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러시아 국영방송 "사드 배치 예정지 보고 싶다"
러시아 언론인들과 함께 한 여섯 시간 동안의 사드 기행
세 사람이 내려온다고 했다. 김천농민회 박경범 회장과 10월 31일 정오에 KTX 김천역사에서 만나기로 했다. 서울, 아니 러시아에서 온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초면인 이들을 어떻게 알아 볼 수 있으려나. 두 사람은 러시아인 그리고 한 사람은 한국인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낮 12시 3분 부산행 KTX가 도착했다는 역 구내 방송이 나왔다. 잠시 후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평일인데도 생각한 것보다 많았다. 최순실 급거 귀국 소식이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의 일상은 괘념치 않고 돌아가는 것 같았다. 다행히 사드 투쟁 취재를 온 기자들을 금세 알아 볼 수 있었다.
러시아인 두 사람, 한국인 한 사람. 남성이 둘, 여성이 하나. 한국인이 영어로 통역을 했다. 러시아 방송 특파원이지만 러시아어보다는 영어가 더 편하다고 한 그는 SPUTNIK TELLING THE UNTOLD(국영 라디오방송)의 한국 특파원(Correspondent)이라는 명함을 내게 전해 주었다.
러시아에서 온 두 사람은 TV CHANNEL 24 RUSSIA의 PD Julia V. Ponomareva와 카메라 맨 Olek Polischuck. 한반도 현안인 사드 문제와 남북 관계 그리고 강대국 사이에서 탈출구를 모색하는 한국의 외교정책을 취재할 목적으로 왔다고 했다. 정관계 인사들과의 인터뷰도 예정돼 있다고 했다.
국영 TV CHANNEL 24 RUSSIA는 우리나라 YTN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뉴스 전문 TV 채널이라고 했다. PD로 주 취재원(取材員)인 Julia V. Ponomareva는 국립 모스크바대 언론영상학부를 나온 재원으로 하루 동안의 동행에서 기자 정신을 잘 발휘했다. 끝까지 파고드는 모습에서 사실을 진실로 전화시키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민주 성지 성주. '민주'를 다시 강조해야 하는 현실이 조금은 서글펐다. 무작한 박근혜 정권 아래, 무너져 가는 민주주의 앞에 투쟁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는 그들이 고마웠다. 영남 지역의 콘크리트 지지만 믿고 성주를 사드 배치 최적지라고 발표한 박근혜 정권이 이런 강력한 반대 투쟁을 예상이나 했을까.
성주군청 뒤 문화원 마당에 투쟁의 공간을 마련해 두고 있었다. 사드 배치 지역이 읍내 성산포대에서 초전면 롯데 CC로 옮겨졌는데도 그들은 매일 300~400명이 모여 사드의 한반도 배치 철회를 외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성주 촛불집회 사회로 유명한 성주농민회 이재동 회장이 우리를 맞이했다.
무대도 아담했고 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천막들도 제각각 부여받은 일들을 잘 감당하고 있는 듯했다. 원불교와 천주교 성주성당의 천막도 보였다. 원불교는 사드 배치 지역인 롯데 CC와 500m를 사이에 두고 2대 종사 탄생지가 있다. 사드가 그곳에 배치된다면 원불교는 성지를 잃게 된다. 성지만 지켜내면 된다는 짧은 안목이 아니라 한반도 어디에도 사드가 배치되어서는 안 된다는 그들의 트인 주장이 고마웠다.
성주 투쟁 관련 인사들과 인터뷰를 하고 또 투쟁의 흔적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Julia(PD)와 Olek(카메라 맨)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후 1시가 넘고 있었다. 시장기가 발동될 즈음 우리는 근처 음식점으로 가서 점심 식사를 했다. 양식과 한식을 식성에 따라 주문했는데, 허기에 맛도 좋아 모두들 깨끗하게 해치웠다.
사드 배치 예정지인 롯데 CC로 들어가는 마지막 동네,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엔 사람들로 왁자지껄했다. 사드의 이곳 배치에 대한 불만들을 서로 토해내는 것 같았다. 사드가 아니었다면 조용하기만 했을 회관 앞마당에선 한 주민이 피켓을 든 채 일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내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는 사드 못 들어온다는 것이다.
