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 30분간 열린 경기, 아들은 수술 중이었다
당진시청 테니스팀 윤병기 감독을 만나다... "동메달엔 관심 없는 세태 안타까워"
단식 1승과 1패, 복식 1승과 1패. 제97회 전국체육대회 테니스대회에서 세종시와의 스코어는 2승 2패로 승부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먼저 10점을 획득하면 우승하는 슈퍼타이브레이크까지 경기가 이어졌다. 당진시가 점수가 나면 곧 이어 세종시가 점수를 가져갔다. 그렇게 11대11로 매치포인트까지 이르렀고 긴장감은 최고조에 다다랐다. 그때 아쉽게 한 점을 잃으며 13대11로 당진시가 3위를 기록했다.
지난 11일 오전 9시에 시작된 경기는 오후 4시 30분까지 이어지며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당진시청 테니스팀의 경기가 있었던 그 시각 유병기 감독의 아들은 12시간에 이르는 대수술을 받고 있었다. 생사를 오가는 수술이었다. 10월 11일은 그에게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날이다.
값진 동메달, 외면 받는 동메달
윤병기 감독은 2013년 충남도청 테니스팀 감독으로 시작해 당진시청 테니스팀을 2014년 5월부터 맡아 왔다. 당진시청 테니스팀이 창단된 첫 해에 임용규 선수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가져왔다. 이듬해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또 가져왔다. 올해만 금메달 5개, 은메달 4개, 동메달 5개로 우승의 영광을 이어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올해 전국체전 테니스 경기의 메달에서 동메달이 확정됐던 지난 11일은 그에겐 잊고 싶은 날이 됐다.
지난해 금메달이라는 성적을 얻었기에 올해도 금메달을 획득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경기가 치러지기 한 달 전인 지난달 12일부터 천안에서 합숙훈련을 하며 현지 적응에 돌입했다. 선수들은 사비를 들여 트레이너를 영입해 하루 6~8시간 동안 맹훈련에 돌입했다.
금메달에 대한 중압감과 부담감이 경기장에 서는 날까지 이어졌고 심판의 오심까지 더해지며 메달 색깔이 바뀌었다. 경기가 끝난 뒤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선수들은 수저 하나 들지 못했다고. 윤병기 감독은 "지난 한달 간 명절에도 쉬지 못하고 연습을 해 온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이 아니라는 이유로 저녁까지 못먹을 정도로 상심이 컸다"고 말했다.
잊을 수 없는 10월 11일
한편 윤 감독이 그날을 잊을 수 없는 이유도 따로 있다. 12시간에 이르는 대수술을 받아야 했던 아들 옆에 있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날은 아버지이기 이전에 감독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둘째 아들은 소이증으로 양쪽 귀의 모양과 크기가 다르다. 18개월에 구개열 수술을 비롯해 지금까지 7번의 전신마취가 필요한 대수술이 이어졌다. 특히 이번에 받은 수술은 인공귀를 만드는 것으로 머리의 신경을 연결하고 몸 속 연골을 빼야 하는 큰 수술이었다. 자칫하면 생명까지 위험할 정도였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 시작된 수술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경기가 끝나도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챙겨야 했기에 바로 병원으로 올라가지도 못했다. 그는 "아버지라는 사람이 아픈 아들 옆에 있지도 못했다"며 "아내가 혼자서 긴 시간동안 홀로 있어야 했다"고 미안함을 전했다.
"넌 키가 크니 테니스를 배워라"
한편 그는 대전 문창동 출신으로 대전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중학교 2학년 당시 선생님이 "키가 크니 테니스를 배워보라"고 말했다. 당시 테니스는 고급스포츠에 속했다. 라켓 하나가 2만 원으로 서민 월급 보름치에 이르는 가격이었다. 그래도 테니스가 좋아 계속해서 이어왔고 군대를 제대한 뒤 바로 지도자 생활에 돌입했다.
충남여중 테니스부를 시작으로 계광중에서 오랫동안 감독을 맡았다. 계광중에 있을 당시 30차례 전국대회를 재패하고 지역 팀으로는 유일하게 1년에 치러진 모든 전국대회에서 금메달을 가져왔다. 2008년 경 대한테니스협회로부터 우수지도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후 충남도청 테니스팀 소속 감독으로 들어온 뒤, 충남도에서 당진시로 테니스팀이 이관되며 당진시청 테니스팀을 2년 간 맡아 오고 있다.
