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청와대의 반격? 본질 벗어난 '피해자 코스프레'

청와대 홈페이지에 '오보·괴담 바로잡기'... 핵심 의혹 놔두고 '법적 대응' 압박

등록|2016.11.19 14:43 수정|2016.11.19 15:56

▲ 청와대는 11.19 4차 범국민행동을 하루 앞둔 18일 홈페이지 메인면에 '오보 괴담 바로잡기-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글들을 게시했다. ⓒ 청와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쏟아지자, 청와대가 직접 '팩트체크'에 나섰다. 청와대는 지난 18일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http://www1.president.go.kr) 메인면에 '오보·괴담 바로잡기'를 걸고, '길라임' 가명, '통일 대박' 발언을 비롯한 각종 의혹을 반박하는 글 9건을 공개했다.

'길라임', '통일대박' 박근혜-최순실과 무관? 

박 대통령이 취임 전 차움 병원을 이용하면서 가명으로 쓴 것으로 알려진,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주인공 이름 '길라임'은 박 대통령 본인이 쓴 게 아니라 당시 차움 직원이 대신 기록한 것이고, 박 대통령 연설문에 등장한 '통일 대박'이란 표현도 '비선 실세' 최순실씨 아이디어가 아니라, 신창민 중앙대 경영학부 명예교수가 지난 2013년에 쓴 책 <통일은 대박이다>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또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박 대통령 발언도 무속 신앙에서 나온 게 아니라  파블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 한 구절을 인용했던 것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유세 당시 '여성 대통령의 끝을 보려면 한국의 여성 대통령을 보라'고 발언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고, 국내 누리꾼이 가상으로 올린 것이 잘못 알려졌다고 밝혔다.

이밖에 세월호 침몰 당일 국군수도병원 간호장교가 청와대에 출장왔다거나,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 해외 순방 때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했다는 언론 보도도 사실이 아니라며 '악의적 보도에 법적 대응중'이라고 맞받았다.

대통령 경호실이 최순실씨 집을 경호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최순실씨 집 근처에 사는 박 대통령 동생과 조카를 보호하려던 것이라고 해명했고, 박 대통령 대포폰 사용도 사실이 아니라며 '공작정치의 전형'이라고 반격했다.

대규모 촛불집회 앞두고 의혹 진화, '법적 대응' 압박도

▲ 청와대는 18일 박근혜 대통령 관련 오보와 괴담을 바로잡겠다며 홈페이지에 '길라임' 닉네임이나 '통일대박' 발언 출처 등을 바로잡는 글을 올렸다. ⓒ 청와대


물론 대통령 관련해 잘못 알려진 사실이나 루머를 바로잡는 건 청와대의 고유 업무 가운데 하나다. 문제는 그 시점과 내용이다. 이들은 대부분 청와대 대변인이 언론 브리핑에서 이미 해명했던 것들이다. 굳이 11.12 광화문 100만 촛불에 이어 19일 전국 동시다발 범국민행동 촛불집회가 열리는 시점에 맞춰 청와대 메인면을 장식했다는 건 다른 의미를 갖는다. 마치 박 대통령이 사실과 다른 '오보와 괴담' 때문에 부당한 비난을 받고 있다는 '항변'처럼 들릴 수 있어서다.  

내용도 문제다. 이 가운데는 실제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일반 시민들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내용도 있지만, '대포폰 사용 의혹'처럼 청와대의 일방적 해명일 뿐 의혹이 풀리지 않은 내용들도 적지 않다.

또 해명 내용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핵심 의혹에서 벗어난 곁가지가 대부분이다. 당장 '길라임'이란 가명을 박 대통령이 직접 썼는지, 차움 직원이 대신 쓴 것인지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이 차움 병원을 이용하면서 정당한 비용을 지불했는지, 그 대가로 대통령 재임 시절 차병원 계열 회사에 어떤 특혜는 없었는지가 청와대가 해명해야할 핵심 내용이다.

여기에 정치권과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을 해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작 정치', '악의적 보도', '법적 대응' 등 강경한 입장을 내놓는 것도 정도는 아니다. 검찰 조사조차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소통방식'이라면 더욱 그렇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