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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속 엄마 품 신불산

신불산 간월재에서는 억새가 가을 축제를 하고 있다

등록|2016.10.13 14:11 수정|2016.10.13 14:11

▲ 신불산 정상 ⓒ 이경모


밤새 바람은 구름을 어디에 감췄을까. 그 자리에 수많은 별들이 반짝인다. 별이 지는 소리를 들으며 출발한 시간은 새벽 5시 40분. 모교 선후배들이 매달 한 번 가는 산악회의 출발 시간이다.

오늘 산행은 영남알프스에서 두 번째로 높은 신불산(1159m)이다. 영남알프스는 웅장한 산세와 빼어난 풍경이 유럽과 일본 알프스와 견줄만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홍류폭포(폭포의 높이는 약 33m) ⓒ 이경모


광주에서 3시간 30분을 달려가 간월 산장에 도착했다. 홍류폭포를 오르는데 계곡물의 수량이 많다. 태풍 차바의 영향이다. 여기저기 차바가 지나간 흔적이 보인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홍류폭포는 금세 한기를 느끼게 한다. 홍류폭포에서 신불산 정상까지는 고행의 길이다. 일명 신불공룡은 산꾼들도 힘들어하는 코스다.

▲ 칼바위를 지나가는 등산로 ⓒ 이경모


신불산 정상에 오르기 전에 칼바위를 지나가는 등산로는 좌우가 절벽이어서 아찔한 구간이다. 거기에다 몇 번 밧줄을 타고 암벽을 오르는 코스도 있어 신불산은 등산의 종합세트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신불산 정상을 앞두고 200여 미터는 별로 가파르지 않다. 대부분 산은 정상에 오르기 전에 숨이 턱까지 차오를 만큼 힘들지만 신불산 정상은 숨을 고르면서 오를 수 있다.

꿀맛 같은 점심을 먹고 간월재로 하산을 서둘렀다.

▲ 신불산 풍경1 ⓒ 이경모


▲ 신불산 풍경2 ⓒ 이경모


▲ 신불산 억새1 ⓒ 이경모


▲ 신불산 억새2 ⓒ 이경모


▲ 신불산 억새3 ⓒ 이경모


신불산 정상에서 간월재 구간은 억새가 가을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가을 노래를 부르며 그 음악에 고개를 흔들고 춤을 춘다. 억새 공연이 끝나면 본격적인 하산길이 시작된다. 간월재에서 간월산장까지는 조금 지루하다. 임도와 지름길을 반복해서 내려오면 계곡물 소리가 크게 들려오는데 그곳이 간월 삼거리다.

한 달 전만 해도 발을 담그려고 서로 경쟁을 했지만 그런 경쟁은 없다. 등산화를 씻기 위해 물 가까이에 갈 뿐이다. 자연도 사람도 다 때가 있는가보다.

산행을 마치고 주차장에 타고 온 버스가 있는 곳으로 서서히 여유있는 발걸음을 옮기는데 색소폰 연주 음악이 들려왔다. 두 사람이 버스킹(busking, 길거리 라이브)을 하고 있다.
곡목은 나훈아가 불렀던 '홍시'.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바람 불면 감기 들세라 안 먹어서 약해질세라 힘든 세상 뒤쳐질세라
사랑땜에 아파할세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가을, 홍시, 울 엄마. 신불산에서 가을 속 엄마 품으로 깊숙이 빠져든다. 집에 빨리 가고 싶다.
덧붙이는 글 월간잡지 첨단정보라인 11월호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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