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줄 서서 보는 백양사 가을 단풍

백암산 백학봉과 쌍계루, 연못 어우러진 장성 백양사의 가을

등록|2016.11.11 17:05 수정|2016.11.11 17:05

▲ 단풍과 어우러진 백암산 백학봉과 쌍계루가 연못 속에 잠겨 있다. 지난 11월 8일 장성 백양사다. ⓒ 이돈삼


"와! 정말 아름답다. 황홀할 정도로. 물감이라도 풀어놓은 것 같아. 우리 일상도, 우리 사는 세상도 이렇게 아름다우면 얼마나 좋을까."

가을이 연출한 풍경을 본 지인의 말이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그 생각이 떠오른 이유가 뭘까. 미뤄 짐작컨대, 지금의 시국을 염두에 둔 말이었을 테다.

지난 11월 8일 장성 백양사에서다. 쌍계루 앞 연못에 비친 누정과 백암산 백학봉의 자태를 보면서다. 가을 풍경에서 인공의 흔적이라곤 찾을 수 없다. 순전히 가을이 연출한 것이다.

▲ 백양사의 가을 풍경. 단풍을 보러 온 여행객들이 연못가에서 단풍을 감상하고 있다. ⓒ 이돈삼


▲ 백양사를 찾은 여행객들이 연못 위로 난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있다. 지난 11월 8일 백양사 풍경이다. ⓒ 이돈삼


가을단풍으로 유명한 백양사가 만산홍엽으로 변했다. 울긋불긋 단풍이 대웅전 앞마당까지 내려왔다. 대웅전 마당에는 또 한 무더기의 국화가 들어앉아 있다. 고즈넉한 산사가 그린 한 폭의 수채화다.

그 풍경에 마음이 설렌다. 평일인데도 사람들의 발길이 북적댄다. 자동차도 줄을 잇는다. 부러, 평일에 찾았음에도 찾은 발길이 많다. 하지만 엔간한 불편은 감수하고라도 찾아가는 백양사의 가을 풍경이다.

▲ 백양사로 가는 길. 울긋불긋 물든 단풍이 여행객들을 한껏 설레게 한다. ⓒ 이돈삼


▲ 백양사의 애기단풍 단풍잎이 어린 아이 손바닥만하다고 이름 붙었다. ⓒ 이돈삼


백양사의 가을은 애기단풍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단풍잎의 크기가 아주 작다. 어린 아이의 손바닥만 하다. 앙증맞다. 그래서 더 예쁘다.

애기단풍은 절집으로 가는 입구에서부터 절집까지 이어진다. 그 길이 10리 가량 된다. 단풍나무가 이룬 터널이다. 백양사로 가는 발걸음을 한껏 들뜨게 해준다.

▲ 백학봉과 어우러진 쌍계루와 연못. 물속에 비치는 백학봉의 모습이 대칭을 이뤄 더 아름답다. ⓒ 이돈삼


▲ 백앙사의 가을 풍경. 쌍계루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연못 풍경이다. ⓒ 이돈삼


쌍계루와 연못은 백양사의 황홀한 가을 풍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고려의 충신 정몽주(1337~1392)가 임금을 그리는 시를 썼다는 곳이다.

'... 안개가 아득하니 저녁 산은 붉은 빛이고/ 달빛이 배회하니 가을 시내물이 맑구나/ 오랫동안 속세에서 번뇌로 시달렸으니/ 어느 날 옷을 떨치고 그대와 함께 오를까.'

고려를 마지막까지 지키려 했던 그의 마음이 배어있다. 쌍계루에 걸린 여러 한시들 가운데 유난히 그의 한시가 눈길을 끈다.

▲ 백학봉과 어우러진 백양사 대웅전. 앞마당에 국화가 한세상을 이루고 있다. ⓒ 이돈삼


▲ 백양사의 석탑. 절집을 찾은 스님과 신도들이 탑돌이를 하고 있다. ⓒ 이돈삼


쌍계루 앞 연못에는 형형색색의 단풍잎이 떠 있다. 그 위에 쌍계루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봉우리가 하얀 백학봉도 단풍색으로 물들어 물속에 잠겨 있다. 가을이 각본없이 연출한 풍경이다.

그 풍경을 보려는 사람들이 연못의 징검다리에 서 있다. 다들 카메라를 꺼내들고 움직일 줄을 모른다. 그 모습도 백양사의 가을 풍경이 된다.

▲ 백양사의 비자나무 숲.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 이돈삼


▲ 수령 700년 된 백양사 갈참나무. 국내 갈참나무 가운데 최고령에 속한다. ⓒ 이돈삼


절집을 둘러싸고 있는 비자나무 숲도 멋스럽다. 산비탈에 군락을 이룬 비자림은 천연기념물(제153호)로 지정돼 있다. 수령 700년 된 갈참나무도 있다. 국내 최고령 갈참나무답게 위엄이 묻어난다.

울긋불긋 물든 절집 풍경도 아름답다. 극락전과 대웅전, 부도 등 문화재와 어우러진 단풍이 고풍스럽다. 매혹적이다. 절집이 온통 단풍으로 물들어 황홀한 가을 백양사다.

▲ 절집으로 흐르는 계곡에도 가을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쌍계루 앞 연못으로 흘러가는 계곡 풍경이다. ⓒ 이돈삼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