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인원감축이 제일 불안... 비 와도 강행할 때 많죠"

[인터뷰③] 파업투쟁에 나선 철도전기노동자 조광현씨

등록|2016.11.04 12:07 수정|2016.11.04 15:37

파업 투쟁중인 철도전기노동자 조광현씨점심 식사 시간을 이용하여 그를 만났다. ⓒ 김병준


기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앞으로 내달리는 투박한 모양의 열차다. 하지만, 지금 기차들은 검은 연기를 뿜어내지 않는다. 대신 차량 위에 길게 연결된 전선과 연결된 채 철로 위를 하염없이 내달린다. 철도 파업이 40여일에 이르는 시점에서, 동력을 공급하고, 통신을 통해 기관차와 역을 연결하고, 신호를 통해 철도 위의 모든 것을 제어하는 철도전기노동자 조광현씨를 만났다.

"철도에서 전기는 크게 4종류로 구분돼요. 전철전력, 변전, 통신, 신호. 각각의 업무는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죠. 전철전력은 전력공급 위주, 변전은 전기를 철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업무, 통신은 무전기, 광통신 등으로 열차와 역, 열차와 열차간의 소통, 신호는 철도 내에 있는 모든 신호와 관련된 업무예요. 특히 신호는 철도신호가 따로 분류되어 있어서 업무의 특수성이 강해요."

기차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기관사와 기차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동력인 전기를 공급해주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서로 소통하고, 신호를 통해 움직임을 제어하는 등 다른 여러 분야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것이다.

"각각의 업무 특수성이 강한 편인데, 지금 사장은 '멀티플레이어'를 만들겠다면서 여러가지 업무를 다 할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죠. 각 업무의 특성이 있고, 경험이 쌓여야 일을 잘 할 수 있는 것인데, 이거저거 경험만 해서는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응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25000V(볼트)의 고전압을 만지는 전기 업무. 전문성과 경험이 매우 중요한데, 공사 측에서는 여러 가지 업무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순환전보 등을 통하여 철도노조에서도 지난 10월 21일 코레일 홍순만 사장이 밝힌 이러한 계획에 대해 적극 비판하고 나선 바 있다.

"특히 신호 업무 같은 경우는 철도 신호가 별도로 운영되는 관계로 전혀 새로운 영역이에요. 전기 내에서도 업무 배치 전환을 시도했던 적이 있어요. 어쩌다 한두명이 이동할까 신호 업무는 거의 독자적으로 진행되고 있지요. 그런 상황에서 멀티업무라고만 주장하고 있으니,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는 거죠."

실제 전기 업무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멀티 업무 담당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업무의 특성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여러 종류 업무를 하도록 해서는 전문성도 떨어지고, 더 많은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인원이 감축된 게 제일 불안해요. 예전에는 날씨에 따라 업무 조정이 가능하거나, 야간작업도 조정 등을 통해서 진행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지금은 그 날에 하지 못하면 다시 시간을 잡기 어려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강행하는 경우가 많죠. 위험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거예요. 안전위해요소가 많아져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거죠."

이런 전기를 관리하는 것이 그들의 일자료제공: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 ⓒ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


또, 인원감축이다. 공사측의 무리한 인원감축이 위험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은 철도 내의 어느 부서에서도 공통된 지적이다. 전기 업무의 경우 5~6년 사이 조합원이 100여명 감축되었다고 한다. 자연감소(정년퇴직등)한 인원을 보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5~6명이 함께 하던 업무를 3~4명이 진행하면서 업무의 효율성도 떨어지고, 위험도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 파업에 참여한 인원보다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인원이 더 많아요. 공사 측도 인원이 적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례가 될 수도 있겠죠. 또, 대체인력도 협력업체를 통해서 투입하고 있어요. 일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증거죠. 아무 연관없는 사람들을 데려오면 못할 수도 있으니까 협력업체를 통해서만 투입하는 거죠. 그래도 현장에서는 많은 도움이 안될 거예요. 우리 직원들이 하는 뒤치다꺼리 정도만 하고 있을 걸요."

전기 노동자로서의 자부심이 읽히는 부분이다. 반대로 현 상황에 대한 아쉬움도 읽을 수 있다. 인원감축, 멀티업무 등 효율성만을 강요하고 있는 공사측과 이와 반대로 전문성, 인원보충 등을 통한 안전을 요구하는 노조측 주장이 파업 현장에서도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주장대로라면 노조측 주장이 판정승 아닐까?

"전기나 신호는 지금 당장에 어떤 영향이 있지는 않을 거예요. 장애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고치는 업무보다는 매일점검, 주별점검, 월별점검 등 예방점검 업무가 더 많을 정도로 점검을 중요시해요. 그래서 당장에는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죠. 하지만, 조그마한 장애라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도 커요. 그래서 전문성과 경험이 매우 중요한 직종이죠. 파업이 장기화되면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파업이 장기화되면 나타날 수도 있는 사소한 장애가 큰 사고로 이어지지나 않을지 걱정과 우려가 읽힌다. 철도노조에서는 교섭을 통하여 '성과연봉제'를 노사 합의하에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철도공사측은 '이사회'를 통하여 의결한 후 특별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근로조건'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 '성과연봉제'는 노사간의 교섭 대상이라는 것이 철도노조의 입장이다.

"파업. 노동자들은 결코 파업을 좋아하지 않아요. 월급도 받을 수 없고, 집에서도 눈치 보이고, 현장에서는 압력도 들어오고. 하지만 성과연봉제는 결국 성과퇴출제가 될 것인데, 나 뿐만 아니라 내 옆의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파업에 함께 해야죠. 나중에 내가 쫓겨날지, 내 옆의 동료가 쫓겨날지 누가 알겠어요. 그래서 파업에 함께 하고 있어요."

힘겨워 보이는 표정파업이 길어지면서 힘도 들지만, 다시 힘을 내어 투쟁하겠다고 말한다. ⓒ 김병준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강력히 집행하겠다는 철도공사와 정부. 이 모든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성과연봉제를 저지하겠다는 철도노조의 평행선은 도무지 맞닿을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불편과 고통을 감수하는 것은 철도를 이요하는 시민들과 노동자들 뿐이다. 철도공사와 정부는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철도노조의 파업 투쟁을 나몰라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파업. 힘들지만 승리할 때까지 투쟁하겠습니다. 많은 지지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철도 공사에 항의하는 것도 함께 해주시면 고맙겠고요."

철도공사에서 대화에 나와야 한다. 노조와의 협의를 통하여 '근로조건 변경'을 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국민들이 철도공사의 막가파식 정책 추진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힐 때,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철도노동자 조광현씨. 파업으로 인해 지친 그의 어깨에 조그마한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응원일 것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