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선거에 이기려 '유신공주 박근혜' 이용"
[인터뷰] 이단연구가 대전신학대학교 허호익 교수
최근 영세교(靈世敎) 교주였다가 사이비 목사가 된 최태민과 그의 딸 최순실이 빚은 국정농단이 큰 충격을 주었다. 이번 사태는 대통령 임기 말 폭로되곤 했던 측근 비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단이나 사이비 종교가 국가 기강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실례를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11월 4일 주요 이단의 계보와 교리를 비판한 <한국의 이단 기독교>를 출판한 대전신학대학교 허호익 교수를 지난 10일 연구실에서 만났다. 허 교수와 최순실 일가 국정농단을 통해 드러난 사이비 종교의 특징과 무속신앙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씨는 종교적으로 예속된 관계가 맞습니다. 사이비 종교의 특징을 알면 박 대통령이 왜 그렇게 최태민과 그의 영적 후계자인 최순실을 맹종했나 알 수 있습니다."
조직신학자이자 이단연구가 허 교수는 "어머니를 잃고 비통에 빠진 박근혜 대통령 마음을 영세교(靈世敎) 교주였다가 사이비 목사가 된 최태민씨가 현몽이야기를 해주며 휘어잡지 않았냐"며 포문을 열었다. 허 교수는 "종교학적으로 이런 경험을 '구원을 체험'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정통종교와 사이비 종교 차이는 자기비판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사이비 종교에 빠지면 자기비판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다는 것. 영적으로 예속되어 교주 이야기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박 대통령도 최태민과 최순실이 하라는 대로 했다는 주장이다. 허 교수는 자신이 만났던 신자를 예로 들어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분이 집사님이었는데 우울증에 빠졌어요. 병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가족들이 너무 힘들어 그냥 이분을 방치해 버린 거예요. 교회 식구들도 그랬구요. 힘든 나날을 보내다 이단 종교 사람들을 만나게 됐는데 이 사람들이 맛있는 것도 사주고 나들이도 시켜주면서 사는 이야기를 들어줬어요.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어느 새 우울증이 나은 거예요."
허 교수는 '이단인데 왜 그 교회를 다니냐'고 비판하는 가족들에게 그 여자 집사님이 한 말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내가 활동하는 걸 반대하지 마라. 내가 어려울 때 당신들은 나를 돌보지 않았다. 이 교도들이 나를 도와주었다. 그를 따르겠다."
허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도 이 여자 집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내가 어려울 때 최태민이 편지를 통해 어머니가 죽은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이유와 방향을 알게 해줬다. 고마운 사람이자 하늘의 뜻을 전해준 칙사로 최태민을 받아들인 거다. 그렇게 최태민에게 마음을 뺏긴 거다"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종교적인 예속관계를 갖게 되면 어느 누구도 그 고리를 잘라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도 최태민이 온갖 이권에 개입하고 여자문제도 복잡하다는 걸 알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 관계를 어쩌지 못했다고. 허 교수는 지금의 국정농단에 대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도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씨가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을 직관으로 배우다 보니 '선거의 여왕이다', '정치적인 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지 모르지만, 전혀 준비된 대통령이 아니었다.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버지, 어머니가 흉탄에 죽은 박근혜씨의 독특한 조건이 이 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연민과 지지를 하게 만드는 콘크리트 지지층을 만들었던 거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선거에 이기려고 유신공주 박근혜를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심리라면 아버지가 죽은 뒤 최태민 밑에서 의존해 살면서 그걸로 끝났으면 국정농단 사태까지 벌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무자격자를 정권 연장을 위해 끌어들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무슨 자격으로 박 대통령을 비판하냐고 허 교수는 말했다.
기독교인에 대해서도 과녁을 겨누었다. 그는 종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예가 최태민의 구국선교단 뿐이겠냐고 일침을 가했다. "지금도 반공, 친미 집회에 기독교인이 얼마나 많이 동원되느냐. 기독교인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면서.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시 대한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가 돈을 받고 최태민에게 목사 안수(최태민, "박근혜가 대통령 될 테니 근화봉사단 맡아달라")를 해줬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기독교인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이유다.
허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만 샤머니즘적 사고에 빠져 있는 게 아니다. 5천년 뿌리 깊은 무속신앙에서 우리나라 사람은 벗어나질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틈을 파고들어 한국의 사이비 종교가 극성을 피우게 됐다고.
말하자면 한국의 사이비 종교는 샤머니즘과 <정감록>과 같은 한국 고유의 종교 전통과 혼합되어 뿌리내린 '사이비 토착화신학'이며, '한국사회가 극복해야 할 역기능적 신학'이라는 것이다.
허 교수는 특강에서 만난 교인들에게 "미역이 미끌어집니까?"라고 물으면 모두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수능시험 보는 날 자녀들에게 미역국을 끓여 줄 거냐고 다시 물으면 찜찜해하며 선뜻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지 못 한다는 말을 들려줬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도 딸 결혼하는데 부적을 사서 준다. 사원을 뽑는데 관상쟁이 앉혀 놓고 면접을 보는 기업도 있다. 최첨단 컴퓨터를 도입하면서 다운되지 말라고 고사를 지낸다. 최고의 과학자들이 아직까지 돼지머리 고사를 지내는 현실. 대한민국의 민낯이 그렇다."
허 교수는 "이제는 우리나라도 비합리적 사고인 무속신앙을 넘어서야 한다"고 일갈했다. 박근혜씨가 무슨 일을 해도 그가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는 것은, 한국 사람들이 무속신앙적 사고 중 하나인 온정주의에 매몰되어 있어서라고. 그는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어린 나이에 부모 잃은 그가 불쌍하고, 마음 둘 곳 없어 최씨 부녀에게 휘둘린 그가 가엽다는 온정주의적 사고는 위험할 수 있다. 불쌍한 마음은 들 수 있지만 잘못한 행동만큼은 비판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무속신앙적인 사고를 넘어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제2 제3의 국정농단 사태가 올 수 있다."
