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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 뒤 사과, 등 다독이기...대안학교 풋살 풍경

대안학교 어울림 풋살 한마당…몸 부대끼며 힘 견주어보다

등록|2016.10.26 15:49 수정|2016.10.26 15:49
가을! 날씨 좋은 날 이른 9시. 밝은누리움터가 터잡고 있는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체육공원에 다섯 대안학교가 모였다. 제천간디학교, 산돌학교, 멋쟁이학교, 해밀학교, 밝은누리움터가 바로 그 학교다. 9월 22일 다섯 학교가 함께 '대안학교 어울림 풋살 한마당'(이하 풋살한마당)을 열며 교류하는 시간을 보냈다.

풋살 한마당에는 즐거운 만남의 시간과 실력을 겨루는 장이라는 두 가지 성격을 담았다. 그동안 대안학교들이 만나는 여러 형태의 연대모임이 있었고, 어떤 학교는 다른 학교에 찾아가 그 학교를 경험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열기도 했다. 대안적인 교육을 일궈가고, 대안사회를 만들어가는 공통 목표를 지닌 학교들이 서로 방문하고 교류하는 모임을 진행하며 힘을 받고 같은 뜻을 품은 친구를 만나는 과정이었다.

이런 좋은 전통에 덧붙여 대안교육 진영 내에도, 선의의 경쟁을 통해 무언가의 실력을 겨뤄보는 장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다른 무엇보다 '몸'으로 함께 부대끼며 서로가 좋아하는 것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것으로 풋살을 함께 했다.

풋살 한마당은 크게 세 부분으로 진행되었다. 오전 풋살 경기, 점심밥상과 놀이마당, 오후 풋살 경기다. 중등부는 다섯 팀 전체가 서로 돌아가면서 경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풀 리그 방식). 이 이외 멋쟁이학교 고등과정과 밝은누리움터의 삼일학림, 멋쟁이학교 중·고등과정 여자팀과 밝은누리움터 여자팀이 경기를 펼쳤다. 일종의 시범 경기로, 이후에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한 경기 한 경기 모두 흥미진진했다. 풋살은 각각 명이 한 팀을 이뤄 뛰는 작은 축구경기다. 풋살은 축구와 달리 오밀조밀한 맛이 있고, 훨씬 정교하게 공을 주고받고(패스), 보는 사람들 역시 한 눈에 경기장을 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함께 관람하는 사람들 모두 멋진 공 주고받기(패스), 공 몰기(드리블), 공 차기(슈팅) 등이 나올 때 탄성을 자아내며 박수를 쳤다. 중학교 경기는 가장 패기가 넘쳤다. 경기의 승패, 점수 차에 상관없이 모두가 끝까지 열심히 뛰었다.

여자 경기도 매우 흥미진진했다. 탄탄한 조직력을 선보였고, 멋진 개인기를 펼치기도 했다. 일상에서 이 학생들이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등부 경기는 박진감이 넘쳤다. 양 쪽 공격수들의 날카로운 공격과 골키퍼들의 선방이 어우러지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학교별 겨루기 시합이다 보니 승패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패한 이들은 마음이 힘들기도 하다. 경기 도중 반칙이 나오기도 했다. 누군가의 발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실수로 상대방 발을 밟거나 차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꼭 다가가서 괜찮은지 물어보고 사과하는 모습, 상대방을 일으켜 세워주는 모습, 서로의 등을 다독거려주는 모습이 이번 풋살 한마당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진풍경이었다. 분명 이곳은 풋살을 통해 서로 실력을 겨루는 경쟁의 장이었다.

하지만 경쟁이 누군가를 배제하는 과정이 아닌, 서로에게 무언가를 더 연마하고 수련하도록 힘을 불어넣는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밥상 때, 서로가 싸온 도시락을 나눴다. 그리고 제기차기, 팔씨름, 고리던지기 등 놀이마당이 진행되었다. 풋살경기에 참가한 학생들, 또 응원 온 학생들도 참가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고리 던지기는 꼭 다른 학교 학생 두 명과 섞여서 네 명이 한 모둠을 이뤄야 나설 수 있었다. 청소년들은 금세 서로 다가가서 여러 모둠이 참여할 수 있었다.

모든 시합이 끝나고 함께 간식을 나누고, 시상식을 했다. 으뜸상과 버금상, 그리고 맑은상(맑은 마음으로 상대방 배려하고 최선을 다한 이들에게 주는 상), 옹골상(끈기 있게 투지를 가지고 경기한 이들에게 주는 상), 한마음상(응원한 이들과 경기한 이들이 하나가 된 팀에게 주는 상)이 학교마다 돌아갔다. 경기 결과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보인 선수들의 노력, 수고, 기운 등을 상의 의미로 담았다.

