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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강경대응에 중국 '한중어업협정 강조' 왜?

우리 정부 '함포사격 허용'에 강하게 반발, '한중어업협정' 강조

등록|2016.10.13 16:27 수정|2016.10.13 16:27
지난 7일 오후 서해 소청도 남서방 76㎞ 해상에서 중국어선이 우리 해양경비안전본부(이하 해경) 단정 1척을 들이받아 침몰시킨 뒤 도주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외교부는 지난 9일 주한 중국대사관 총영사를 초치해 유감과 항의의 뜻을 전달했고, 청와대 또한 10일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중국을 규탄하며 정부에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그 뒤 정부는 "중국어선의 우리 해경 고속단정 침몰사건에 대해 정부는 향후 기관포, 함포 등 공용화기를 사용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자 중국 정부의 기관지 역할을 하는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가 12일 '중국 어선에 포격을 허용한 한국 정부는 미쳤는가'라는 제하의 사설을 게재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사설은 "한국 여론이 충동적인데다 '포격' 허가령까지 내렸다", "한 국가 전체의 민족주의적 집단 발작"이라는 거친 표현을 사용했다.

그 뒤 중국 정부 또한 '월권행위'라며 한국 정부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사드배치 논란으로 촉발 된 한중 간 외교 갈등이 '중국어선의 해경 고속단정 침몰로' 더욱 격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아울러 한중어업협정이 핵심 화두로 부각했다.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2일 정례브리핑 때 한국 정부가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한 데 대해 "오늘 확인을 했더니 한국 측의 입장은 설득력이 없으며 한국 측이 제공한 지리 좌표에 따르면 사건 발생 지점은 북위 37도 23분, 동경 123도 58분 56초로 이 지점은 한중어업협정에 규정된 어업 활동이 허용된 곳"이라고 주장했다.

겅솽 대변인은 "이 협정에 따라 한국 해경은 이 해역에서 법 집행을 하는데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했으며, 우리 정부의 무력사용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고 오히려 모순을 격화하고 분쟁을 유발한다"며 "중국은 다시 한 번 한국 측에 요구하는데 법 집행 과정 중 자제를 유지하고 법 집행 행위를 규범 내에서 하고 집행 권력을 남용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겅솽 대변인은 끝으로 '한중어업협정'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중 어업협력은 양자 관계의 중요한 일부분이고 양호한 어업협력 질서는 양국 국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며 "양측은 한중어업협정에 따라 (중략) 문제를 객관적이고 타당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초기에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유관 문제를 처리하길 희망한다"며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으나, 우리 정부가 함포 사격 허용 등 강경한 입장을 취하자 한중어업협정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

논란의 핵심은 한중어업협정이다. 한국과 중국은 서해에서 한·중 간 EEZ(=배타적경제수역, 영해의 기준이 되는 기선에서 200해리까지) 겹치는 곳을 한·중 어업협정 체결 때 잠정조치수역(=한중공동어로수역)이라 했다. 이 해역에서는 한·중 어업공동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양국이 공동으로 관리하기로 합의했다.

합의문 채택 당시 이곳에서 어업활동을 허가받은 중국어선은 1600척이지만, 해수부가 파악한 잠정조치수역 내 조업 중인 중국어선은 2000~3000척에 달했다. 이는 서해 5도 해역에서 조업 중인 중국어선을 뺀 수치다.

이곳에서 무허가 선박이 조업할 경우 우리 정부가 단속할 수 있지만, 이곳에서 단속하는 데도 우리 정부는 애를 먹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곳, 바로 잠정조치수역 북단에 위치한 '현행조업유지수역(한ㆍ중 어업협정 9조)'이다. 이곳이 바로 서해 5도 인근 해역이다. 이곳은 한국이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법 상 인정 됐다고 보기 어려운 곳이다.

한ㆍ중 간 별도의 합의(어업협정 개정)가 없는 한 중국어선이 현행 어업활동을 유지하는 곳으로, 중국어선은 이곳에서도 조업할 수 있게 돼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 대목을 지적한 것이다.

