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그의 기사, 지독하거나 혹은 살벌하거나

[도전하는 청년을 응원합니다 ②] 국민TV기자 김지혜씨

등록|2016.11.15 14:48 수정|2016.11.15 14:48
나라 꼴이 엉망이다. 이 나라는 개선이 아니라 밑동부터 다시 쌓아야 할지 모른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세대가 앞장서야 한다.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과 <오마이뉴스>는 헬조선의 현실에서도 꿈을 찾아 도전하는 청년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펀딩을 시작한다. [편집자말]

[도전하는 청년을 응원합니다②] 국민TV기자 김지혜 씨[도전하는 청년을 응원합니다②] 국민TV기자 김지혜 씨 ⓒ 홍명근


세상이 시끄럽다. 우리 모두가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그 시작과 중심에 언론이 있다. 시민들의 눈과 귀가 되는 언론. '기레기'라는 단어는 일상 언어가 됐지만, 한 조각의 팩트라도 더 얻으려는 취재 현장은 언제나 그렇듯 치열하다.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사건, 시시각각 변하는 흐름 속에서 중요한 사실을 잡아 내고, 본질을 꿰뚫어야 하는 그 일은 대형 언론사 소속 기자라할지라도, 1년 365일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버거운 일이다.

"왜 언론인이 하고 싶어요?"라는 질문에 "그냥 좋아서"라고 밖에 말하지 못하는 청년이 있다. 군 가혹 행위와 인권탄압을 연속 보도하고, 국정감사 자료 속에 파묻혀서도 기자를 하고 싶다며 여전히 펜 끝을 굴리는 청년이 있다. 작은 키에 카메라 사이사이를 요리조리 누비면서, 지독하게 혹은 살벌하게 기사를 쓰는 그는 국민TV 기자 김지혜다.

▲ 국민라디오 <민동기의 뉴스바> ⓒ 국민라디오


"내가 인터뷰 당하는 건 처음이네요."

늘 누군가를 인터뷰하고 취재를 했다. 인터뷰를 당하는 일은 처음. 김지혜 기자가 어색해하며 말했다. 취재 현장에서 뉴스K에서 팟캐스트에서 보인 날카로운 모습과는 달랐다. '김지혜씨'는 어떻게 '기자'가 되었을까?

"학교생활, 알바, 워킹홀리데이, 정신차리니까 졸업반이더라"

김지혜 기자가 처음 국민TV에 들어온 건 2013년 9월이다. 국민TV 개국이 2013년 4월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창립 6개월차. 국민TV의 초창기 멤버인 셈이다. 하지만 김지혜씨가 '기자' 타이틀을 가지기까지는 꽤 험난했다.

"대학에 입학한 뒤 1, 2학년 때는 외부 활동하느라 바빴죠. 과외, 학원 등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틈이 없었어요. 그 돈을 모아 2006년부터 2007년까지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갔다 왔어요. 복학을 해서도 또 알바를 하면서 학교 생활을 했죠. 그러다보니 4학년이더라고요. '언론 고시'라고들 하는데 아는 게 없으니 막막했어요. 남들보다 한참 늦게 준비를 시작했는데, 글로벌 금융 위기가 와서 언론사 공채도 없더라고요. 그래도 처음에는 언론사에만 이력서를 썼어요. 그게 1년이 가고, 2년이 가고, 3년이 됐죠. 동생이 2명인데, 막내 동생이 띠동갑이에요. 집에서 눈치도 보이고, 저도 초조하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다보니 100개는 넘게 쓴 거 같네요." 

취재중인 김지혜 기자지난해 11월. 경북 영덕 신고리 5, 6호기 건설 관련 주민투표 당시. 전화 취재 중인 김지혜 기자 ⓒ 김지혜


오랜 시간을 들여 <교수신문>에서 처음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조금 더 다양한,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비정규직으로 외주사를 거치고, KBS <추적60분>에서 작가로 일했다. 2년의 방황 끝에 2013년 국민TV에 입사했다. 국민TV는 2만 5천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협동조합 형식의 언론사다. '취재'를 업으로 삼은 지 6년째, 기자로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였을까?