롯데 CC에 배치한다는 사드가 지역 사회에 가져다 준 유익이 없지 않다. 1960년대 이후, 박정희와 박근혜는 우리 지역에서 만큼은 신성불가침한 인물이었다. 그들을 비판하면 바로 종북 빨갱이로 몰리기 십상이었다. 얽히고설킨 지역 연고에서 왕따의 삶을 각오할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짧지 않은 사드 투쟁을 통해서 사람이 아닌 정책을 보고 투표해야 한다는 지혜를 터득했다. 이것보다 더 귀한 소득이 또 있을 성 싶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사드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 낸다면…. 할 수 있다. 두 달 넘게 다져진 우리의 투쟁 의지가 그것을 충분히 해 낼 수 있을 것이었다.
외적 상황도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는가. 박근혜 정권의 실정은 지금 정권 유지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가 조직을 놔두고 40년 지기라는 한 개인(최순실)에게 국정을 의지해 농단한 것은 그냥 보아 넘길 사안이 아니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대통령이라면 해서는 안 될 개성공단 폐쇄가 최순실의 입김에 의한 것이란 믿기 힘든 말도 들린다.
한반도에 백해무익인 사드 배치 결정도 의아하기는 개성공단 폐쇄 못지 않다. 그 방면에 정통한 국회의원들이 사드 배치에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그것을 밝혀내겠다고 공언했다. 정말 그런 요소가 조금이라도 작용했다면 사드 배치는 원천 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 투쟁의 미래는 밝고 승리는 따라서 '따 놓은 당상'이다.
원불교 2대 정산(鼎山) 송규(宋奎) 종사(宗師) 관련 유적지 취재에는 김원명 교무가 응대했다. 그는 생가 및 기념 교당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다. 김 교무는 타고 난 일꾼으로 유적지 관리뿐 아니라 농사까지 지어 자급자족하고 남는 것으로 소외받고 있는 이웃을 돕는다고 한다. 불교 사찰의 대웅전(大雄殿) 격인 대각전(大覺殿)에는 정산 종사의 성화가 모셔져 있었다.
정산 종사의 생가는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었다. 기와집과 초가가 병존하고 있는 가옥 구조였는데, 초가집이 바로 정산 종사께서 어릴 때 거한 본채인 것 같았다. 두 러시아 언론인은 사드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지만 민족 고유 종교인 원불교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많다는 것을 감추지 않았다. 통역을 맡은 이상현 특파원은 원불 단어를 영어로 통역하느라 진땀을 뺐다.
Julia V. Ponomareva 피디는 사드 배치 예정지인 롯데 CC를 직접 보고 싶다고 했다. 정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길목인데도 일단의 경찰들이 진을 치고 감시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정문에 접근하자 젊은 관리인 두 사람이 사유지이니 차를 돌리라고 했다.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 그렇다고 물러날 우리가 아니다.
거기서 인터뷰를 했다. 내가 인터뷰어로 섰다. Julia 피디는 성주 땅인데 왜 김천시민들이 이곳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가, 롯데 CC 땅이 1천 억 원이 넘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롯데와 정부 간의 계약 과정이 어디까지 진척된 것 같은가, 사드 전자파의 직접적 영향을 받을 김천 주민들의 수와 사드배치반대김천대책위의 향후 투쟁 방향 등을 질문했다.
Julia 피디는 여기까지의 취재가 성에 차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롯데 CC에 들어가서 피해 지역으로 알려진 김천 쪽을 조망하며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전박대로 돌아서야 하다니. 그 때 함께 온 초전면 주민 김승화씨가 골프장 뒤로 가면 김천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가 나온다고 했다. 차로 가서 산길 가장자리에 주차하고 20 분가량 걸어 올라가면 된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 곳이 있었다. 그러니까 골프장 북쪽 경계에 해당하는 지점이었다. 그곳에서 보니 농소와 남면은 말할 것도 없고 혁신도시가 들어 서 있는 율곡동까지 훤히 내려다 보였다. 막혀 있는 김천이 혁신도시를 발판으로 웅비의 나래를 펼칠 계획이었지만 날개가 꺾일 위기에 놓여있는 것이다.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더니, 우리 김천도 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가 어느 정도 대중화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농촌 사람들에겐 사치스런 스포츠에 속한다. 산등성이인데도 달걀 같은 골프공이 여러 개 드문드문 보였다. 경계 넘어 이 골프공을 넘기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눈에 그려졌다. 그러나 사드란 녀석 때문에 이런 환호가 이곳에서 사라질 날도 멀지 않다고 생각하니 힘이 쭉 빠졌다. 그렇다고 결코 물러날 우리가 아니지!
