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이주 여성들, '아열대 채소'로 자립 꿈꾼다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 다문화 창업교실 수료, 아열대채소 생산·판매 위한 협동조합 설립 추진
▲ ▲ 25일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아열대채소 시제품 품평회와 창업경진대회. ⓒ 바른지역언론연대
사천지역의 결혼이주여성들이 경제적인 자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아열대채소를 생산해 판매하는 창업교실을 수료해 농사와 사업을 어떻게 하는지 배웠다.
여성가족부의 '2016 지역다문화프로그램 공모사업'에 선정된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는 15명의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올해 5월부터 10월 말까지 '6차 산업을 활용한 다문화 창업교실'을 진행했다.
창업 소재가 된 아열대채소는 오크라, 모로헤이야, 인디언시금치, 롱빈, 공심채, 여주 등 동남아가 원산지로 동남아에서 한국으로 온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낯익은 작물이다. 기후 변화로 사천지역이 아열대 기후대에 편입되면서 재배가 가능하게 됐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창업대학원의 도움을 받아 주 1~2회 창업과 기술교육이 열렸다. 특히 사남면에 비닐하우스 1동을 설치해 아열대채소들의 씨를 뿌리고 재배해 수확의 기쁨도 맛봤다. 수확한 아열대 채소는 사천지역의 이주노동자들과 다문화가족에게 판매됐다.
▲ ▲ 결혼이주여성들이 아열대채소를 재료로 만든 빵과 쿠키. ⓒ 바른지역언론연대
창업교실 마지막 날인 지난 25일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에서는 아열대채소 시제품 품평회와 창업경진대회가 열렸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이날 직접 재배해 수확한 아열대채소 가공식품을 선보였다. 공심채 모닝빵과 인디언시금치 쿠키, 반미, 여주 돼지고기 볶음 등 종류가 다양했다.
참석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음에 따라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는 실제 결혼이주여성들이 아열대채소 재배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방법은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 우선 센터에서 운영 중인 '요리조리 아시아' 협동조합에 결혼이주여성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보다 더 구체적인 창업 준비를 하게 된다. 그 후 별도의 협동조합을 구성해 자립하는 것이 목표다.
필리핀 출신의 라까스페씨는 "아열대채소는 외국인들만 먹는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다"며 "아열대채소를 사천의 지역특산물로 만들고 더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열대채소는 현재 남해안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이나 농가에서 재배하고 있다. 그러나 결혼이주여성들이 직접 아열대채소를 재배하고 가공, 유통까지 도맡아 하는 곳은 사천이 유일하다.
▲ ▲ 결혼이주여성들이 아열대채소를 재료로 만든 요리. ⓒ 바른지역언론연대
아열대 채소는 최근 항노화 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 사업성도 충분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동남아에서 국민 채소로 사랑받고 있는 인디언시금치는 칼슘과 철분 등 영양소가 풍부하다. 식감이 좋아 고급 요리재료로 쓰이는 롱빈은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오크라는 암세포를 억제하는 뮤신성분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소비가 느는 추세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아열대채소 레시피를 개발할 계획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이런 꿈을 꿀 수 있는 건 사천 지역사회의 협력과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올해 아열대채소 재배는 비닐하우스 한 동을 한 시민의 도움으로 무상으로 빌릴 수 있었고 내년 농사를 위해 올해보다 더 큰 규모의 땅을 이미 임대했다. 또 지역의 한 봉사단체는 비닐하우스 설치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정기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장은 "센터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그동안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경제적 자립 모델이 없었는데 이유는 한국적인 것에 억지로 끼워 맞추기식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라며 "사천에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이 결혼이주여성들의 경제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전국적인 시범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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