"자료 속에 파묻혀 있을 때가 가장 빛나는 순간"

취재 중인 김지혜 국민TV 기자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올해 10월 12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부회장을 따라 붙었다. 이승철 부회장은 국감 내내 “검찰 수사 중”이라며 입을 다물었다. ⓒ 김지혜


"대한민국재향경우회(경우회)가 친정부적인 집회, 시위를 여는 데 지난 2015년 한 해에만 예산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자료를 단독으로 입수했어요. 경우회가 친정부 행사를 많이 한다는 것만 알려졌지, 그 전까지는 비용을 얼마나 쓰는지 드러나지 않았거든요. 당시 경우회 총회장에 직접 찾아가서 내부 결산 자료를 구했는데,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이달의 좋은보도상'까지 주시더라고요. 영광이었어요." 

"그런 기자가 되고 싶어요"

김지혜 기자가 '부끄럽지는 않다'고 꼽는 기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꾸준하고 진득하게, 처음부터 하나하나 밝혀가는 보도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다음 스토리펀딩에 연재한 '2016년 군 의료체계 보고'다.

"군대 의료가 오래 묵은 문제이다 보니 관련한 자료가 10년치도 넘게 누적돼 있더라고요. 보고서 하나당 300~400쪽이 넘어요. 하나만 읽는 데도 한참이 걸려요. 안보 문제라면서 비공개인 정보는 얼마나 많은지.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받을 수 있는 것도, 계속 지연되다 보니 한 달이 넘게 걸렸어요. 그러다가 기사화가 지연되기도 했고요. 게다가 제가 여자다 보니 군대를 안 갔다 왔잖아요. 이해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죠. 그렇지만 가장 큰 걱정은 피해자, 그 가족들, 그리고 군 관계자들이 받을 수 있는 2차 피해였습니다." 

김지혜 기자는 왜 이렇게 찾기도 힘들고, 위험 부담도 큰 문제를 취재했을까? 해당 기사는 다음 스토리펀딩으로 진행돼, 후원금의 대부분이 군 피해자 가족들의 모임인 '군피해치유센터 함께' 등에 전달된다. 자신의 기사에 대한 소개를 보면, 그가 왜 이 기사를 쓰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지난 2011년, 논산훈련소에서 고 이재연, 고 노우빈 훈련병이 군의 의료 과실로 사망했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습니다. 장병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군 의료체계는 개선됐을까요? 한민구 국방장관의 한 마디가 답을 대신합니다. "그런 작은 일을 가지고..">

2016년 군 의료체게 스토리펀딩은 비교적 성공했다. 펀딩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90% 이상을 채웠다(10월 11일 종료). 좋지 않냐는 질문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단순히 기사가 많이 조회됐다고 해서 좋지는 않아요. 책임질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은 거죠."

"국민TV 면접을 두 번 본 이유?"

최순실씨 취재중인 김지혜 기자 수많은 기자들 사이에서 간신히 사진을 찍은 김지혜 기자 ⓒ 김지혜


2016년 현재 언론 환경은 좋지 않다. MBC, KBS 등 지상파 매체들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고, 김지혜 기자가 잠시 몸 담았던 KBS 대표 탐사보도 프로그램 <추적60분>도 이전의 명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TV는 인력, 재정 등 여러 가지로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 속에서 김지혜 기자도 국민TV를 잠깐 그만두는 등, 기자로서 계속 일해야 하는지 고민하기도 했다.

"국민TV를 그만둘 때, 다시는 기자를 안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코이카 해외 봉사를 휙 하고 가버렸죠.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요. 구체적으로 이유는 모르겠는데, 너무 기자가 다시 하고 싶은 거예요. 취재가 하고 싶고, 현장이 그립더라고요. 신기했죠. 결국 국민TV 공채에 다시 지원을 해서, 서류, 면접을 또 봤죠. 그렇게 다시 친정으로 돌아왔네요." 

그의 기사들은, 우리가 스쳐보낼 수많은 기사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이 일을 계속하겠다고 말한다. '그냥 하고 싶어서' 기자를 꿈꾸게 되었듯, 아직 '그냥'은 그만두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나.

도전하는 청년에 대한 후원은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 다음 스토리 펀딩 후원 바로 가기 =>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14411
☞ [도전하는 청년을 응원합니다 ①] '연봉 70만 원', 이 남자가 포기 못하는 꿈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다음 스토리펀딩에 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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