이들이 처음 계획하기는 성주 촛불집회 장소와 원불교 성지 그리고 롯데 CC를 취재한 다음 김천의 촛불집회 장소에 와서 현장을 취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깜박 하고 카메라 프래시를 챙기지 못해 밤 취재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시계를 보니 오후 5시 30분.
시간을 내어 김천 촛불집회에 꼭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급하게 달린다면 오후 6시 KTX를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제 시간에 도착하여 고속철도를 탔다. 하루 24시간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6시간을 그들과 함께 보냈다. 헤어지면서 Julia에게 크리스찬이냐고 물어 보았다. 그렇다고 하면서 라틴 정교회 교인이라고 답했다.
다시 만남을 기약하는 것은 첫 만남이 좋았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우리의 투쟁 이야기를 좋은 기사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See you again'이라고 서로 인사를 나누었지만 그게 언제일지는 모른다. 사드 배치가 철회되고 우리의 투쟁이 승리하는 날이 바로 그 날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며 김천역 촛불집회 장소를 향해 차를 달렸다. 어둠이 짙어지고 있었다.
낮 12시 3분 부산행 KTX가 도착했다는 역 구내 방송이 나왔다. 잠시 후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평일인데도 생각한 것보다 많았다. 최순실 급거 귀국 소식이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의 일상은 괘념치 않고 돌아가는 것 같았다. 다행히 사드 투쟁 취재를 온 기자들을 금세 알아 볼 수 있었다.
러시아인 두 사람, 한국인 한 사람. 남성이 둘, 여성이 하나. 한국인이 영어로 통역을 했다. 러시아 방송 특파원이지만 러시아어보다는 영어가 더 편하다고 한 그는 SPUTNIK TELLING THE UNTOLD(국영 라디오방송)의 한국 특파원(Correspondent)이라는 명함을 내게 전해 주었다.
러시아에서 온 두 사람은 TV CHANNEL 24 RUSSIA의 PD Julia V. Ponomareva와 카메라 맨 Olek Polischuck. 한반도 현안인 사드 문제와 남북 관계 그리고 강대국 사이에서 탈출구를 모색하는 한국의 외교정책을 취재할 목적으로 왔다고 했다. 정관계 인사들과의 인터뷰도 예정돼 있다고 했다.
국영 TV CHANNEL 24 RUSSIA는 우리나라 YTN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뉴스 전문 TV 채널이라고 했다. PD로 주 취재원(取材員)인 Julia V. Ponomareva는 국립 모스크바대 언론영상학부를 나온 재원으로 하루 동안의 동행에서 기자 정신을 잘 발휘했다. 끝까지 파고드는 모습에서 사실을 진실로 전화시키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민주 성지 성주. '민주'를 다시 강조해야 하는 현실이 조금은 서글펐다. 무작한 박근혜 정권 아래, 무너져 가는 민주주의 앞에 투쟁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는 그들이 고마웠다. 영남 지역의 콘크리트 지지만 믿고 성주를 사드 배치 최적지라고 발표한 박근혜 정권이 이런 강력한 반대 투쟁을 예상이나 했을까.
▲ 사드반대 책갈피(성주투쟁위에서 준 선물)사드반대 성주투쟁위에서 준 책갈피 선물. '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글귀가 선명하게 박혀 있다. ⓒ 이명재
성주군청 뒤 문화원 마당에 투쟁의 공간을 마련해 두고 있었다. 사드 배치 지역이 읍내 성산포대에서 초전면 롯데 CC로 옮겨졌는데도 그들은 매일 300~400명이 모여 사드의 한반도 배치 철회를 외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성주 촛불집회 사회로 유명한 성주농민회 이재동 회장이 우리를 맞이했다.
