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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지동 '시가 있는 이야기 벽화골목 조성'

내로라하는 수원문인협회 회원들 골목에 모여

등록|2016.11.21 13:38 수정|2016.11.21 13:40

시인의 벽화18일 수원 팔달구 지동에 '이야기가 있는 시인의 벽화골목' 조성 현장 ⓒ 하주성


수원시 팔달구 지동은 4.3km에 이르는 전국에서 가장 긴 벽화골목을 보유하고 있다. 요즈음 들어 각 지역 벽화골목들이 이런저런 문제점들이 있어 조금 시끄럽기도 하지만 지동은 날마다 새로운 벽화골목을 조성하고 있다. 2017년까지 조성을 마치면 벽화골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동 벽화골목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나날이 늘어가는 추세이다. 한때 지동은 사람이 살기 험한 동네로 이름이 났다. 이런 지동 벽화골목 한 편에 사람들이 달라붙어 무엇인가를 쓰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일까?

수원 지동 벽화골목이 각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1순위로 떠오른 것은 벽화골목이 딴 곳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지동 벽화골목은 딴 곳처럼 화려하지는 않다. 지동 벽화골목은 그곳 주민들 입장에서 그려진 것으로 벽화골목을 조성할 때 주민들이 동참했다. 6세 유아들부터 70세가 넘는 어른들까지 함께 골목 벽화를 그리는데 동참한 것이다.

1차 시인의 벽 조성2013년 10월 26일 수원시인협회 회원들이 자신의 시를 벽에 쓰고 있다 ⓒ 하주성


지동 벽화골목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시인의 벽화골목과 시장가는 길, 그리고 수원제일교회 종탑에 마련한 노을빛 갤러리와 노을빛 전망대 등이다. 그 중 시인의 벽화골목은 1차로 2013년 10월 26일 수원시인협회(당시 회장 김우영 시인) 시인들이 와서 마련하였다.

그 당시 고은 시인도 지동을 찾아 '지동에 오면'이라는 시를 직접 벽에 썼다. 지동에 오면 이라는 시는 고은 시인이 지동을 찾아와 그 자리에서 떠오른 생각을 썼다.

지동에 오면
어머니와
작은어머니의 말소리가 들린다
지동에 오면
춘옥이 할아범 생신 날 설장구 소리가 들린다
성밑 집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지동에 오면
두고 온 내가
나를 어서 와 어서 와 하며
맞아 들인다 (2013년 10월 26일 고은)

고은시인2013년 10월 26일 1차 시인의 벽 조성 당시 자신의 시를 쓰고 있는 고은 시인(좌측 앉은 사람) ⓒ 하주성


2차로 12명의 시인들 지동 시인의 벽화골목 조성

그리고 지난 18일 오후 2시부터 두 번째로 수원문인협회 시인들이 찾아와 벽화골목에 직접 시를 썼다. 이날 윤수천 시인의 '전기밥솥', 김우영 시인의 '출토, 창성사지', 정수자 시인의 '새벽비', 임병호 시인의 '동백꽃을 위한 꿈', 박효석 시인의 '오래된 사과', 유선 시인의 '홍시', 박병두 시인의 '해남 가는 길', 은결 시인의 '가마솥 밥 - 쌀의 목숨', 박경숙 시인의 '아슬아슬한 잠', 윤형돈 시인의 '우리 동네', 임애월 시인의 '겨울나무', 진순분 시인의 '폭죽' 등 12작품이 새롭게 벽화골목을 장식했다.

지동 시인의 골목 특징은 시인들이 직접 지동을 찾아와 자신의 시를 자필로 벽에 남겼다는데 있다. 딴 지역에서 캘리그라피나 글씨를 쓰는 작가들이 시인들의 시를 그린 것과는 대비되는 풍경이다. 지동벽화 골목 중 시인의 벽은 지동을 찾아오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인기 촬영지다. 

"우리 지동에 이렇게 유명한 시인들이 직접 찾아와 벽에 시를 남기고 간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전국 많은 벽화길 중 시인들이 직접 참여해 시를 쓰고 가는 곳은 저희 지동이 유일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것도 내로라하는 시인들이 찾아와 시를 쓰고 가시기 때문에 앞으로 지동 벽화골목 중 시 골목은 명소가 될 것 같고요."

수원문인협회18일 2차 시인의 벽 조성시 수원문인협회 회원들이 벽에 자신의 시를 쓰고 있다. 맨 앞이 임병호 경기시인협회 이사장 ⓒ 하주성


윤수천벽에 시를 쓰고 있는 아동문학가 윤수천 선생(좌측 두번 째) 윤수천 선생은 지동 주민이다 ⓒ 하주성


앞으로 시 골목 더 늘려나갔으면

시인들이 골목 벽에 모여 직접 시를 쓰는 모습을 본 한 주민이 시 골목이 앞으로 지동의 명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자신도 여러 곳 벽화골목을 다녀보았지만 시인들이 직접 시를 쓴 곳은 못 본 것 같다는 것이다. 지동 벽화골목이 시간이 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라는데 이견을 내세우는 사람은 없다.

"앞으로 시인의 골목을 조금 더 늘려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유명 시인들이 직접 지동 벽화골목을 찾아와 이렇게 시를 쓰고 간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니까요. 요즈음 지동 벽화골목을 찾아오시는 관광객들이 빠트리지 않고 돌아보는 곳이 바로 시인들이 직접 시를 쓴 시인의 골목벽화입니다."

둘이 사는 집엔 전기밥솥이 딱이다
밥솥에 쌀 넣고 물 붓고
딴 일 좀 하다 보면
어느새 다 됐다고 신호를 보낸다
참 고마운 밥솥
이젠 한 가족이 되었다
참 고마운 딸아!

시인들앞에서부터 한 사람 건너 경기민예총 문학위원회 정수자 시인. 다음은 전 수원시인협회장 김우영 시인. 맨 앞이 지동벽화골목 총괄작가인 유순혜작가 ⓒ 하주성


창작센터시 작업을 끝낸 시인들이 지동에 소재한 창룡마을 창작센터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하주성


지동주민인 아동문학가 윤수천 선생이 벽에 '전기밥솥'이란 제목의 시를 쓰는 모습을 본 이상수 지동장은 시 골목에서 가까운 윤수천 선생 집 벽화인 꺼벙이를 보기 위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말했다. 지동에 있는 창룡마을 창작센터에서는 지동 벽화골목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벽화골목 11곳에 스템플러를 설치해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더한다.

2차 시인의 벽화골목 조성을 마친 지동 벽화골목. 6년이란 오랜 세월을 조성한 벽화골목이 점점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다시 찾고 싶어하는 벽화골목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동초등학교 골목에 '학교 가는 즐거운 골목길' 조성을 마치게 되면 지동을 돌아보는 관광객들 발길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란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티스토리 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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