▲ 대전신학교 허호익 교수 ⓒ 이은하
11월 4일 주요 이단의 계보와 교리를 비판한 <한국의 이단 기독교>를 출판한 대전신학대학교 허호익 교수를 지난 10일 연구실에서 만났다. 허 교수와 최순실 일가 국정농단을 통해 드러난 사이비 종교의 특징과 무속신앙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조직신학자이자 이단연구가 허 교수는 "어머니를 잃고 비통에 빠진 박근혜 대통령 마음을 영세교(靈世敎) 교주였다가 사이비 목사가 된 최태민씨가 현몽이야기를 해주며 휘어잡지 않았냐"며 포문을 열었다. 허 교수는 "종교학적으로 이런 경험을 '구원을 체험'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정통종교와 사이비 종교 차이는 자기비판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사이비 종교에 빠지면 자기비판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다는 것. 영적으로 예속되어 교주 이야기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박 대통령도 최태민과 최순실이 하라는 대로 했다는 주장이다. 허 교수는 자신이 만났던 신자를 예로 들어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분이 집사님이었는데 우울증에 빠졌어요. 병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가족들이 너무 힘들어 그냥 이분을 방치해 버린 거예요. 교회 식구들도 그랬구요. 힘든 나날을 보내다 이단 종교 사람들을 만나게 됐는데 이 사람들이 맛있는 것도 사주고 나들이도 시켜주면서 사는 이야기를 들어줬어요.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어느 새 우울증이 나은 거예요."
허 교수는 '이단인데 왜 그 교회를 다니냐'고 비판하는 가족들에게 그 여자 집사님이 한 말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내가 활동하는 걸 반대하지 마라. 내가 어려울 때 당신들은 나를 돌보지 않았다. 이 교도들이 나를 도와주었다. 그를 따르겠다."
허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도 이 여자 집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내가 어려울 때 최태민이 편지를 통해 어머니가 죽은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이유와 방향을 알게 해줬다. 고마운 사람이자 하늘의 뜻을 전해준 칙사로 최태민을 받아들인 거다. 그렇게 최태민에게 마음을 뺏긴 거다"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종교적인 예속관계를 갖게 되면 어느 누구도 그 고리를 잘라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도 최태민이 온갖 이권에 개입하고 여자문제도 복잡하다는 걸 알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 관계를 어쩌지 못했다고. 허 교수는 지금의 국정농단에 대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도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씨가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을 직관으로 배우다 보니 '선거의 여왕이다', '정치적인 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지 모르지만, 전혀 준비된 대통령이 아니었다.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버지, 어머니가 흉탄에 죽은 박근혜씨의 독특한 조건이 이 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연민과 지지를 하게 만드는 콘크리트 지지층을 만들었던 거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선거에 이기려고 유신공주 박근혜를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심리라면 아버지가 죽은 뒤 최태민 밑에서 의존해 살면서 그걸로 끝났으면 국정농단 사태까지 벌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무자격자를 정권 연장을 위해 끌어들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무슨 자격으로 박 대통령을 비판하냐고 허 교수는 말했다.
기독교인에 대해서도 과녁을 겨누었다. 그는 종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예가 최태민의 구국선교단 뿐이겠냐고 일침을 가했다. "지금도 반공, 친미 집회에 기독교인이 얼마나 많이 동원되느냐. 기독교인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면서.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시 대한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가 돈을 받고 최태민에게 목사 안수(최태민, "박근혜가 대통령 될 테니 근화봉사단 맡아달라")를 해줬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기독교인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이유다.
허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만 샤머니즘적 사고에 빠져 있는 게 아니다. 5천년 뿌리 깊은 무속신앙에서 우리나라 사람은 벗어나질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틈을 파고들어 한국의 사이비 종교가 극성을 피우게 됐다고.
말하자면 한국의 사이비 종교는 샤머니즘과 <정감록>과 같은 한국 고유의 종교 전통과 혼합되어 뿌리내린 '사이비 토착화신학'이며, '한국사회가 극복해야 할 역기능적 신학'이라는 것이다.
허 교수는 특강에서 만난 교인들에게 "미역이 미끌어집니까?"라고 물으면 모두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수능시험 보는 날 자녀들에게 미역국을 끓여 줄 거냐고 다시 물으면 찜찜해하며 선뜻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지 못 한다는 말을 들려줬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도 딸 결혼하는데 부적을 사서 준다. 사원을 뽑는데 관상쟁이 앉혀 놓고 면접을 보는 기업도 있다. 최첨단 컴퓨터를 도입하면서 다운되지 말라고 고사를 지낸다. 최고의 과학자들이 아직까지 돼지머리 고사를 지내는 현실. 대한민국의 민낯이 그렇다."
허 교수는 "이제는 우리나라도 비합리적 사고인 무속신앙을 넘어서야 한다"고 일갈했다. 박근혜씨가 무슨 일을 해도 그가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는 것은, 한국 사람들이 무속신앙적 사고 중 하나인 온정주의에 매몰되어 있어서라고. 그는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어린 나이에 부모 잃은 그가 불쌍하고, 마음 둘 곳 없어 최씨 부녀에게 휘둘린 그가 가엽다는 온정주의적 사고는 위험할 수 있다. 불쌍한 마음은 들 수 있지만 잘못한 행동만큼은 비판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무속신앙적인 사고를 넘어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제2 제3의 국정농단 사태가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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