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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이 도깨비 뿔을 달고 음식하는 이유

[인터뷰] '도깨비 부인' 노구치 치에코씨

등록|2016.10.20 17:02 수정|2016.10.20 17:02

▲ 2015년 도깨비 부인 콘테스트 우승자인 노구치 치에코씨 ⓒ 유혜준


일본 돗토리현 유리하마에는 아주 특별한 모임이 있다. 이름도 특이한 '도깨비 부인회'다. 일본에서 도깨비 부인이라고 하면 극성스러우면서 굉장히 무서운 아내를 의미한단다. 그렇다면 도깨비 부인회(오니요메카이)에 참여한 '도깨비 부인'들은 죄다 극성스러운 부인일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게 '도깨비 부인' 노구치 치에코씨의 설명이다.

10월 14일부터 17일까지 열린 '제 6회 월드 트레일즈 컨퍼런스(World Trails Conference, WTC) 돗토리 대회'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은 15일과 16일 이틀 동안 열린 '월드 워크 페스타 in 돗토리'였다. 돗토리현의 아름다운 길을 걸으면서 돗토리의 정취를 물씬 맛보자는 의미에서 기획된 행사로 2천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해 길을 알록달록하게 수놓았다.

특히 16일에는 '도깨비 부인회'에서 유리하마 거리에 다양한 음식 부스를 마련, 걷기 마니아들에게 먹는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워킹 분위기를 한껏 들뜨게 했다. 외국에서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는 특별한 이벤트였다. 도깨비 부인들 덕분에 유리하마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면서 활기가 넘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다. 유리하마 한쪽에서는 올해의 '도깨비 부인'을 뽑는 '오니요메 총선거'가 진행되고 있었다. 최고의 도깨비부인을 뽑는 행사인데,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라고 했다.

걷는 즐거움에 먹는 즐거움을 보태준 도깨비 부인들이 궁금할 수밖에. 그래서 WTC에 자원봉사로 참여한 도깨비 부인회의 노구치 치에코씨를 만나, 도깨비 부인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노구치 치에코씨는 2015년에 최고의 도깨비 부인으로 뽑혔다나. 가부키 배우처럼 진한 화장을 하면서 카리스마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게 노구치 부인의 설명이다.

- 도깨비 부인회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정식으로 부인회를 만든 것은 2년 전이지만, 5~6년 전부터 마을 시장이 열리는 것을 계기로 부인들이 모여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 회원이 몇 명인지요?
"정회원은 5명이지만 협력하는 분들이 많아요."

정회원과 협력회원은 이들이 머리에 단 뿔로 구분한다. 뿔이 두 개인 부인은 정회원이고, 뿔이 하나인 부인은 협력회원이란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정회원도 뿔을 하나만 달기도 한다. 

▲ 도깨비 부인회 정식 회원. 츠이키 데루코씨, 사토오 미나씨, 기사다 에쓰코씨와 노구치 치에코씨. ⓒ 유혜준


- 어떤 활동을 주로 하나요?

"오니요메(도깨비 부인)라고 하면 일본에서는 굉장히 무서운 부인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런 이미지에서 벗어나 집안일도 잘 하고 밖에 나와서 활동도 잘하고 자원봉사도 활발히 참여하는 활동적인 부인회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 봉사활동과 이벤트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 올해 주요한 활동을 꼽는다면?
"1월에는 데이서비스 센터라고 노인복지와 관련된 센터가 있는데 거기서 활동을 했어요. 노인들을 찾아 뵙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즐겁게 해드렸죠. 또 NHK에서 하는 전국노래자랑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어요. 하하하. 10월에는 유리하마에서 3일과 8일이 들어가는 날에 시장이 열리는데, 그 행사도 주관하고 있어요."

- 최고의 도깨비 부인을 뽑는 총선거를 하던데요?
"요즘 우리 도깨비 부인회가 언론에서 주목을 받고 있어서 아예 정식으로 도깨비 부인 선발대회를 하게 됐어요. 본인이 얼마나 도깨비 부인에 가까운지, 얼마나 멋진 도깨비 부인인지, 얼마나 센 도깨비 부인인지를 보여주는 거예요. 38시장에 온 사람들이 직접 참여해서 뽑고 있어요. 제가 작년 우승자입니다."

도깨비 부인 참여자들은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본인의 장점을 어필하면서 표를 더 얻으려고 열심히 노력한다고 한다.

- WTC를 위해서 특별히 자원봉사를 하면서 준비하셨다고 하는데?
"원래 마을 시장은 3일과 8일이 들어간 날에만 열리는데 오늘(16일) 특별히 WTC 참가자들을 위해 마을시장을 열었어요. 걷는 사람들이 걸으면서 먹을 수 있게 여러 종류의 간식을 준비했어요."

걷기에 참여하는 인원을 파악해서 음식이 모자라지 않게 준비했다고 한다. 또 음식부스도 한 곳이 아니라 분산 배치해 걷기 참여자들이 한 곳에 몰리지 않고 흩어져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배려했다. 노구치씨는 제일 맛있는 음식으로 와플과 도너츠, 오니멘(도깨비 라면)을 꼽았다.

▲ 유리하마 거리에서는 최고의 도깨비 부인을 선정하는 총선거가 열리고 있었다. ⓒ 유혜준


- 도깨비 부인회 활동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무엇이 달라졌나요?
"아이가 다 크면서 여유가 생겨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젊은 부인들과 활동하는 게 좋았어요.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부인들과 어울리면서 더 적극적으로 자원봉사를 하게 됐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 도깨비 부인회의 목표는?
"작년에 NHK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했는데 우리 회원 중에 대장암 투병을 하고 있는 부인이 있어요. 그 분은 도깨비 부인회 활동을 할 때면 고통이나 통증을 느끼지 않았다고 하거든요. 그 분의 이야기가 방송에 나가면서 그 부인 덕분에 환자들이나 환자를 간병하는 가족들이 힘을 많이 얻었다면서 연락을 많이 해왔어요.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껴서 앞으로도 어려운 분들을 많이 도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10월 14일~17일까지 열린 '월드 트레일즈 컨퍼런스(WTC) 돗토리 대회'에 돗토리현의 초청으로 참가, 취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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