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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한 끼를 먹기까지... 사서 하는 고생

[여행, 나의 일상에서 그대 일상으로 5]

등록|2016.12.06 16:27 수정|2016.12.06 16:36

▲ 아침 풍경 ⓒ 이명주


▲ 길을 잃다 ⓒ 이명주


처음 만나는 낯선 동네 아침 풍경. 내겐 새롭고도 친근한, 여기 사는 대부분 사람들에겐 더없이 익숙할. 아침밥도 먹을 겸 산책에 나선다.

'좀 많이 걸었다' 싶은데 아직 아침밥 먹을 만한 곳을 찾지 못했다. 일찍 문을 연 노점들이 보이지만 글도 말도 몰라 메뉴 선택이 불가하다. 그러나 편의점 음식만은 먹고 싶지 않다!

▲ '여긴 어디?' ⓒ 이명주


▲ '유레카!' ⓒ 이명주


'여긴 어디?' 완벽하게 방향 감각을 상실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숙소에서 걸어 5분도 안 되는 곳. 전날 찍어둔 사진 덕에 행인에게 길을 물을 수 있었다.

1시간쯤 헤맸는데 금세 아는 곳이 나와서 놀랐다. 살면서 종종 경험하는 일. 길이 안 보인다고 길이 없는 건 아니다.

'유레카!' 일단 집 위치를 재확인하고 처음 출발할 때 봤던 시장에 왔다. 얼마쯤 걷자 맛있는 냄새와 함께 갖가지 고운 색의 반찬이 눈 앞에 펼쳐졌다. 아침에 갓 만들어 내놓은 듯 김이 모락모락 났다.

신이 나서 제일 당기는 반찬 두 가지를 샀다. 또 다른 가게에서 밥도 샀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구하는 데는 언어보다 인지상정이 먼저다. 일상에선 하지 않아도 될 일, 해도 무심히 혹은 '처량하다' 느끼는 일이 여행 중엔 새삼스럽다.

▲ '여기가 아니네' ⓒ 이명주


▲ 아침 한끼 ⓒ 이명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도착'이라고 생각하며 열쇠를 꺼내려는데, 여기가 아니네? 다행히 한 집 옆. 여행은 내가 심각한 길치임을 또한 자각시킨다.

수 년 전 여행한 필리핀과 같이 대만 역시 비닐 소비가 어마어마하다. 밥도, 반찬도, 음료도, 파는 거의 모든 물건을 비닐에 담아준다. 이 무지막지한 자원 소비가 우려스럽다. 선진 기술을 수출함에 있어 그 부작용에 대한 정보와 예방책은 왜 적극 알리지 않는지. 

반찬은 내 입맛에 딱 맞았다. 밥은 좀 비싸다 했더니 그냥 밥이 아니었다. 단맛이나 옅은 갈색빛이 우리네 약밥 같기도. 개인적으로 돼지와 소를 먹지 않는데, 여기 언어를 모르니 음식 선택의 어려움이 컸다. 그래서 함께 지내는 대만인 닉(Nick)에게 메모를 부탁했다.

▲ Nick이 써준 메모 ⓒ 이명주


▲ 한 끼의 소중함 ⓒ 이명주


'나는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해물과 야채 음식을 원합니다.' 이 메모 덕분에 훨씬 맘 편히 다양한 음식들을 먹을 수 있게 됐다. 타이베이 생활 열흘째(11월 18일), 이제 집 근처 지리에 꽤 익숙해졌고(밤엔 아직) 앞서 반찬가게의 단골이 되었다.

아침 한 끼를 먹기까지 꽤나 지난했다. 하지만 이렇듯 '사서 하는 고생'이 또한 여행의 묘미고 묘약이다. 

<여행, 나의 일상에서 그대 일상으로>
'여행은 결국 나의 일상에서 누군가의 일상을 오가는 여정. 고로 내 일상에선 먼 곳을 여행하듯 천진하고 호기심어리게, 남의 일상에선 나와 내 삶을 아끼듯 그렇게.

'삶은 여행'이라는 너무 익숙해서 인용조차 꺼리던 이 표현이 새롭게 깊이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또 한 번의 여행을 11월 9일부터 시작합니다. 길의 단절이 아닌 확장을 위함이고, 보다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나와 내 삶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입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종종 전하겠습니다.

facebook /travelforall.Myoung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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