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고3 여고생들의 대자보 "대한민국 안개를 걷어내자"

대전 청란여고 고3 두 명, 각각 대자보 게시... "무관심 지속되면 달라지지 않는다"

등록|2016.11.10 13:21 수정|2016.11.11 15:17

▲ 10일 오전 대전 중구 청란여고에 나붙은 고3학생의 대자보. ⓒ 장재완


대전 중구에 위치한 청란여고에 10일 오전 두 개의 대자보가 나붙었다. 지난 8일 이 학교에 대자보가 붙자 학교 측이 이를 떼어내면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어났었다. 하지만 이번 대자보는 떼어지지 않고 현재까지 그대로 있다.

이날 자신을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이라고 밝힌 무명의 학생은 '아직도 안개의 나라 대한민국-안개를 걷어내자'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이 학생은 "요즘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으로 시끄럽지 않은 곳이 없다"면서 현 시국을 설명했다. 최순실씨의 국정개입, 정유라씨 부정입학 의혹, 대통령의 녹화방송 사과, 검찰의 수사 태도, 자기 밥그릇만 챙기기 급급한 정치인 등을 언급하며 "국민들은 실망했고, 또 다시 촛불과 피켓을 들고 '민주주의'를 외치며 거리로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학생은 동료 학생들을 향해 "질문 하나를 하고 싶다, 이러한 사실을 듣고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면서 자신도 '수험생으로서의 나'와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의 나' 사이에서 잠시 갈등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우리의 시국을 모른 체 할 수 없어서 이 글을 썼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또 "저는 여러분께 시위에 참여하자고, 시국선언을 발표하자고, 대자보를 붙이자고 하는 게 아니다, 그저 우리나라의 상황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제 다 함께 우리나라에 자욱하게 낀 안개를 걷어내야 한다, 더 귀를 열고 번쩍 눈을 떠야 한다, 그럴 나이이고 그럴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우리는 가지고 있다"며 "작지만 지속적인 관심들이 하나둘 모이다 보면, 보다 정의로운 민주사회를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청란여고 학생 여러분이 마주할 사회가 상식이 통하는 사회이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글을 맺었다.

▲ 10일 오전 대전 중구 청란여고에 나붙은 고3학생의 대자보. ⓒ 장재완


또 다른 대자보의 제목은 '청란인들에게 고함'이다. 이 학생 역시 자신을 고3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최씨 일가와 현직대통령, 그 외 높으신 양심불량자들의 행태'를 언급한 뒤 "우리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고, 이 파렴치한 일 또한 대한민국에서 자행되고 있다"며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국민으로서 참여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세월호가 침몰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진상규명된 것은 거의 없다, 고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쓰러진 지도 1년이 지났지만 마찬가지"라며 "이번 사건 또한 그리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우리의 무관심이 지속된다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2의 세월호, 최순실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 청란학생, 교직원 여러분께서는 부디 잊어버리거나 지겨워하지 말아 달라,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 학생은 끝으로 "앞으로 무엇 하나 제대로 알 수 없는 껍데기뿐인 민주주의 국가에 사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쳤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