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창호 경감 영결식 "무전기 소리, 듣기 너무 힘들었다"
정년까지 6년 남았는데... "늘 현장에 앞장섰던 선배님"
▲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에서 열린 오패산 총기사건 희생자 고 김창호 경감의 영결식에서 김 경감의 영정과 운구 행렬이 식장을 떠나고 있다. 2016.10.22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사제 총에 맞아 숨진 고(故) 김창호(54) 경감 영결식이 22일 오전 엄수됐다.
가을치고는 강한 햇볕이 내리쬔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주차장에는 비통함만 흐를 뿐이었다.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조사를 읽었다. 그는 "고인은 효심 깊은 아들이자 아내와 아들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든든한 가장이었다"라면서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날 수밖에 없었던 당신의 운명이 우리를 더 슬프게 한다"고 말했다.
김 경감과 강북경찰서 번동파출소에서 동고동락한 김영기 경장이 고별사를 읽자 바위처럼 굳어있던 정복 경찰관들의 표정도 흔들렸다. 몇몇은 흰 장갑을 낀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신고 해결해주시고 돌아와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보여주실 줄 알았는데 무전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는 듣기 너무 힘들었습니다. 의협심이 강하고 언제나 제일 먼저 신고 현장에 도착하던 선배님이어서 더욱 불안했습니다."
김 경장이 "존경합니다. 존경합니다. 존경합니다. 선배님 술 한 잔 하기로 한 약속 지키셔야죠. 제발, 제발 일어나세요"라고 말하자 곳곳에서 탄식했다.
고인의 어머니와 부인은 힘겨운 듯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경찰관 2명의 부축을 받아 겨우 헌화했다.
영결식이 시작되고 30분이 지났을 무렵 부인은 탈진해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애써 눈물을 참고 어머니를 다독이던 아들(22)은 그제야 고개를 푹 숙인 채 흐느꼈다.
김 경감은 1989년 청와대 경호실 지원부대인 서울경찰청 101경비단에 순경으로 임용돼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 청량리경찰서(현 동대문경찰서), 청와대 외곽 경비를 담당하는 서울청 202경비대, 서울청 보안과 등에서 근무하다 올 2월 강북경찰서로 발령됐다. 정년까지는 6년 남은 상태였다.
김 경감은 19일 오후 폭행 신고를 받고 서울 강북구 오패산 터널 인근 현장에 출동했다가 사제 총에 맞아 숨졌다. 그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성병대(46)씨는 구속됐다.
김 경감의 영결식은 서울지방경찰청 장(葬)으로 치러졌다. 시신은 국립서울현충원에 봉안된다.
김 청장은 "고인의 영정과 용기, 희생과 헌신을 절대 잊지 않고 엄정한 법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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