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날 새벽, 교장선생님은 마라톤에 나섰다
2017 수능을 응원하는 녹동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의 달리기... "얘들아 사랑한다"
새벽녘, 작은 손전등 하나가 어둠을 뚫고 달립니다. 손전등을 들고, '수능 대박 기원, 애들아 사랑한다'라는 문구와 함께 달리는 저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17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날입니다. 며칠 전, 교장 선생님은 파격 선언을 하셨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부터 수능시험장까지 달려서 가겠다!"
전남 고흥 녹동고등학교 학생들은 몇 년 전부터 인근 인문계 고등학교인 고흥고등학교에서 수능 시험을 함께 치러왔습니다. 20km 정도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두 학교, 이렇게 수능시험을 보러 갈 때면 그렇게 가까운 거리도 멀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께서 그 20km의 거리를 달려가신다니?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달리기뿐이죠. 이렇게라도 우리 학생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습니다."
17일 새벽 5시 20분,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몇몇 기숙사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들과 함께 학교 정문으로 향했습니다. 기숙사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스며드는 한기에 몸이 떨렸습니다.
잠시 후에 교장 선생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어둠을 뚫고 나오는 강한 손전등 빛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우리를 안심시켰습니다. 벌써 사전답사를 다 마치셨다는 교장 선생님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도양읍과 소록도를 잇는 소록대교를 좋아하셨습니다. 관사에서 출발해 바닷바람을 맞으며 다리 위를 뛰는 것을 좋아하셨죠. 그래서 질문했습니다. 어쩌다가 달리게 되셨는지.
교장 선생님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침마다 하는 훈련을 힘들어하는 딸을 보며 교장 선생님은 딸에게 힘을 주기 위해 항상 함께 운동장을 달렸다고 합니다. '딸, 할 수 있어!'를 보여주기 위해서. 그러다 보니 재미를 느껴 이렇게 달리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듣자, 누구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딸을 위해 가지 않은 학교도 갔다고 처리해주고, 딸을 위해 '말'도 사주며, 딸이 원하는 것이라면 다 해줬던 그녀와는 다르다는 생각. 그리고 진정 자식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죠.
새벽녘 어둠을 뚫고 달려가는 교장 선생님을 뒤로하고, 친구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수능시험장으로 향했습니다. 하나둘 지나가는 선배들을 응원하던 도중,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교장 선생님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윗옷에 붙여져 있는 문구. '애들아 사랑한다!' 울컥, 감동이 밀려들어 왔습니다. 2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수험생들의 좋은 결과를 바라며 달려왔을 교장 선생님을 보며 사람들은 손뼉을 쳤습니다. 그리고 환호가 이어졌습니다. 한 친구는 "각자 자리에 앉아 긴장된 마음을 추스르고 있을 선배들이 교장 선생님의 바람처럼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진짜 선생님이란 무엇일까요? 현재가 고통스러워야 미래에 큰 행복이 온다고 외치는 선생님이 진짜 선생님일까요? 아니면 학생들이 현재가 행복하길 빌며, 마음을 보태는 선생님이 진짜 선생님일까요?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재가 행복하길 빌어주는 사람이 나쁜 사람인 것 같지는 않네요.
'애들아, 사랑한다!' 라는 두 단어로 학생들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이런 선생님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17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날입니다. 며칠 전, 교장 선생님은 파격 선언을 하셨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부터 수능시험장까지 달려서 가겠다!"
▲ 새벽 5시 30분. 정문 앞에서새벽, 교장선생님을 응원하며 사진 한 컷 ⓒ 한아름
전남 고흥 녹동고등학교 학생들은 몇 년 전부터 인근 인문계 고등학교인 고흥고등학교에서 수능 시험을 함께 치러왔습니다. 20km 정도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두 학교, 이렇게 수능시험을 보러 갈 때면 그렇게 가까운 거리도 멀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께서 그 20km의 거리를 달려가신다니?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달리기뿐이죠. 이렇게라도 우리 학생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습니다."
17일 새벽 5시 20분,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몇몇 기숙사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들과 함께 학교 정문으로 향했습니다. 기숙사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스며드는 한기에 몸이 떨렸습니다.
잠시 후에 교장 선생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어둠을 뚫고 나오는 강한 손전등 빛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우리를 안심시켰습니다. 벌써 사전답사를 다 마치셨다는 교장 선생님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도양읍과 소록도를 잇는 소록대교를 좋아하셨습니다. 관사에서 출발해 바닷바람을 맞으며 다리 위를 뛰는 것을 좋아하셨죠. 그래서 질문했습니다. 어쩌다가 달리게 되셨는지.
교장 선생님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침마다 하는 훈련을 힘들어하는 딸을 보며 교장 선생님은 딸에게 힘을 주기 위해 항상 함께 운동장을 달렸다고 합니다. '딸, 할 수 있어!'를 보여주기 위해서. 그러다 보니 재미를 느껴 이렇게 달리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듣자, 누구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딸을 위해 가지 않은 학교도 갔다고 처리해주고, 딸을 위해 '말'도 사주며, 딸이 원하는 것이라면 다 해줬던 그녀와는 다르다는 생각. 그리고 진정 자식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죠.
▲ 달리는 교장선생님.달리고 계신 교장선생님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 김은정
새벽녘 어둠을 뚫고 달려가는 교장 선생님을 뒤로하고, 친구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수능시험장으로 향했습니다. 하나둘 지나가는 선배들을 응원하던 도중,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교장 선생님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윗옷에 붙여져 있는 문구. '애들아 사랑한다!' 울컥, 감동이 밀려들어 왔습니다. 2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수험생들의 좋은 결과를 바라며 달려왔을 교장 선생님을 보며 사람들은 손뼉을 쳤습니다. 그리고 환호가 이어졌습니다. 한 친구는 "각자 자리에 앉아 긴장된 마음을 추스르고 있을 선배들이 교장 선생님의 바람처럼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 도착하신 교장선생님.많은 학생들의 환호를 받고 있는 선생님 ⓒ 녹동고등학교
진짜 선생님이란 무엇일까요? 현재가 고통스러워야 미래에 큰 행복이 온다고 외치는 선생님이 진짜 선생님일까요? 아니면 학생들이 현재가 행복하길 빌며, 마음을 보태는 선생님이 진짜 선생님일까요?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재가 행복하길 빌어주는 사람이 나쁜 사람인 것 같지는 않네요.
'애들아, 사랑한다!' 라는 두 단어로 학생들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이런 선생님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 7시 40분. 교장선생님이 도착하셨습니다.약 20km를 달려 오신 교장선생님. ⓒ 녹동고등학교
▲ 학생, 교사가 함께.함께 사진을 찍습니다. ⓒ 조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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