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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탈당하겠다'던 박 대통령 새누리 김무성 뒤늦게 '화답'

김 전 대표 "대통령 당적 버려 보수의 궤멸 막아야", 오세훈 도 가세

등록|2016.11.07 12:26 수정|2016.11.07 15:32

김무성 '박 대통령, 당적 버려야"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하고 있다. ⓒ 남소연


[기사보강: 7일 오후 3시 32분]

김무성 의원(새누리당 전 대표)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

특히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이 2년 전 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자신이 먼저 탈당을 요구한 사실이 있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비박근혜계가 김 의원을 앞세워 대통령과의 정치적 절연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대응을 주목할 만하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대통령께서는 당의 제1호 당원으로서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당을 살려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당적을 버려야 한다"면서 "그렇게 해서 우리 당의 지지기반인 보수의 궤멸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2014년 7월 14일 전당대회에서 친박근혜계의 서청원 의원을 누르고 대표에 선출됐지만, 대표직 재임 기간에는 "당·청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2015년 7월 박 대통령이 자신과 불화를 빚은 유승민 원내대표 사이에 '양자택일'을 요청하는 상황에서도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관철시키는 편에 서기도 했다.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이 언급될 때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추운 겨울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었다. 이 정권은 박근혜 정권이자 새누리당 정권이다. (당과 청은) 한 몸인데, 당은 대통령이 하는 일을 뒷받침하고 베이스가 돼야 한다" (2015년 6월 3일)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께서 거의 지금까지 만들다시피 한 당인데, 그런 일(탈당)이 절대 있을 수도 없고, 있게 하지도 않겠다"(같은 해 6월 26일)

그러나 김 의원의 7일 기자회견 어조는 180도 달라졌다.

"헌법의 최종 수호자인 대통령이 헌법을 훼손하며 국정을 운영했습니다. 국민이 위임한 대통령직이라는 공적 권력이 최순실 일가가 국정을 농단하고 부당한 사익을 추구하는 데 사용됐습니다...(중략) 현 정국 상황은 국정 마비를 넘어 국정 붕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직 수행을 인정하지 않고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 국정 표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헌법 가치를 위반한 대통령은 탄핵의 길로 가는 것이 헌법정신이나, 국가적으로 너무나 큰 충격이고 국가의 불행이자 국민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중략)  국정 표류의 시발점이 된 대통령께서는 국민에 대한 도리, 지지층에 대한 도리, 당에 대한 도리를 지켜야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날의 기자회견이 대통령의 2년 전 탈당 발언에 대한 '뒤늦은 응답'이라는 점이다.

김무성, 박 대통령 탈당 촉구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하고 있다. ⓒ 남소연


국민일보(2015년 6월 2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014년 7·14 전당대회 다음날 김무성 새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야당이 정부를 공격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여당이 공격하면 정부는 일할 수 있는 힘을 잃게 된다. 새누리당이 만약 그렇게 하면 내가 여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과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진행중이었는데, 박 대통령의 발언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행적 조사 등을 수용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졌다.

이듬해 6월에는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선출된 유승민 의원이 국회의 시행령 수정권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에 합의해준 뒤 박 대통령이 '원내대표 퇴진' 압박을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당시 대표였던 김 의원이 박 대통령의 편을 들어준 배경에는 대통령의 탈당이 엄포가 아닐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도 다음날 김 의원은 서울대 특강에서 "그런 일은 없었다고 확실히 말씀드린다"고 전면 부인했지만, 7일 기자회견에서는 말을 다시 뒤집었다.

- 처음 대표된 후 2014년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 대통령이 탈당 가능성 언급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부인했다. 그렇게 해석할 만한 발언이 있었나?
"(한참 생각한 뒤)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일이 한 번 있었다. 그러나 더 말씀드리는 것은적절하지 않다."

김 의원과 가까운 측근 의원은 "실제로 그런 발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때는 누가 대표라도 부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상황 변화'를 설명했다.

'친박' 이장우 "김무성, 여당 대권주자인지 의심이 들 정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야당과의 합의를 통한 거국중립내각의 구성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중립내각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탈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책임총리를 통해 초당적인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고, 대통령은 2선으로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두 사람의 대통령 탈당 요구는 친박과 비박의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다.

친박계의 이장우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2014~2015년 최순실과 차은택 등이 활개치고 다니던 시절, 현 정부 전성기 2년여 동안 정부와 함께 당을 좌지우지하며 이끌던 당의 간판은 김무성 전 대표였다"며 "최근 일련의 언행이나 처신을 보면, 집권여당 대표를 역임한 당의 원로이자 대권주자인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공격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금 당장이라도 물러날 수 있지만, 전대미문의 비상사태에서 저 혼자 살겠다고 물러나면 300여 명의 생명 앗아간 세월호 선장과 무엇이 다르겠냐"며 사퇴론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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