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촛불에 돌연 대장 노릇?" '영수회담 제안'에 거센 비판 마주한 추미애
단독 행동에 당혹스런 당내 분위기... 의원총회에서 거센 갑론을박 예상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양자 영수회담 제안으로, 국회에 비상이 걸렸다. 다른 야당은 물론, 당내에서도 "추 대표의 단독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4일 오전, 추 대표의 제안 직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비공개 회의를 마치고 나온 우상호 원내대표는 "어제 늦은 밤에 (영수회담을 제안한다는 이야기를) 추 대표로부터 전화로 들었다"라고 말했지만, 표정은 상당히 굳어 있었다.
다른 최고위 핵심관계자는 "오늘 아침에 회의에 와서야 (영수회담 제안 사실을) 알았다"라며 "우 대표가 '어젯밤에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면 그게 맞는 거겠지만, 나는 전혀 몰랐다"라고 귀띔했다.
추 "중진회의 제안" - 중진들 "논점 아니었어"
추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이 영수회담 제안을 받아들인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00만 촛불 민심을 있는 그대로 대통령에게 전하겠다"라며 "그 동안 당내 많은 의원들 뿐만 아니라 어제 가진 긴급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회담의 필요성을 말해 추진했다"라고 설명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영수회담 제안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하며 "어제(13일) 최고위원-중진회의 연석회의에서 몇 분이 '그런 게 필요하다'라는 이야기들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한 중진의원들은 다른 의견을 내놨다.
한 중진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회의의 논점은 '하야를 주장할 거냐', '탄핵을 주장할 거냐'로 갑론을박 하는 것이었고, 현재 (대통령의) 2선후퇴를 주장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게 대세였다"라며 "추 대표가 영수회담을 독자적으로 결정한 모양인데, 미리 알았다면 말렸을 것이다. 회담이 성사됐으니 잘 되길 기대하고, 추 대표에게도 하야를 적극 권하라고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회의 분위기에서 한 명이 '영수회담도 필요한 것 아니냐'를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이야기하긴 했는데, 회의의 논점도 아니었다"라며 "그런데 회의 끝나고 그 사람과 추 대표, 일부 당직자들이 영수회담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모양이고, 밤새 추 대표가 결정을 내린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박영선 의원도 <장윤선·박정호의 팟짱>(오마이뉴스 팟캐스트)에 출연해 "회의에서 영수회담에 관한 논의가 있었지만 한, 두 명을 제외하고는, 중진의원 대부분이 '때가 아니다'라는 의견에 무게를 실었다"라고 말했다(관련기사 : 박영선 "중진 다수, 영수회담 '때 아니다' 조언" ).
대선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추 대표의) 명백한 정치적 오판"이라며 "이미 국민들은 지난 토요일(12일) 100만 촛불로 즉각 사임을 요구했는데 왜 제1야당 대표가 박 대통령과 만나나"라고 지적했다(관련기사 : 박원순 "추미애 영수회담 정치적 오판, 민주당 갈지자 행보 문재인 탓" ).
이어 박 시장은 "추 대표가 단독으로 청와대에 간다는 건데, 지금까지의 야권공조가 깨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야권분열이 걱정된다"라며 "청와대로서는 좋은 대안일 수 있지만, (추 대표는) 일체의 협상을 하지 말고 사임통보만 하고 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퇴진이 전제되지 않은 어떤 수습책도 국민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합의된 회담이라면 국민의 퇴진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하고 대통령의 퇴진결단을 끌어내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라고 다소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다.
문재인 전 대표 측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경수 의원은 "영수회담 제안과 관련해 문 전 대표는 사전에 협의하거나 연락받은 바 없다"라며 "향후 대응은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책임있게 논의하고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4시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평소와 달리, 당직자·보좌진의 출입을 금지하고, 의원 및 필수 실무진만 의원총회에 참석하도록 공지했다. 그만큼 추 대표의 갑작스런 영수회담 제안이 엄중한 상황임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언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수회담 소식에 다수 의원들이 멘붕 상태다"라며 "앞장 서서 싸울 때는 뒤에 숨어 있다가 100만 촛불로 민심이 결집하니 돌연 대장 노릇을 하려는 건가. 다른 야당과의 공조는 어쩌고"라고 썼다. 또 "하야하라는 말 한 마디 하려고 다른 야당들 따돌리고 영수회담까지 하는 건 아닐테고,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다"라고도 지적했다.
한 초선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만나 "오전에 영수회담 제안 소식이 알려지자, 그 배경을 두고 궁금해 하는 의원들이 많았다"라며 "지도부 간에도 소통 없이 영수회담이 제안된 거라면, 위험한 생각이다. 의원총회에 가서 한 번 (추 대표의) 생각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100만 촛불' 주최 측, 당 대표실 항의방문 예정
▲ 머리 맞댄 야3당 대표들야3당 대표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정국 수습책 논의를 위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만나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 ⓒ 남소연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불편한 기색을 강하게 드러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회담을 제안한 추 대표나 덜컥 받은 박 대통령이나 두 분 다 똑같다"라며 "두 분은 12일 촛불민심을 져버렸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국민은 1980년 소위 서울의봄처럼 야권 균열을 염려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청와대는 야권 분열로 임기 보장을 획책하고 있다"라며 "여기에 추 대표가 단초를 제공했다. 100만 촛불이 추 대표를 용서할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추 대표가 회담을 취소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이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라며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지만 (그것을) 바로 잡는 것이 용기이고 잘못을 바로 잡으면 실수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태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오락가락 행보로 큰 실망을 안겼다. 하야를 하야라고 부르지도 못하며 정국혼란을 부추겼다"라며 "지금 민주당의 수습책이 국민들의 뜻에 부합하는지 국민들은 의심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야권균열 우려만 키우는 단독회담 반대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12일 촛불집회를 주최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4시 30분 "영수회담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 예정이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에 시간만 벌어줄 뿐인 뜬금없는 영수회담의 중단, 명확한 퇴진 당론 정리와 실제적 조치 착수를 요구한다"라며 "국민의 분노를 엉뚱한 샛길로 인도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민주당에 항의 입장을 전달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국회 당 대표실을 항의 방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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