그는 "그동안 당진시청 테니스팀 선수들이 노력한 덕에 좋은 성적을 많이 거뒀다"며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음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적어 선수들이 많이 위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진시청 테니스팀이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지속적인 성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요즘 사회는 1등이나 금메달만 우대해요. 동메달을 따야 은메달이 있고 은메달을 따야 금메달이 있어요. 금메달 보다 값진 것이 동메달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우리 선수들이 많이 노력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당진시청 테니스팀. 임용규, 오대성, 유다니엘, 신동학, 이태우
>>윤병기 감독은
-1960년 4월 생
-대전 문창동 출신, 대전중·고 출신
-1978년 충남여중 지도자 활동
-2013년 충남도청 테니스팀 감독
-2014년 당진시청 테니스팀 감독
지난 11일 오전 9시에 시작된 경기는 오후 4시 30분까지 이어지며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당진시청 테니스팀의 경기가 있었던 그 시각 유병기 감독의 아들은 12시간에 이르는 대수술을 받고 있었다. 생사를 오가는 수술이었다. 10월 11일은 그에게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날이다.
▲ 당진시청 테니스팀 윤병기 감독 ⓒ 한수미
값진 동메달, 외면 받는 동메달
윤병기 감독은 2013년 충남도청 테니스팀 감독으로 시작해 당진시청 테니스팀을 2014년 5월부터 맡아 왔다. 당진시청 테니스팀이 창단된 첫 해에 임용규 선수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가져왔다. 이듬해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또 가져왔다. 올해만 금메달 5개, 은메달 4개, 동메달 5개로 우승의 영광을 이어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올해 전국체전 테니스 경기의 메달에서 동메달이 확정됐던 지난 11일은 그에겐 잊고 싶은 날이 됐다.
지난해 금메달이라는 성적을 얻었기에 올해도 금메달을 획득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경기가 치러지기 한 달 전인 지난달 12일부터 천안에서 합숙훈련을 하며 현지 적응에 돌입했다. 선수들은 사비를 들여 트레이너를 영입해 하루 6~8시간 동안 맹훈련에 돌입했다.
금메달에 대한 중압감과 부담감이 경기장에 서는 날까지 이어졌고 심판의 오심까지 더해지며 메달 색깔이 바뀌었다. 경기가 끝난 뒤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선수들은 수저 하나 들지 못했다고. 윤병기 감독은 "지난 한달 간 명절에도 쉬지 못하고 연습을 해 온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이 아니라는 이유로 저녁까지 못먹을 정도로 상심이 컸다"고 말했다.
잊을 수 없는 10월 11일
한편 윤 감독이 그날을 잊을 수 없는 이유도 따로 있다. 12시간에 이르는 대수술을 받아야 했던 아들 옆에 있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날은 아버지이기 이전에 감독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둘째 아들은 소이증으로 양쪽 귀의 모양과 크기가 다르다. 18개월에 구개열 수술을 비롯해 지금까지 7번의 전신마취가 필요한 대수술이 이어졌다. 특히 이번에 받은 수술은 인공귀를 만드는 것으로 머리의 신경을 연결하고 몸 속 연골을 빼야 하는 큰 수술이었다. 자칫하면 생명까지 위험할 정도였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 시작된 수술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경기가 끝나도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챙겨야 했기에 바로 병원으로 올라가지도 못했다. 그는 "아버지라는 사람이 아픈 아들 옆에 있지도 못했다"며 "아내가 혼자서 긴 시간동안 홀로 있어야 했다"고 미안함을 전했다.
"넌 키가 크니 테니스를 배워라"
한편 그는 대전 문창동 출신으로 대전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중학교 2학년 당시 선생님이 "키가 크니 테니스를 배워보라"고 말했다. 당시 테니스는 고급스포츠에 속했다. 라켓 하나가 2만 원으로 서민 월급 보름치에 이르는 가격이었다. 그래도 테니스가 좋아 계속해서 이어왔고 군대를 제대한 뒤 바로 지도자 생활에 돌입했다.
충남여중 테니스부를 시작으로 계광중에서 오랫동안 감독을 맡았다. 계광중에 있을 당시 30차례 전국대회를 재패하고 지역 팀으로는 유일하게 1년에 치러진 모든 전국대회에서 금메달을 가져왔다. 2008년 경 대한테니스협회로부터 우수지도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후 충남도청 테니스팀 소속 감독으로 들어온 뒤, 충남도에서 당진시로 테니스팀이 이관되며 당진시청 테니스팀을 2년 간 맡아 오고 있다.
그는 "그동안 당진시청 테니스팀 선수들이 노력한 덕에 좋은 성적을 많이 거뒀다"며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음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적어 선수들이 많이 위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진시청 테니스팀이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지속적인 성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요즘 사회는 1등이나 금메달만 우대해요. 동메달을 따야 은메달이 있고 은메달을 따야 금메달이 있어요. 금메달 보다 값진 것이 동메달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우리 선수들이 많이 노력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당진시청 테니스팀. 임용규, 오대성, 유다니엘, 신동학, 이태우
>>윤병기 감독은
-1960년 4월 생
-대전 문창동 출신, 대전중·고 출신
-1978년 충남여중 지도자 활동
-2013년 충남도청 테니스팀 감독
-2014년 당진시청 테니스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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