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기독단체 "'이주민 대부' 김해성 목사, 면직돼야"

개혁연대 "김 목사, 모든 공직 사임 뒤 2년간 자숙" 권고... 18일 노회 징계여부 주목

등록|2016.10.17 14:09 수정|2016.10.17 14:09
"김해성 목사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고 (중국동포교회) 교인들은 목회자의 추악한 이면을 쉽게 용서했다. 그러나 예수님이 자신의 피로 사신 어린 양을, 자신의 육체적 쾌락의 도구로 삼은 무서운 범죄를 저지르고도 회개하지 않는 목회자를 가볍게 용서하는 것은 교회의 머리되신 예수님을 조롱하는 처사이다."

기독시민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박득훈·백종국·방인성·윤경아 공동대표)가 여신도 성추행으로 논란을 일으킨 '이주민 대부' 김해성 목사(56세·남·중국동포교회·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와 관련해 "명분 없는 법적 분쟁을 포기하고, 진실 되게 회개하고 자숙하라"고 지적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아래 개혁연대)는 16일 "목사에 대한 우상화와 맹종이 오늘의 사태를 불러왔다"며 김해성 목사 성추행 관련 6개월간 사건 경과·관련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빈번히 발생하는 '목회자 성범죄'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지금껏 밝혀진 성범죄, 회개를 거부하는 그의 태도로 볼 때 김해성 목사는 면직돼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 18일 김해성 목사가 소속된 서울남노회 정기회의를 앞두고 기독시민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입장을 발표했다. 성추행 피해자 A씨가 서울남노회에 김 목사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가운데, 징계가 성사될지 주목된다. 사진은 9월말 기장 교단 총회장면(왼쪽 권오륜 총회장). ⓒ 지유석


김 목사는 지난 9월 9일 <오마이뉴스>에 성추문 의혹이 보도된 뒤 이를 모두 인정하는 내용의 글을 본인이 담임 목사로 있는 교회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삭제했다. 개혁연대는 같은달 19일 '교회 성폭력 근절을 위한 포럼'을 열고 목회자 성범죄 문제를 논의했고, 소속 교단인 기독교장로회(기장) 측은 김 목사 성추문을 계기로 9월 말 목회자 성윤리 강령을 신설했다.

[관련 기사]
'이주노동자의 대부' 김해성 목사 성추문 의혹
기장, 성윤리 강령 신설 "한국교회의 그릇된 성 의식 타파"

중국동포교회 집사인 A씨(56세·여)는 앞선 인터뷰에서 "김 목사가 작년 3월 차 안에서 가슴을 만지고 '딥키스(혀로 하는 키스)'를 시도했으며, 7월 목사실에서 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13일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동을 한 사실이 있다"는 등의 사죄 글을 교회 홈페이지에 올렸으나, 당일 바로 삭제해 현재는 찾아볼 수 없다.

피해자·가해자 등 양쪽을 면담하고 녹취록을 확인한 개혁연대 측에 따르면, 김 목사는 성추행 자체는 인정했으나 회수는 달랐다. 개혁연대는 "김해성 목사는 피해자가 주장하는 수위 높은 성적 행위-키스를 시도하고 가슴을 만지는 등-는 없었다고 말했다, 단 김 목사는 2번의 성적 시도를 스스로 인정했다"면서 "(여신도 A씨를) 차 안에서 안으려 하다가 거부당해 중단했고, 당회실에서 엉덩이를 찌른 적은 있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자료사진). ⓒ 연합뉴스


"서울남노회, 공명정대한 징계 나서야"

오는 18일 김 목사가 소속된 서울남노회(노회장 김창환 목사) 정기회의가 열린다. 노회는 범죄를 저지른 목사나 신도를 교회 헌법에 따라 징계하는 곳이지만, 비슷한 남성 목회자들이 주를 이뤄 그간 징계·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피해자 A씨가 지난 8월 서울남노회에 김 목사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가운데, 김 목사에 대한 징계가 성사될지 주목된다.

개혁연대 측은 관련해 "서울남노회는 소속 교회를 올바르게 지도하고 감찰해야 할 공교회로서 책무에 맞게, 엄중하고 공명정대한 징계에 나서줄 것을 호소한다"며 "피해자가 부당하게 공격받지 않도록, 조치할 최소한의 의무를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개혁연대 측은 김 목사가 담임 목사로 있는 중국동포교회에도 "이번 일을 쇄신의 계기로 삼을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르면 이순여 장로회장·이선희 부목사 등 동포교회 측은 성추행 관련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김 목사 없이는 현재의 사역 구조를 유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개혁연대는 "잘못된 믿음은 조직을 병들게 한다"며 "한 사람에게 집중된 책임과 권한을 분산시키는 등 운영 구조의 취약성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체로 보수적 성향이 짖은 개신교 교단들 중에서 비교적 '진보적'이라 평가받는 기장 교단은 현재 김 목사와 관련한 어떤 성명·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앞서 9월 말 총회에서 권오륜 신임 총회장이 "(성추문으로 인해) 실망을 드렸다면 대표로서 사죄한다"라고 말했지만, 이는 질의응답 중 나온 발언이었을 뿐 공식사과는 아니었다.

기장 교단의 전직 총무이자 김 목사 교회(중국동포교회)에 작년부터 다녔다는 배태진 목사는 앞서 되레 김 목사를 두둔해, 기장 소속 기구인 여성연대·생명선교연대가 반대성명 을 내는 등 반발을 사기도 했다. 배 목사는 또 10월 2일 설교에서 "'우리 목자, 지도자를 돌아오게 하소서' 함께 기도해야 할 때"라는 등 김 목사 복귀를 주장해 재차 물의를 빚었다.

"김 목사 두둔한 배태진 전 교단 총무, 김 목사와 이해관계 있어"

▲ 기장 교단의 전직 총무인 배태진 목사(사진)는 앞서 성추행 사실을 인지하고도 김 목사를 두둔해 교회 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앞서 지난9월말 총회 때 이임사를 하고 있는 배 목사의 모습. ⓒ 지유석


개혁연대 측에 따르면 전 기장 총무인 배태진 목사는 사건 초기부터 해결사를 자처하는 한편, "이주민 사역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사건 공론화를 꺼렸다고 한다. 이들은 "배 목사는 더 이상 선동적 언행을 중단하고,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성실히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개혁연대 측은 "배 목사는 (성추행)피해자가 공개 사과를 요구한다는 이유로 '당신이 하나님이냐'고 묻는 등 악의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배 목사는 김 목사 제안에 따라 작년부터 중국동포교회에 출석 중이고, 김 목사가 사무총장인 지구촌구호개발연대에서 상임이사직을 맡는 등 누가 봐도 (특수한)이해관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개혁연대 측은 입장문에서 "오랜 기간 영적 스승으로 불려온 이해학 목사 역시 수년전부터 사건의 실체를 알고 있었으나,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제보를 통해 파악됐다"면서 "이해학 목사를 비롯한 교계 원로들은 김 목사의 잘못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그 죄로부터 돌이킬 수 있도록 권면해야 한다"고 썼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이주민과 외국인노동자, 다문화가정 등 이 땅에 나그네를 섬기는 사역일수록 더욱 투명하고 건전한 운영 태도가 요구돼야 한다"고 지적하는 한편, "한국 교회에서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어떻게 규정·제재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