전 9시부터 나온다.

그녀는 "함양시장에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저의 맛있는 커피를 드셔 봤으면 해요. 물론 함양시장도 구경하면서. 함양시장이 잘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지리산 함양시장을 찾아 김지연씨의 해맑은 미소와 함께 따뜻한 커피, 바삭한 와플을 먹어보는 것이 어떨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주간함양 (강대용)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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