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나라... 손녀에게 "훌륭한 사람 되라"고 말 못하겠다
[하부지의 육아일기 75] 네 살 손녀에게 '공부 열심히 하면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했는데...
▲ 손녀 콩콩이신장 100 cm 체중 12.7 kg / 4 살 콩콩이가 훌쩍 자랐다. 그림도 그리고 한글로 이름도 쓴다. 사실은 엄마가 써준 대로 그릴 뿐이지만... ⓒ 문운주
온 나라가 시끄럽다. 보편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 국민 통합을 주장하던 정치인, 문화 융성의 의미, 가치의 혼돈에 빠졌다. 자괴, 절망, 허탈감에 힘이 빠지고 정신이 멍해졌다. 공부의 신 강성태도 "이 나라는 답이 없다. 공부하지 마라"라고 말한다.
손녀 콩콩이가 4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 8개월째다. 키도 크고 체중도 늘었다. 집에 오면 의기양양하다. 노란 가방에 가뜩 뭔가 가져와서 자랑을 늘어놓는다. 장난감도 만들어 보이고 동화책도 읽는 시늉을 한다. 우리 아이가 천천히 성장해간다.
▲ 콩콩이한글 공부에 여념이 없다. 이름을 쓰는 연습을 하고 있다. ⓒ 문운주
▲ 콩콩이이름을 쓰는 연습중이다. 처음으로 이름을 썼다. ⓒ 문운주
3일 현관에 들어서지 마자 A4 용지 1장을 들이민다. 기분이 최고, "할아버지, 할아버지..." 숨이 가쁘다. 한글로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가족 카톡 방에 올렸다. 외숙모, 삼촌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손녀의 이름 쓴 종이를 벽에 붙였다.
손녀 콩콩이가 생후 42개월 만에 이름을 썼다. 친척, 가족들이 축하해줬다. 이런 조그만 꿈이, 희망이 허망하게 느껴졌다.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말을 감히 할 수 없다. 훌륭한 사람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 혼란스럽다.
가을이다. 단풍이 곱게 물들고 낙엽이 바람에 날린다. 갑자기 온도가 내려갔다. 사람들이 몸을 움츠린다. 그러나 아무리 추어도 움츠리지 말자. 잘못됐으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갈기갈기 찢어진 마음을 치유할 방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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