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가 이런 소문 때문에 기 꺾이고..." 최순실 딸 앞장서 옹호한 새누리 의원 명단
2014년 특혜 의혹 불거지자 집단 항변, "정유라 옹호-장관직 연결 사실 아니다" 반박
▲ 지난 2014년 SBS와 인터뷰한 정유라씨. ⓒ SBS 갈무리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의 '정유라 옹호→장관 임명'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강은희 현 여성가족부 장관도 장관 임명 전 승마 특혜 의혹에 휩싸인 정유라씨를 옹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전현직 장관 뿐만 아니라, 당시 국회 교문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 상당수도 정씨를 옹호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323회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아래 교문위) 회의록(2014년 4월 11일)'에 따르면, 강 장관(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정씨 관련 문제제기에) 과장과 허위가 많다"라며 "이미 언론에 수없이 (정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자료가 나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명예회복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유진룡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향해서도 "명예회복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죠?"라고 물었고, 이에 유 전 장관은 "저희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있으면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이어 강 장관은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이 마치 사실인양 보도되고 (기자)회견이 있었다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라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지난 1월 김희정 전 장관에 이어 여성가족부 장관에 임명됐다. 김 전 장관은 정씨 옹호 발언을 한 뒤, 3개월 만에 장관직에 오른 것으로 확인돼(2014년 7월)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전 장관은 강 장관과 같은 회의장에서 "정치권에서 불공정한 세력과 결탁해 유망주(정유라)를 죽이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걱정이 든다. 어린 선수이지 않은가"라며 "(정씨가) 아주 오랫동안 훌륭하게 커 왔다.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 측 관계자는 3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당시 상황과 장관직이 연관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새누리, 교문위 소속 12명 중 7명이 '정유라 옹호'
▲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이 지난 2015년 2월 2일 오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이 열리는 의원총회장을 찾아 투표를 한 뒤 당시 유승민·원유철 후보, 이주영·홍문종 후보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강 장관, 김 전 장관 뿐만 아니라, 당시 새누리당 의원 상당수가 정씨를 옹호했다. 당시 교문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 12명(위원장 제외) 중 7명이 같은 회의석상에서 정씨를 둘러싼 특혜 의혹에 항변했다.
현재 교문위 간사인 염동열 의원은 "정 모 선수, 이름을 거론하지 않겠다. 어린 선수가 굉장히 상처를 받았을 거다"라며 "(정씨가) 대통령 측근이라고 하는데, 이미 국가대표에 오를 만한 자격이 있었던 선수다. 계속해서 1등을 해왔고, 당시의 기록, 언론보도도 유망 선수라고 했다.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염 의원은 "(문제제기 한 사람들이) 이 선수를 찾아가 사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쇼트트랙의) 안현수 선수를 (러시아에) 빼앗겼을 때 얼마나 분통을 터뜨렸나"라고 덧붙였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염 의원은 스스로 "제가 흥분해 죄송하다"라고 말할 정도로 강한 어조로 정씨를 옹호했다.
박인숙 의원은 "촉망받는 국가의 1등급 어린 승마선수가 이런 악성 루머 때문에 기가 꺾이고 인격모독을 당하는 일이 지금 벌어지는 것 같다"라며 "주무 장관은 철저히 조사하고 제보가 잘못된 거라면 사과를 꼭 받아내라"라고 말했다.
이에리사 전 의원은 "이 선수의 장래를 우리가 어떻게 책임질 건가. 그 점에서 너무 애석하다"라며 "정말 분명하게 책임질 수 있는 결과가 나와야 하고 그 선수의 심리적인 부분을 보상해줘야 한다고 장관에게 특별히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의원은 "왜 대통령이 이런 데 거론돼야 하나. 모든 내용이 지금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항의했다.
민주당 안민석 "조직적 대응, 누가 요청했을까"
▲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박윤옥 전 의원은 "훌륭한 선수는 보호하고 또 육성하고, 잘 지도해줘야 한다"라며 "(정씨 사례가) 무슨 외압이나 특혜를 준 그런 경우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전 의원은 "우수한 선수는 우리가 지원하고 격려해야 하며, 더구나 고등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선수인데, 이런 일로 인해 상처를 받지 않도록 우리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장실 전 의원은 "정유연(정씨 개명 후 이름)이라는 선수가 지금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들어봤나"라는 질문을 통해 유 전 장관의 정씨 옹호 발언을 이끌었다. 김 전 의원의 질문에 유 전 장관은 "(정씨가) 국가대표 선수로 선정되는 과정은 저희가 다시 또 조사를 해봤지만 특별하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도 등장한다. 김 전 차관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사로 꼽히다가, 지난 30일 사표를 제출했다.
당시 회의에서 김 전 차관은 "이 선수(정씨)가 과거에 유망주였고 지금도 마장마술에서는 고등학생으로서는 성인들과 똑같은 수준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라며 "이 선수가 이번에도 성인들과 함께 4위를 기록해 국가대표로 선발됐기 때문에 우리가 이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의원들이 "(이런 문제제기가) 포착되면 빨리 파악해 야당 의원들에게 자료를 주고 설득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추궁하자 김 전 차관은 연신 "죄송하다"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정씨의 특혜 및 박 대통령 측근 개입 의혹을 폭로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1일 취재진과 만나 "2014년 4월 8일 (대정부질문을 통해) 제가 (정씨 승마 특혜를 지적하며)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을 제기했는데, 4월 11일 새누리당에서 조직적으로 저를 공격했다"라며 "정부가 이에 반박 기자회견을 한 것도 이례적인 일인데, 상임위에서 7명의 여당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 의원은 "이 선수(정씨)가 아주 실력이 안 좋은 선수는 아니었지만, 여당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호위할 만한 우수한 선수는 아니었다"라며 "당시 50% 정도의 자신감을 갖고 대정부질문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례적으로 차관이 두 번이나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상임위에서 여당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보며 뭔가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또 안 의원은 "당시 여당 의원들은 같은 자료를 갖고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누가 자료를 만들었겠나"라며 "누가 조직적으로 발언하도록 요청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박인숙 의원 "이럴 줄 상상도 못해, 너무나 창피"
▲ 새누리당 ‘정유라 옹호’ 7인 - 2014년 4월 11일 교문위 중 ⓒ 소중한
그러나 당시 정씨를 옹호했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당시에는 잘 몰랐다"는 입장이다.
박인숙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은 당시 상상도 못했다. 우리도 피해자이고 이 상황에 너무 화가 난다"라고 해명했다. 즉, 당시만 하더라도 야당의 근거 없는 정치공세로 생각했다는 얘기였다. 박 의원은 이날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과 관련해 '이정현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에도 함께 했다.
박 의원은 "그때 (정유라 특혜 관련 질의에 방어하라는) '오더'는 절대 없었다. 지금과 같은 내막을 전혀 모르고 있는데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독하게 캐묻는 것이다"라면서 "그래서 (정씨의) 성적표를 봤더니 입상도 여러 차례 해서 '성적이 좋은데 부모가 누구라고 이러면 역차별 아니냐'라고 한마디 거든 것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초선이라 따로 (정씨와 관련) 질의서를 준비한 것도 아니고 성적표를 한번 받아 봤을 뿐인데 이제는 그 성적표도 믿을 수 없게 됐다"라며 "너무나 창피하고, (현 상황에 대한) 모멸감에 빠져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장관 측 관계자는 "그때까지 확인한 성적, 언론보도 등 자료를 보면 정씨는 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왔다"라며 "하지만 야당에서 이를 청와대 특혜라고 공격했고, 여당 입장에서 그것이 옳지 않다고 반박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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