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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도 안다 "대통령, 권력을 최순실에게 줬다"

[현장] 10일 오후, 충남 공주시민들 빗속에 박근혜 퇴진과 새누리당 해산 요구

등록|2016.11.11 09:57 수정|2016.11.11 11:04

▲ 장맛비처럼 굵은 빗방울 속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 김종술


▲ 참석자들이 집회 장소에서 1km가량 떨어진 신월초 사거리까지 빗속을 뚫고 거리 행진에 나서고 있다. ⓒ 김종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여름 장맛비처럼 굵은 빗방울이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촛불집회에서 주제곡처럼 불리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라는 노랫말을 합창하며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시작을 알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뒤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10일 저녁 7시 충남 공주시 신관초 사거리 앞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중고생과 시민 등 200여 명(대책위 추산)이 모였다.

초등학생도 "박근혜 대통령 그만두세요"

▲ 박근혜 대통령을 꼬집고 성대모사를 통해 박수를 받았던 금다교 학생. ⓒ 김종술


공주에 사는 22살 대학생이라고 밝힌 여학생은 "굴욕적인 한일협정과 사드 배치, 세월호, 백남기 농민까지 이 정권은 많은 일이 가려졌다.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세우는 정권이다. 국민을 농락해 왔으며 증세 없는 복지라는 역설적인 공약을 내세워 자신의 잘못을 책임지지 않고 정권을 보고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내가 이러려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났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정부를 비꼬았다.

김정재씨는 "오늘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정진석 사무실을 찾아 분노한 공주 여성들의 이름으로 새누리당 해산과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부끄러움도 모르고 가만히 있는 정진석을 보고서 분노가 치밀어서 이해관계가 없는 여성들이 새누리당 해산을 요구한 것이다. 파렴치한 그런 정당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주교대부설초등학교 5학년 금다교 학생은 "저는 글쓰기 싫어서 제가 말하면 엄마가 받아 써줬는데, 대통령은 최순실이 써준 것을 꼭두각시처럼 그냥 읽었습니다. 대통령은 자신이 국가를 좋게 만들려는 생각을 못 하나 봅니다. 금붕어한테는 미안하지만, 금붕어 지능 같습니다. 대통령은 국민이 준 권력을 최순실에게 줬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아닙니다. 그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자신이 아무죄 없는 것처럼 최순실과 비서들한테만 떠넘기려고 하고 있습니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제가 여기 나와서 이런 얘기하려고 초등학교 가서 말하기를 배웠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워서 잠이 안 옵니다"라고 박근혜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하면서 참석자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러면서 "이 시간에 메플하면 렙업되는데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촛불을 들어서 모든 사람들이 평등해지는 나라가 되면 좋겠습니다. 대통령과 친한 사람이나 재벌만 잘사는 나라가 선진국이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한 게 자괴감 들고 괴로우면 그만두세요. 대통령 그만두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검찰수사 제대로 받으십시오"라고 일침을 놓았다.

"깨어있는 공주 여성들, 희망을 보았다"

▲ 세광교회 이상호 목사. ⓒ 김종술


세광교회 이상호 목사는 "우리가 주권을 행사해서 대통령으로 뽑아 주었더니 그 권력을 사유화하고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이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여러분과 제가 비를 맞으면서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다. 안타깝지만, 그래도 오늘 공주에서 희망을 보았다. 깨어있는 공주 여성들이 헌법 1조와 같이 새누리당 해산을 요구한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보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기사: 분노한 공주여성 기자회견, 새누리당 해산 요구)

그는 이어 "시위를 한다고 물대포를 직사하고 백남기 농민을 죽음으로 내몬 정권이다. 경찰은 물론 대통령이 단 한 차례의 사과도 없이 부검한다고 매몰차게 몰아붙였다. 농민들이 왜 서울까지 가서 데모를 해야 했을까요? 지금 쌀값이 20년 전보다도 더 떨어져 있다. 정부는 쌀을 천시하고 농민을 박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근혜와 분신과도 같은 최순실이 자행한 만행이 까도 까도 드러나고 있다. 이 정도라면 박근혜 대통령은 당장 사퇴하고 초야로 돌아가야 한다"라며 "민주공화국 헌정파괴 국정농단의 주범 박근혜는 즉시 하야하라, 세월호 참사 7시간 자백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 국가 혼란을 가져온 새누리당 그 일당은 철두철미 국민의 명령에 따르고 해산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 참석자들은 집회 장소에서 1km가량 떨어진 신월초 사거리까지 빗속을 뚫고 거리 행진에 나섰다. 방송 차량에 올라탄 신경미 공주민주단체협의회 공동대표을 따라 '박근혜는 퇴진하라', '비리 재산 환수하라', '민족주의 지켜내자', '거국내각 기만이다'라는 구호에 따라 외쳤다.

"자고 나면 생산되는 비리 정권, 퇴진이 답이다"

▲ 참석자들이 집회 장소에서 1km가량 떨어진 신월초 사거리까지 빗속을 뚫고 거리 행진에 나서고 있다. ⓒ 김종술


▲ 참석자들이 집회 장소에서 1km가량 떨어진 신월초 사거리까지 빗속을 뚫고 거리 행진에 나서고 있다. ⓒ 김종술


종착지인 신월초 사거리에 도착한 이후 시민들의 추가 발언이 이어졌다. 중학생이라고 밝힌 한 여중생은 "부모님이 TV를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욕하는 것을 보면서 왜 그런지 잘 몰랐었다. 부모님은 학생들은 알 필요 없다고 하시는데, 저희 같은 학생들이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더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백승혁 봉정교회 목사는 "거국내각 필요 없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는 퇴진하고 새누리당 해체하라"라는 구호와 함께 "우리는 박근혜와 그의 부역자들이 행한 국정농단과 권력의 사유화를 보면서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는지, 봉건주의 시대를 살아가는지 알 수가 없다. 그들이 행한 비리는 하룻밤이 지나면 또 생기고, 생산되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허탈감을 넘어 좌절과 분노로 가득해서 촛불을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오늘의 모든 책임은 박근혜에게 있으며 대통령의 자격이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박근혜는 부역자들과 함께 마땅히 죗값을 받아야 한다. 국정농단을 방조하고 범죄에 가담한 새누리당은 즉시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박근혜는 여전히 자신이 대통령인 양 국정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대표는 충신인 양 끝까지 버티고 있다. 두 야당도 정치적인 계산을 하면서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있다. 이런 일이 있을수록 이 땅의 국민은 더욱더 분노할 것이다. 더 많은 국민이 촛불을 들 것이며, 활화산처럼 타올라 부패 정권은 한 줌의 재가 될 것이다"고 몰아붙였다.

▲ 참석자들이 집회 장소에서 1km가량 떨어진 신월초 사거리까지 빗속을 뚫고 거리 행진에 나서고 있다. ⓒ 김종술


한편, 공주시민들은 11월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예고된 대규모 민중총궐기에 참가한다. 공주민주단체협의회,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농민회, 공주대학노조 등 6대의 대형버스가 당일 금강둔치공원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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