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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힘 vs. 순실의 힘

[살며 사랑하며 29]

등록|2016.11.04 16:19 수정|2016.11.04 16:45
"자기야! 됐다! 됐어~~."

그밤에 울리던 아내의 희색은 이루말할 수 없는 기쁨이었습니다. 생전 처음 '내집'에 당첨된 날 입니다. 저희는 지역에서 40세 이상 무주택자 1순위라 경쟁율이 낮았지만 일반 분양은 무려 400대 1이었으니 바늘구멍이기도 했습니다.

저희 세대에 결혼한 사람치고 '내집'에 대한 희망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아내 역시 그렇게도 '내집'을 갖고 싶어 했습니다. 결혼 후 12년 동안 무려 여덟 차례나 이사를 하고 나서야 마침내 집이 생겼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내가 집을 갖고 싶어 한 것처럼 집도 아내 이름으로 돼 있습니다. 처음 내집에 새 가구를 들이며 이사하던 날, 오랜 꿈 하나가 이루어진 첫날밤 아내는 물론 꼬맹이들까지 온식구가 기뻐했습니다.

마음에 오래 품었던 일들이 이뤄지면 그리 즐겁습니다. 사는 동안 모두가 몇 차례 경험하게 됩니다. 사실 우리는 평생 그것을 겪어왔습니다. 단지 그 이뤄진 일이 마음에 품었기에 일어났다고 생각하지 않을 뿐입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이뤄지면 의식을 못하거나 그냥 노력의 결과로 이해하고 넘어왔기에 마음에 먼저 품었던 사실은 잊힙니다. 마음에 품지 않은 노력이란 있을 수 없지요. 마음에 품은대로 행동하게 되고 어떤 모양으로든 결실을 맺습니다.

마음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담배를 끊은 사람은 모두 저 마음의 힘을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그것이 마음의 힘인줄 모를 뿐입니다. 누구나 한번쯤 다이어트를 경험했을 것입니다. 그냥 살이 빠질리 없지요. 별의 별 방법을 다 동원합니다. 살을 빼겠다고 마음먹으면 우리의 몸은 그 작정대로 반응을 합니다. 덜먹게 되고, 늦은 밤에 안먹고 기타등등 해서 실제로 살이 빠집니다. 하지만 금연이나 다이어트는 무척 힘이 듭니다. 한두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가기도 하지요. 처음부터 마음의 힘을 의식하지 못하고 시작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듭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요.

마음이 가는 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마음 먹은대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마음 안을 잘 살피면 지금 어디로 가는지가 보일 것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품기에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갑니다.

'아니,  마음에 품는다고 다 이루어지나.'

아니겠지요. 마음에 품은 것이 이뤄지고 아니고는 무엇을 어떻게 품느냐에 달렸습니다. 내가 원하는 그 마음을 다른 사람도 품기 때문입니다. 내가 원하는 바와 주변의 다른 사람이 원하는 바가 다를 때 서로의 마음에 보이지 않는 경계가 생기고 그것은 곧 갈등으로 드러납니다. 투쟁이지요. 그래서 마음을 잘못 품으면 사는게 힘들어집니다.

'그럼, 마음에 제대로만 품으면 모든 일이 이뤄진단 말인가'

그럴리가요. '모든'이란 의미없는 말입니다. 오직 내것에 집착하는 사람이 이웃과 나라의 안녕을 진정으로 마음에 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마음에 품느냐가 그 사람이 누구인가를 나타내기에 '모든'이란 어림없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마음에 제대로 품어 이루어지는 일을 두세 차례만 의식적으로 경험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세상이 돈과 권력으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굴러가는 세상인 것이 보일테니까요. 더욱이 마음을 제대로 품는 일은 돈이 안듭니다.

그 마음에 품은 것이 불쑥 불쑥 눈앞에 현상으로 나타나게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품어야 제대로 품는 것인지를 깨달아가는 것이 평생의 과제일 것 같습니다.

마음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요, 내 마음이 불편하면 상대방이 그것을 느낍니다. 나와 너의 마음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에 그렇습니다. 그것이 공동의 목표로 연결될 때 너와 나는 '한 마음'이라고 합니다. 그 '한 마음'의 힘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합니다. 그래서 일 개인이 품어서 개인적인 일들이 성취되듯이 여럿이 함께 품을 때 공동의 염원이 이루어집니다. 문제는 그것이 진실된 마음이냐, 아니면 거짓된 마음이냐에 따라서 모양이 정반대로 나타날 것입니다.

여럿이 함께 분노와 증오를 품으면 IS의 길로 갈수 있고, 평화와 사랑을 품으면 넬슨 만델라와 마하트마 간디의 길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간디가 마음에 영국 제국주의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품었다면 인도는 여전히 피로 물들고 제국의 속박 아래 있을지도 모릅니다. 세계 여러 나라가 지금도 내전으로 무고한 피를 흘리며 총칼을 겨누고 있는 이유는 그들의 마음에서 분노와 증오를 키우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칼로 일어선 자가 칼로 망하는 것을 수없이 봐왔습니다. 지난날 이 나라 최고 권력자들이 법정에서 수의 입은 모습을 똑똑히 봐왔습니다. 그들은 마음에 품은대로 그들의 길로 갔기 때문입니다. 그 모양을 또 볼 것 같아 심히 안타깝습니다. 지금 그녀는 그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 합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단연코 분노와 증오의 길이 아닙니다. 분노와 증오는 폭력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간디가 가진 진실의 힘은 3억 인도인의 혼을 깨울 만큼 큰 힘이었습니다. 소금행진을 이끌었던 간디의 마음에 증오가 아닌 평화가 서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자신의 길을 가는 동안 우리의 방향과 목표는 그녀가 아닌 우리 내부의 마음입니다.

우리 마음에 품는 진실의 힘은,
거짓을 넘어 평화로 가득찬 촛불의 힘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 지난 3일 밤 800여명의 대전시민들이 대전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타임월드 백화점 앞에서 '하야하라 박근혜! 대전시민 촛불행동'을 열고 거리행진을 벌였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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