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김기춘, 태어나면 안 될 공작정치 부두목"
전 민정수석 비망록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 "하야·탄핵 말 않던 나도 퇴진운동 작심"
▲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사법부 개입 정황,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야권 지도자 탄압 등의 의혹에 휩싸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향해 "김기춘이야 말로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 태어난 것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김기춘이란 작자는 사법부까지 이용해 정적을 제거하려고 한 공작정치의 부두목이다"라며 "국민의당은 이번 사건을 박근혜 청와대의 헌정유린, 정치공작 사건으로 규정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비망록을 보면, 2014년 6월 말 박 위원장이 '만만회' 의혹을 제기하자, 김 전 실장은 7월 5일 "박지원 항소심 공조유지 대책 수립"을 세워 "박사모 등 시민단체 통해 고발"을 지시한 메모가 담겨 있다. 실제로 7월 20일 새마음포럼이라는 시민단체가 박 위원장을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뿐만 아니라, 비망록에는 "홍성담(대통령을 허수하비로 표현한 '세월오월'의 작가) 배제 노력", "사이비 예술가 발 붙이지 못하도록", "문화예술계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 등의 메모가 담겨, 김 전 실장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기춘 이름, '나는 모른다'로 명명하자"
이날 박 위원장은 "21세기 대명천지에 어떻게 유신독재처럼 (나라가) 돌아갔는지, 최순실 사건에 버금가는 독재망령을 (김 전 실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라며 "한마디로 청와대가 헌법을 유린한 또 하나의 엄청난 사건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 위원장은 "영화 <자백>을 보면 김기춘이 얼마나 많은 공작을 통해 사람들을 사형시키고, 수십년씩 감옥에 있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라며 "그런데 (<자백>을 만든) 최승호 PD가 그렇게 줄기차게 따라다니며 사실관계를 확인하려고 하니, (김 전 실장은) '나는 모릅니다, 나는 모릅니다'라고 답했다. 나는 그 영화를 보고 참 많은 눈물을 흘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그런데 이번에도 (김 전 수석의 비망록을 묻는 질문에) 김기춘은 '나는 모른다'라고 말했다"라며 "그래서 김기춘의 이름을 '나는 모른다'로 명명했으면 한다. 우리 당에서는 '김기춘 국정문란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진상을 밝힐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박 위원장은 "이제 제가 이야기해왔던 부두목 두 명 중 한 명은 (김기춘) 실명으로 밝혀졌다"라며 "국민의당은 또 한 명의 부두목과 관련해 상당한 자료를 갖고 쫓고 있다는 것을 예고한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트럼프, 최순실은 최순실, 박근혜는 박근혜"
한편 박 위원장은 12일 열릴 민중총궐기에 당 차원으로 참석해, 전날 중앙위원회에서 당론으로 결정한 "퇴진운동에 나서기로 작심했다"라고 발표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 국민의당은 중앙위원회를 통해 만장일치로, 상향식 결정을 내렸다"라며 "첫째 박 대통령 퇴진운동을 한다. 둘째 전당원은 퇴진운동 서명에 참여하고 국민들을 향해 퇴진운동을 개시한다. 셋째 12일 집회에 질서 있게 참여해, 촛불집회만 참여하고 행진은 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유일하게 하야, 탄핵 등을 주장하지 않았던 나도 우리 당과 함께 퇴진운동에 나설 것이다"라며 "앞으로 12일 이후 우리 당이 어떻게 나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박 대통령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박 위원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박근혜 정부는 최순실 사건을 묻으려고 한다. 박 대통령이 힘을 발휘하려고 기도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트럼프는 트럼프고, 최순실은 최순실이고, 박 대통령은 박 대통령의 책임이 남아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어떻게 트럼프의 당선을 기회로 삼아 최순실을 묻고 박 대통령이 다시 국정을 장악하려고 노력하나. 바로 이것이 문제"라며 "오늘 또 최순실 사건과 관련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점을 직시해야지, 이를 계기로 또 힘을 잡아보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고 야당을 인정하지 않는 오기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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