무대도 아담했고 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천막들도 제각각 부여받은 일들을 잘 감당하고 있는 듯했다. 원불교와 천주교 성주성당의 천막도 보였다. 원불교는 사드 배치 지역인 롯데 CC와 500m를 사이에 두고 2대 종사 탄생지가 있다. 사드가 그곳에 배치된다면 원불교는 성지를 잃게 된다. 성지만 지켜내면 된다는 짧은 안목이 아니라 한반도 어디에도 사드가 배치되어서는 안 된다는 그들의 트인 주장이 고마웠다.
▲ 성주 촛불집회 장소에서의 인터뷰성주농민회 이재동 회장이 100일를 넘긴 성주 투쟁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 이명재
성주 투쟁 관련 인사들과 인터뷰를 하고 또 투쟁의 흔적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Julia(PD)와 Olek(카메라 맨)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후 1시가 넘고 있었다. 시장기가 발동될 즈음 우리는 근처 음식점으로 가서 점심 식사를 했다. 양식과 한식을 식성에 따라 주문했는데, 허기에 맛도 좋아 모두들 깨끗하게 해치웠다.
사드 배치 예정지인 롯데 CC로 들어가는 마지막 동네,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엔 사람들로 왁자지껄했다. 사드의 이곳 배치에 대한 불만들을 서로 토해내는 것 같았다. 사드가 아니었다면 조용하기만 했을 회관 앞마당에선 한 주민이 피켓을 든 채 일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내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는 사드 못 들어온다는 것이다.
롯데 CC에 배치한다는 사드가 지역 사회에 가져다 준 유익이 없지 않다. 1960년대 이후, 박정희와 박근혜는 우리 지역에서 만큼은 신성불가침한 인물이었다. 그들을 비판하면 바로 종북 빨갱이로 몰리기 십상이었다. 얽히고설킨 지역 연고에서 왕따의 삶을 각오할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짧지 않은 사드 투쟁을 통해서 사람이 아닌 정책을 보고 투표해야 한다는 지혜를 터득했다. 이것보다 더 귀한 소득이 또 있을 성 싶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사드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 낸다면…. 할 수 있다. 두 달 넘게 다져진 우리의 투쟁 의지가 그것을 충분히 해 낼 수 있을 것이었다.
외적 상황도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는가. 박근혜 정권의 실정은 지금 정권 유지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가 조직을 놔두고 40년 지기라는 한 개인(최순실)에게 국정을 의지해 농단한 것은 그냥 보아 넘길 사안이 아니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대통령이라면 해서는 안 될 개성공단 폐쇄가 최순실의 입김에 의한 것이란 믿기 힘든 말도 들린다.
한반도에 백해무익인 사드 배치 결정도 의아하기는 개성공단 폐쇄 못지 않다. 그 방면에 정통한 국회의원들이 사드 배치에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그것을 밝혀내겠다고 공언했다. 정말 그런 요소가 조금이라도 작용했다면 사드 배치는 원천 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 투쟁의 미래는 밝고 승리는 따라서 '따 놓은 당상'이다.
원불교 2대 정산(鼎山) 송규(宋奎) 종사(宗師) 관련 유적지 취재에는 김원명 교무가 응대했다. 그는 생가 및 기념 교당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다. 김 교무는 타고 난 일꾼으로 유적지 관리뿐 아니라 농사까지 지어 자급자족하고 남는 것으로 소외받고 있는 이웃을 돕는다고 한다. 불교 사찰의 대웅전(大雄殿) 격인 대각전(大覺殿)에는 정산 종사의 성화가 모셔져 있었다.