선물은 풋살공과 풋살훈련 용품이다. 내년에 다시 모일 때, 더 열심히 연습해서 만나자는 의미다. 그리고 헤어질 때, 모두가 정말 섭섭했다. 짧은 하루, 짧은 만남이었지만 깊고 강렬한 만남이었다. 그러기에 다음 해 또 그 다음 해 여러 형태로, 다른 대안학교 친구들을 만나 더 풍성하고 즐겁게 교제하는 '상상'이 절로 되었다.

우리 학교 이야기

밝은누리움터는 강원도홍천에 자리잡고 있는 대안학교입니다. 중등과정인 생동중학교와 고등대학통합과정인 삼일학림이 있습니다.

생동중학교 소개
저희 학교 이름은, '생동'이란 말 그대로 움직이고 꿈틀거리며 생동한다는 뜻이 담겨 있고, 또 '생동하는 중이다'라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저희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친구, 형, 동생간의 관계가 가깝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친구들과 학교에서 자고 공부하고 놀며 깊은 관계를 쌓아갑니다. 또한 선생님과 학생과의 관계도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고민이 있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다른 학생이나 선생님들에게 툭 터놓고 말하며 함께 고민을 해결해 나갑니다. 그런 깊은 관계로 지내니 학교생활이 더욱 풍성합니다. 저희는 개인 전자매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것에만 너무 빠져서 친구들과의 관계에는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뒷간에서 눈 똥은 거름이 되어 밭에 있는 작물들에게 뿌려집니다. 저희는 농사를 하늘땅살이라고 하는데, 하늘땅살이 수업은 저희가 직접 심고 싶은 토박이씨앗을 심고 기르고 생명과 대화하는 시간입니다. 화학비료 안 쓰고 우리 똥오줌으로 만든 거름으로 저희가 직접 기른 작물들을 밥상에서 함께 나눕니다. 또 저희가 사용하는 움(교실), 뒷간, 생활공간 따위는 직접 지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과 자연에 해가 되는 재료가 아닌 자연 그대로 돌아갈 수 있는 재료로 집을 짓습니다. 그런 집에서 생활하니 더욱 밝고 맑은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습니다!

- 생동중학교 3학년 재범

풋살한마당 참가 소감
친구들과 긴 시간 같이 대회 준비해오면서 행복했던 순간이 참 많았다. 함께 연습하고 땀 흘릴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즐거웠다. 그리고 함께 열심히 연습해서 평가전하며 우리의 실력이 어느 정도 늘었는지 평가해보는 시간도 참 재미있었다. 우리 약점을 보충해나가고 저마다의 부족함을 서로 채워주며 성장해나가는 우리를 보며 참 기분 좋은 순간이 많았다. 경기 부분부분 아쉬움은 많았지만, 그 아쉬움보다 더 큰 것을 얻고 배웠기 때문에 남아있는 아쉬움은 없다. 앞으로도 다른 대안학교 친구, 선생님들과 잘 친해지고 알아갈 수 있는 장을 잘 만들면 좋겠다.

- 생동중학교 3학년 한백

삼일학림 소개
'삼일'은 '하늘과 땅, 사람의 조화 속에서 생명을 존중하고 상호간에 평화를 이루며 더불어 살겠다'는 뜻을 담고 있고, '학림'은 '배움의 숲'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고등대학 통합 과정'이라는 특징으로 학년이 없고 학점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현재 교사와 학생, 부모와 자녀들이 한데 어우러져 함께 공부하고 있어요. 저희는 국·수·사·과·영 등의 기본적인 교과과목부터 농사, 건축, 철학, 적정기술 등 다양한 공부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또 학생들이 수업을 신청해서 듣고 자기가 원하는 공부를 개인적으로 연마하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주일의 시간을 책임감 있게 보내도록 합니다. 저도 과목을 선택하거나 개설하는 과정을 통해 주체적으로 저의 시간들을 활용하는 법을 배웠고, 학림 여학생들과 한 집에서 살며 더불어 함께 사는 법과, 소통하는 법도 함께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생명평화, 하늘땅살이, 더불어 사는 삶이라는 교육 철학과 가치 속에서 공부하고 우리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힘을 기르고자 하고 있습니다.

풋살한마당 참가 소감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안학교 풋살한마당을 하면서 다른 대안학교 친구들과 교제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되어 기뻤습니다. 서로 몇 마디 말 주고받고, 함께 공도 차며 서로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 것과 동시에 앞으로도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우리 만남이 새로웠고 의미있는 시간이었구나 되새김질 하게 됩니다. 앞으로 찾아오게 될 우리의 만남들이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 삼일학림 학생 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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