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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가 103만 원, 한국교원대는 0원"

[현장] 2016 함께서울 정책박람회 '서울 해결책방'

등록|2016.10.14 20:36 수정|2016.10.14 20:36
지난 8일 낮 12시 서울역 광장. 중앙에 가설무대가 높이 서고, 그 앞에 9개의 원탁 테이블이 낮게 머리를 숙였다. 하나둘 모여든 청년들은 적당한 테이블에 삼삼오오 자리 잡았다. '청년하다' 대표 유지훈씨가 마이크를 잡고, '2016 서울정책박람회'의 일환인 '서울 해결책방' 토론회 시작을 알렸다. 원탁토론회 주제는 '입학금 없는 대학을 상상하라'. 

▲ 토론회 주관단체 ‘청년하다’ 유지훈 대표 ⓒ 황금빛


'입학금'은 고등교육법 제11조에 따라 대학이 학생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수업료와 기타 납부금' 중 '기타 납부금'을 가리킨다. 하지만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돈인지 전혀 밝혀진 바가 없다. 각 대학별로 거둬들이고 있는 입학금 액수도 천차만별이다.

'혹시나...'하는 불확실성은 전문가 발제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청년참여연대' 김주호 사무국장은 발제에서 "지난 2월 입학금과 관련해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많은 대학이 협조하지 않았다"며 "입학금 산정 기준이 없거나 불명확했고, 입학금 회계를 별도로 작성·관리하고 있지 않아 사용처가 불투명한 문제점을 찾아냈다"고 일침을 놓는다. '역시나'였다. 김 국장은 "신입생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는 입학금이 의례적인 부담이 됐고, 이에 대한 투명한 운영을 모색할 때"라고 결론짓는다.

▲ 입학금 의견에 대한 전문가 발제 중인 ‘청년참여연대’ 김주호 사무국장 ⓒ 황금빛


김주호 국장의 발제가 끝나자 봇물 터지듯 청년들 발언이 꼬리를 물었다. '청년하다'에서 활동하고 있는 홍익대 김예은씨는 "처음 대학에 들어올 때 입학금이 있구나 하고 말았는데 입학금 폐지 운동하는 걸 보다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며 "입학금 폐지 토론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이야기한다.

유지훈 '청년하다' 대표는 "부당한 입학금의 산정 근거도 없고 어떻게 쓰이는지도 공개한 적이 없다"며 "고려대가 103만 원이나 되는데 반해 한국교원대는 0원"이라고 천차만별 실태를 꼬집었다. 유 대표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 제재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유대표는 이어 "학교에서 진행한 입학금 반환 소송이 40일 만에 5500여명의 서명자를 확보했다"며 "입학금 문제에 학생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국대 소송인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혜민씨는 "입학금 폐지 소송을 위해 어떻게 하면 소송인단을 더 모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가장 큰 관심거리"라고 맞장구쳤다.

▲ 토론 전 몸을 푸는 청년들의 모습 ⓒ 황금빛


참석자들은 입학금 없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토론하며 입학금 문제 해결 프로젝트 8가지를 도출해 냈다. 이 내용을 서울시 행정 부서에 전달한 다음답변을 듣고 다시 대안을 내는 식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대학생 토론 동아리 '퍼실리테이터 클럽' 대표 박선아씨는 "대학생들이 입학금과 관련된 소송인단 활동에 머무는 게 아니라 많은 시민들과 함께하는 공익적 활동이라는 점을 깨우치게 됐다"고 토론회의 성과를 꼽았다.

▲ 토론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 ⓒ 황금빛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현안을 조선시대 신문고처럼 시민들로부터 직접 듣고 해결책도 찾자는 취지의 서울시 행사인 '2016 함께 정책 박람회'. 속내를 쏟아놓고 끝나버리는 말잔치가 아니라 시민들이 아파하는 문제를 풀어주는 정책마당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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