▲ 러시아 취재진들과 함께 정산 종사 생가에서정산 종사 생가 초가집 앞에서 취재진과 함께(왼쪽부터 이상현 특파원, Julia 피디, 필자, 김원명 교무, Olek (영상 기자) ⓒ 이명재
정산 종사의 생가는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었다. 기와집과 초가가 병존하고 있는 가옥 구조였는데, 초가집이 바로 정산 종사께서 어릴 때 거한 본채인 것 같았다. 두 러시아 언론인은 사드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지만 민족 고유 종교인 원불교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많다는 것을 감추지 않았다. 통역을 맡은 이상현 특파원은 원불 단어를 영어로 통역하느라 진땀을 뺐다.
Julia V. Ponomareva 피디는 사드 배치 예정지인 롯데 CC를 직접 보고 싶다고 했다. 정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길목인데도 일단의 경찰들이 진을 치고 감시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정문에 접근하자 젊은 관리인 두 사람이 사유지이니 차를 돌리라고 했다.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 그렇다고 물러날 우리가 아니다.
▲ 롯데CC 정문 앞에서의 인터뷰성주군 초전면에 위치한 롯데 CC에 사드가 배치되는데 김천시민이 반발하는 이유와 사드반대김천투쟁위의 향후 투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필자(롯데 CC 정문 앞에서). ⓒ 이명재
거기서 인터뷰를 했다. 내가 인터뷰어로 섰다. Julia 피디는 성주 땅인데 왜 김천시민들이 이곳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가, 롯데 CC 땅이 1천 억 원이 넘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롯데와 정부 간의 계약 과정이 어디까지 진척된 것 같은가, 사드 전자파의 직접적 영향을 받을 김천 주민들의 수와 사드배치반대김천대책위의 향후 투쟁 방향 등을 질문했다.
Julia 피디는 여기까지의 취재가 성에 차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롯데 CC에 들어가서 피해 지역으로 알려진 김천 쪽을 조망하며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전박대로 돌아서야 하다니. 그 때 함께 온 초전면 주민 김승화씨가 골프장 뒤로 가면 김천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가 나온다고 했다. 차로 가서 산길 가장자리에 주차하고 20 분가량 걸어 올라가면 된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 곳이 있었다. 그러니까 골프장 북쪽 경계에 해당하는 지점이었다. 그곳에서 보니 농소와 남면은 말할 것도 없고 혁신도시가 들어 서 있는 율곡동까지 훤히 내려다 보였다. 막혀 있는 김천이 혁신도시를 발판으로 웅비의 나래를 펼칠 계획이었지만 날개가 꺾일 위기에 놓여있는 것이다.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더니, 우리 김천도 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가 어느 정도 대중화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농촌 사람들에겐 사치스런 스포츠에 속한다. 산등성이인데도 달걀 같은 골프공이 여러 개 드문드문 보였다. 경계 넘어 이 골프공을 넘기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눈에 그려졌다. 그러나 사드란 녀석 때문에 이런 환호가 이곳에서 사라질 날도 멀지 않다고 생각하니 힘이 쭉 빠졌다. 그렇다고 결코 물러날 우리가 아니지!
▲ 사드 기행을 마치고 참석자들과 함께 단체사진여섯 시간 동안의 사드 여행을 끝낸 뒤 승리의 구호를 외치며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 이명재
이들이 처음 계획하기는 성주 촛불집회 장소와 원불교 성지 그리고 롯데 CC를 취재한 다음 김천의 촛불집회 장소에 와서 현장을 취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깜박 하고 카메라 프래시를 챙기지 못해 밤 취재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시계를 보니 오후 5시 30분.
시간을 내어 김천 촛불집회에 꼭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급하게 달린다면 오후 6시 KTX를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제 시간에 도착하여 고속철도를 탔다. 하루 24시간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6시간을 그들과 함께 보냈다. 헤어지면서 Julia에게 크리스찬이냐고 물어 보았다. 그렇다고 하면서 라틴 정교회 교인이라고 답했다.
다시 만남을 기약하는 것은 첫 만남이 좋았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우리의 투쟁 이야기를 좋은 기사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See you again'이라고 서로 인사를 나누었지만 그게 언제일지는 모른다. 사드 배치가 철회되고 우리의 투쟁이 승리하는 날이 바로 그 날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며 김천역 촛불집회 장소를 향해 차를 달렸다. 어둠이 짙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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