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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두둔해온 보수 기독교계의 태세 전환

최태민과 거리두기 나선 한국교회언론회, 꼬리 짜르기인가?

등록|2016.10.27 16:07 수정|2016.10.27 16:07

▲ 기독교계, 특히 보수 기독교계는 현 정부와 한 몸처럼 움직였다. 이런 보수 기독교계도 최순실의 국정 개입 파문이 지속되고, 그래서 최태민의 이름이 대중에 회자되는게 부담스럽나 보다. ⓒ 이희훈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이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최순실의 이름을 입에 올릴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름이 있으니, 바로 최순실의 아버지인 고 최태민 목사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최태민은 1975년 4월 대한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로부터 목사 안수를 받은 뒤 목사로 불렸다고 한다.

그런데 기독교계는 최 목사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는 게 불편한가 보다. 한국교회언론회(아래 언론회)는 26일 논평을 내고 "고 최태민씨를 '목사'라고 부르는 것은 매우 타당하지 못하다. 성직이 남발되는 것도 그렇지만, 성직자의 과정과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성직자로 인정해서는 안 되며, 이를 아무 여과 없이 함부로 성직자로 불러도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태민이 목사 안수를 받은 교단에 대해서도 "이런 교단은 현재 존재하지도 않고(당시는 이단/사이비 100여 개가 판을 쳤다고 함) 그가 신학교에서 신학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 오히려 그가 1970년대에는 서울과 대전 등지에서 병을 고쳐준다는 명목으로 사이비 교주 행각을 벌였다고 알려졌다"고 선을 그었다.

먼저 언론회란 단체를 알아보자. 언론회는 38개 교단 연합체로 '한국교회의 입'을 자처하며 주로 보수교단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언론회의 입장은 보수 기독교계의 속내와 거의 일치한다고 보면 된다. 이런 단체가 최태민의 호칭을 문제 삼고, 더 나아가 그의 행적과 선을 그은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기독교계, 특히 보수 기독교계는 현 정부와 한 몸처럼 움직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꺼내자, 보수 기독교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기다렸다는 듯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언론회만 보더라도 12.28위안부 합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개성공단 폐쇄 등 첨예한 논란을 일으킨 쟁점이 불거질 때마다 이 같은 쟁점에 환영의사를 표시했다. 말하자면, 정부의 대변자 노릇을 했다는 말이다.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 보수 기독교계도 부담스러운가?

이런 보수 기독교계도 최순실의 국정 개입 파문이 지속되고, 그래서 최태민의 이름이 대중에 회자되는게 부담스럽나 보다. 언론회 스스로 논평에 "기독교 '성직'이 세간에 오르내리는 것은, 저간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기독교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다"고 밝혀 놓았으니 말이다.

이 지점에서 보수 기독교계에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최태민이 목사로서 행적이 의심스러우니, 목사란 호칭을 쓰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면 그걸로 끝일까?

지난 3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렸다. 이 자리엔 박 대통령이 참석했다. 설교를 맡은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는 이렇게 설교했다.

"저는 수만 명을 섬기는 목회를 하지만 따뜻한 카리스마의 리더십을 발휘해서 비교적 다툼 없는 건강한 목회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야성과 안티세력이 생겨나는 걸 봅니다. 하물며 각자의 생각이 다른 5천만 명을 섬기고 수백 개국과 정상외교를 해야 하며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국정운영을 하시는 대통령님께서는 얼마나 힘들고 고달프실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때도 그랬지만, 최순실 국정개입이 불거져 나온 지금 다시 들춰보니 더욱 낯 뜨겁다. 국민을 섬기기는커녕, 정체도 불분명한 최순실이라는 사람에게 시시콜콜한 대소사는 물론 민감한 외교현안까지 보고하다시피한 대통령의 수고를 치하하고 있으니 말이다.

언론회는 어떤가? 26일자 <한겨레신문>은 "개성공단이 폐쇄될 무렵 최순실씨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최순실 지인의 언급을 인용해 보도했다. 즉, 개성공단 폐쇄에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언론회는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한 올해 2월10일, 즉각 논평을 냈다. 언론회의 논평 중 일부를 인용한다.

"우리 정부는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를 발표하였다. 북한이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드는 비용의 일부를 개성공단을 통해 조달하는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54000여 명의 북한 근로자가 있고, 우리나라 기업은 124개가 활동을 하고 있으며, 개성 공단을 통해 북한 당국에 유입되는 금액은 연간 1억 달러(한화 약 12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12년간 이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된 금액은 대략 6000억 원 정도가 된다고 정부가 발표하였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드는 비용이 회당 3000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이 중에 상당히 많은 금액이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에 들어갔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 대목은 '개성공단 자금이 북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정부 입장을 사실상 답습한 것이다. 이처럼 언론회는 정부가 중요한 정책결정을 할 때 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정부 입장을 두둔했다. 그런 언론회가 최 목사와 거리를 두고 나선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기독교계, 깊이 회개해야

그동안 보수 기독교계는 한국 고유 전통인 제사를 미신으로 치부해 왔고, 지자체가 기획하는 행사에 제례(祭禮) 성격이 가미돼 있으면 극력 반대해 왔다. 2015년엔 원희룡 제주지사가 탐라국 고·양·부 삼성 시조를 모시는 건시대제에서 제관인 초헌관을 맡기로 했다가, 자신의 신앙이 기독교임을 이유로 거부한 일도 있었다. 이때도 언론회는 "종교 자유 측면에서 당연한 일"이라며 원 지사를 치켜세웠다.

그런 기독교계가 최순실의 국정개입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최태민과 거리 두기를 시도한다. 대통령이 정체도 불분명하고, 항간에선 예지력이 있다고 알려진 최순실에게 국정을 사실상 위임했음에도 말이다. 그동안 행태로 보건데, 최순실이 '신통력'으로 국정을 사실상 위임통치 한 사실이 드러난 지금, 즉각 정권퇴진 운동을 벌여야 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무자격자에게 휘둘린데에는 기독교계의 책임도 크다. 대통령이 권력을 자의적으로 휘두르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홀대함에도 기독교계, 특히 보수 기독교계는 모른 척 했다. 오히려 쟁점 현안마다 정부와 대통령을 두둔했고,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기독교는 내리막길에 접어 들었다. 국내 최대 교세를 지닌 보수 장로교단인 예장통합의 경우 신도가 전년 대비 2만이 줄어들었다. 진보교단으로 자처하는 기장 교단 역시 2만 여명이 교회를 떠났다. 그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약한 자, 억울한 자의 눈물을 외면하고, 오로지 권력에 기대다가 권력에 금이 가기 시작하니 거리를 두는 이중적 행태 때문이다.

실로 한국교회는 깊이 뉘우쳐야 한다. 특히 소강석 목사는 석고대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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