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베를린, 뮌헨, 프랑크푸르트... 독일서도 '박근혜 퇴진' 집회

[베를린에서 보내는 그림편지] '박근혜-최순실게이트', 독일 교민 뿔났다

등록|2016.11.13 10:30 수정|2016.11.23 09:26

▲ 박근혜 피라미드를 그려보았습니다. 침몰하는 대한민국에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우리의 친구, 자식, 부모들이었습니다. 피라미드의 위로 갈수록 그려넣어야 할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누굴 어디에 배치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위에 놓여야 할 것은 생각보다 명확했습니다. 우리는 언제쯤 이 피라미드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요? (이 그림은 1911년도의 '자본주의의 피라미드'라는 그림을 패러디한 것입니다.) ⓒ 권은비


독일 전역, 교민들의 분노가 폭발하다

왜 하필 독일일까? 요즘 독일에서 사는 한국 교민들은 많이 부끄럽다. 독일 주요 TV 및 언론에서도 무게 있게 '최순실 게이트'를 보도했기 때문이다.

11월 12일, 이번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해외동포 집회에는 독일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베를린에서 약 450명, 프랑크푸르트에서 약 300명, 보훔에서 약 150명, 슈투트가르트에서 약 140명, 뮌헨에서 약 100명 등이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베를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집회독일 교민 사회에서는 상당히 폭발적인 집회 참여가 이루어졌다. 베를린 브란덴부르거토어 앞에서의 한국교민과 독일인, 그리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연대했다. ⓒ ki chun Park


총 집회 참여인원 1140여 명. 독일 교민사회 역사상 최대 규모 집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100만 시민들의 비하면 적은 숫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슈투트가르트 지역의 한인 교민이 약 500여 명인 상황에서 140여 명의 교민이 참여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숫자라고 이연실 교민은 말한다.

▲ 슈투트가르트 박근혜 퇴진 집회 ⓒ 이예현


또한 뮌헨에서 집회를 주최한 ENPK(European Network for Progressive Korea)의 클레어 함씨는 보통 현지에서 한국 관련 이슈로 집회를 하면 참여율이 낮은데, 이번에는 오히려 '집회를 안 하냐'는 문의가 오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 5% 지지율에 불과한 박근혜 정부의 몰락을 실감하게 되었고, 그만큼 재외국민들의 정권교체 열망도 높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뮌헨의 한국 교민 수를 고려할 때 거의 모든 유학생이 참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한다.

▲ 뮌헨 박근혜 대통령 퇴진 집회 ⓒ 함상희


최순실씨가 묵었다던 호텔이 있는 슈미튼에 인접한 프랑크푸르트의 교민들과 유학생들 역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곳 집회에서는 독일 통일의 주역인 헬무트 콜 전 장관의 아들인 발터 콜씨도 자유 발언에 참여했다. 그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백만 명의 사람들이 광화문에 모인 것은 희망적이고 존경스러운 일이라며,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바로 서기를 바란다"고 발언했다.

▲ 프랑크푸르트 박근혜 대통령 퇴진 집회 ⓒ 김아람


독일인이 나서서 박근혜 퇴진 집회를 열다

베를린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집회는 독일인 얀 프렐의 집회 신고로 시작됐고, 이로써 독일에서도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분노의 물꼬가 터졌다. 한국에서 몇 년 살기도 했고, 독일에서도 한국의 소식을 늘 관심 있게 보았던 그에게 집회를 결심한 동기를 물었다. 그러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부터 한국의 심각한 문제들이 점점 계속 불어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번 최순실 게이트 관련 사건이 독일에서도 벌어진 만큼 독일에서 박근혜 퇴진을 위한 집회가 열리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다고 한다.

▲ 베를린 박근혜 퇴진 집회를 준비한 독일인 얀 ⓒ Tsukasa Yajima


오랜 시간 동안 베를린의 다양한 한국의 이슈들을 지켜봐온 코리아 페어반트의 한정화 대표 역시 "오히려 독일 사람들로부터 그리고 주변 지인들로부터 '박근혜 퇴진 집회를 안 하느냐'는 문의를 정말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베를린에서 진행된 집회들 중에 가장 많은 인원의 한국 교민이 이번에 참여했다"며 "매우 놀라운 일이고, 감동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번 집회에서 자유발언을 했던 한 여성은 "10년 동안 독일에서 살아왔는데 요즘 같아서는 나라도 없는 고아가 된 것 같다"며 "한국인으로서 지금의 현실이 너무 부끄럽고 슬프다"고 외국에 사는 해외 교민으로서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 베를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집회에서 자유발언을 하는 미국인 ⓒ 권은비


또한 이번 집회에 참석한 한 미국인은 "자신은 독일인도 한국인도 아니지만 미국인이기에 한국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은 미국인들과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은 한국인들 모두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대한민국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한편 약 60여 명의 교민들이 최순실과 박근혜의 가면을 쓰고 마리오네트 조종술을 상징하는 플래시몹을 펼쳐 주변 취재진들과 독일 언론인 ARD(독일 제1공영방송)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 박근혜-최순실 마리오네트 조종술 플래시몹을 하고 있는 독일 교민들 ⓒ Tsukasa Yajima


최순실 게이트로 술렁이는 독일 교민사회

지난 가을부터 시작된 최순실 게이트의 주요 활동무대가 독일이었다는 점에서 독일 교민들은 알 수 없는 죄의식과 책임감에 시달리는 중이다.
최순실 호텔이 있는 시골마을 슈미튼 지역에는 한국 취재원들이 들끓었다. 슈미튼 시장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미국 '워터게이트'를 예를 들면서 미국이 '워터게이트 박물관'처럼 이번 사안 역시 도시 마케팅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인터뷰에서 말한다.

ARD 캡처 이미지독일 제 1 공영 방송 ARD에서는 11월 12일 한국의 대규모 박근혜 퇴진집회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다. ⓒ ARD


그도 그럴 것이 인적이 드물고 그 한적한 독일 시골 마을에 한국인들이 언젠가부터 바글바글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도 슈미튼 인근 숙박업소 및 레스토랑은 때 아닌 호황을 맞았을 것이다.

한편 최순실과 정유라가 꽤 오랜 시간에 걸쳐 독일에서 호텔을 개업하고 몇십 개의 사업체를 운영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에 관해 독일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현지 상황을 잘 하는 교민들과 현지의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교민 사회안에서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 찢어진 박근혜 가면 ⓒ 권은비


신고 정신이 투철한 독일인이 최순실 모녀의 집을 신고했던 것처럼, 이제는 최순실 게이트에 실마리를 쥐고 있는 독일 현지 교민들의 양심선언과 제보가 절실한 때다.
독일은 한국 정치계에 비하면 아주 자그마한 비리로 2010년 대통령이었던 크리스티안 불트가 사퇴했던 역사를 가진 나라이다. 지금이야말로 이러한 '독일의 정의로운 기운'이 필요한 때다.

대한민국 정부가 무너뜨린 정의는 오직 국민들만이 다시 바로 세울 수 있으므로.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