배타적경제수역은 유엔 해양법 협약(=해양법에 관한 유엔협약)에 따라 영해의 기준이 되는 기선에서 200해리 까지다. 그런데 '영해 및 접속수역법'을 보면, 한국의 서해 영해 기선은 인천시 옹진군 덕적군도 서남단 소령도에서 끝난다. 그 위는 법적인 영해가 아닌 것이다.

헌법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돼있지만, 법은 그렇게 돼 있지 않다. 때문에 1977년 12월 박정희 군사정부가 '영해 및 접속수역법(당시 영해법)'을 제정할 때, 야당이던 신민당은 서해5도까지 기선을 그어야 한다고 했지만, 박정희 정부는 헌법에 명시 돼 있다며 소령도까지만 확정했다.

즉, 서해5도 해역을 우리 배타적경제수역에 포함시키려면 우선 영해의 근간이 되는 '영해 및 접속수역법'을 개정해 현재 옹진군 덕적면 소령도에서 끝나는 기선을 서해 5도까지 확대하고, 이를 토대로 중국과 해양경계를 명확히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만 '영해 및 접속수역법'을 개정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법을 개정하더라도 유엔 해양법 협약(=해양법에 관한 유엔협약) 질서에 따라 유엔에 기탁해 동의를 받아야 한다. 특히, 북한과 중국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현 정세에서 해줄리 만무하다.

유엔 해양법 협약에 따라 우리 정부는 서해5도 기선에서 12해리 영해와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을 주장하지만, 북한은 황해도 해안 기선에서 12해리 영해와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남북의 합의가 없는 상태를 틈타 중국은 이 지역을 국제법(=유엔 해양법협약) 상 공해로 간주하는 것이다.

"한중어업협정 개정해 해양주권 확립해야"

이를 때문에 1977년 박정희 군사정부도 영해법을 제정하면서 영토 기선을 서해5도까지 확정하지 못했고, 김대중 정부 또한 2000년 8월 한중어업협정을 체결하면서 서해5도 인근 수역을 중국어선이 조업 가능한 '현행조업유지수역(한ㆍ중 어업협정 9조)'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 지난 2007년 10월 남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10.4남북공동선언을 채택해 우선 서해 5도 NLL 일대 해역을 남북공동어로수역으로 지정해 남북 어민이 공동으로 조업할 수 있게 관리하자고 합의했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진척이 없는 상태다.

우리 정부는 대신 서해5도 인근 해역을 '배타적 경제수역에서의 외국인어업 등에 대한 주권적 권리의 행사에 관한 법률(경제수역어업주권법)'에 따라 '특정금지구역'으로 지정해 중국어선 등 외국인 어선의 조업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경제수역어업주권법은 제1조를 보면 이 법은 '해양법에 관한 유엔협약'의 관계 규정에 따라 대한민국의 (중략) 주권적 권리의 행사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고 돼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제4조는 "외국인은 배타적 경제수역 중 어업자원의 보호 또는 어업조정(漁業調整)을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구역(이하 "특정금지구역"이라 한다)에서 어업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를 토대로 서해5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을 단속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선포한 특정금지구역 자체가 국제법(=해양법에 관한 유엔협약)' 상 배타적경제수역으로 인정 되는 곳이 아니다. 이에 중국 정부는 국제법 효력을 지닌 한중어업협정을 근거로 자국 어선이 조업할 수 있는 곳이라며, 거세게 반발한 것이다.

지난 6월 '연평도 어민 중국어선 나포' 사건을 계기로 발족한 서해5도 생존과 평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는 "남북 간 갈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서해5도는 사실상 남한이 실효지배를 하는 곳이다. 우선 한중어업협정을 개정해 서해5도 남측 수역에서 해양주권을 확립해야 한다."며 "나아가 남북관계를 개선해 남북공동의 이익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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