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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과 이준도 참가한 촛불집회... 김진태 보고 있나?

[주장] 침묵의 부끄러움 깨치며 시민들과 함께 연대하는 이들

등록|2016.11.20 20:37 수정|2016.11.22 11:56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

'막말'과 '궤변'으로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한 한 여당 정치인의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강한 바람은 가녀린 촛불을 대수롭지 않게 꺼뜨릴 것이다. 하지만 그 촛불이 '홀로' 존재하지 않고, 촛불'들'이 되어 거대한 불빛이 된다면, 단단히 뭉쳐 서로를 의지하고 격려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지난 12일 열렬히 타올랐던 100만 촛불은 누군가의 바람처럼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들불'로 번졌다.

19일 4차 '2016 민중 총궐기 대회'가 열렸다. 민심에 역행하는 박 대통령의 적반하장과 반성 없는 여당 정치인들의 행태가 시민들을 다시 모이게 한 것이다. '4차 범국민행동' 측은 서울에만 60만 명(경찰 추산 18만 명)이 모였고, 전국 55개 도시까지 합산하면 100만 명이 촛불을 들었다고 추산했다. 촛불은 거룩했고, 찬란히 빛났다. 그 정치인은 끝내 '외면'하고 '부정'하고 싶겠지만, 그의 말은 명백히 틀렸다. 그 정치인은 자신의 말을 바꿔 이렇게 말해야 하리라.

"촛불은 바람을 타고 더욱 크게 번진다."

불면 꺼지는 촛불일까

▲ 배우 이준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촛불 집회 참여 사진. "현재 광화문 25만입니다. 오늘 목표는 50만이라고 하네요. 어서 모여주세요!" ⓒ @leechangsun27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던 한 인사는 '하야'와 '퇴진'을 강력히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일시적 분풀이"라고 폄훼하면서 "마녀사냥"이라 규정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상황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판단하는 시민들을 무시하는 발언이다. 이쯤되면 교육부의 고위 공직자가 "민중은 개돼지"라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저들은 애초에 시민들을 그리 여기고 있었던 것 아닐까. '저러다 지쳐 나자빠질 거야'라며 술잔을 기울인다면, 그건 오산이라 말해주고 싶다.

"100만 명 못 믿겠다. 침묵하는 4900만 명 있다" '보수단체'라는 이름이 아까운 괴상한 집단의 사무총장은 그렇게 말한다. 한국갤럽 5%, 리얼미터 9.9%. 최근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결과를 숙지하지 못한 것일까. '샤이(shy) 박근혜'가 일부 존재한다지만, 이런 아전인수가 따로 없다.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 싶었던 그 집단은 '촛불'에 맞서는 맞불 집회를 열고자 했고, 이를 위해 사람들을 동원하고 일당을 준다. (1인 독립언론 '미디어몽구'는 보수단체 집회 주'돈 주는 장면'을 포착했다)

부산의 촛불 집회 현장을 찾은 한 야당 정치인은 "지금 박 대통령은 퇴진하지 않고 버텨나가면 촛불 집회가 점점 잦아들 것이라 기대하는 것 같다"면서 "지치지만 않는다면 시간은 우리 편이고, 우리 국민들이 승리할 것이라 약속 드린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지만, 그 정치인이 본격적으로 박 대통령의 하야를 언급하기 이전부터 시민들은 그러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동력은 애석하게도 정치인들의 약속 보단 연예계 '스타'들이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시 19일, 촛불이 활활 타올랐던 현장으로 돌아가 보자.

스타들이 나섰다

▲ 가수 전인권이 19일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광화문에서, 전국으로!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전국동시다발 4차 박근혜 퇴진 범국민행동'에 참석해 노래 '행진'을 열창하고 있다. ⓒ 유성호


가수 전인권은 오후 8시 무렵 무대에 올라 "평화의 시위가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건네고 <상록수>를 열창했다.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라는 가사가 주는 에너지가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워나갔다. 그리고 <걱정 말아요, 그대>와 <애국가>가 이어졌다. 허를 찌르는 선곡이었다. 전인권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비장함이 감도는 <애국가>는 그 자리에 모인 60만 시민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며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노래와 목소리의 힘은 그 자체로 전율이었다.

한편, 새로운 얼굴도 눈에 띄었다. 지난 15일 종영한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 출연했던 배우 이준은 SNS에 촛불집회 참석 인증사진과 함께 "드라마가 끝나서 저도 모였습니다. 현장은 정말 엄청납니다"라며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힘을 합쳐야 합니다. 현재 광화문 25만입니다. 오늘 목표는 50만이라고 하네요. 어서 모여주세요"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박근혜 OUT, 국민희망'이라는 풍선을 들고 있었는데, 그 누구보다 명징하게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청년의 기개를 보여줬다.

▲ 지난 10월 21일, 배우 유아인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태극기를 배경으로 서 있는 사진을 올렸다. ⓒ @hongsick


"개인의 영달을 위해 살아가기에 정치는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어떤 정치인을 선택할지,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지를 선택할 수 있으니까. 우리가 반드시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다." - 김예랑, <한국경제>, '유아인에 대한 당신의 오해 ② 관종(관심종자) 유아인 (인터뷰)'(3월 26일) 중에서

▲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4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평소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치적 소신을 거침없이 표현해 왔던 유아인도 촛불 집회 현장에 나타났다. <디스패치>가 포착한 사진 속에는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유아인이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있었다.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는 크리에이티브 집단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크루들과 함께 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래도 잃을 것이 많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스타가 현 정부를 비판하는 소신행동을 취한 것은 대한민국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SNS 등을 통해 집회 참석을 알린 것이 아니라 '파파라치'에 의해 촬영됐다고 하더라도 그의 행동은 용기 있는 일이었고, 유아인이 지닌 선한 영향력이 또 한 번의 파고를 만들어내 촛불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 것이다. 이밖에도 가수 채리나도 SNS에 "얼마나 걸은 건지. 아자아자"라며 인증 사진을 올렸고, 코미디언 김대범도 "'좋아요'를 하나도 받지 못해도 집회에 참가하는 시민들에게 꺼지지 않는 전자촛불과 쓰레기봉투, 핫팩 등을 나눠주겠다"며 물심양면 지원했다.

침묵의 부끄러움

▲ 이승환은 이 사진을 개인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하며 "비영리 목적으로, 단체나 개인이 적법한 정치활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한 옥외 광고물은 허가나 신고 없이 설치가 가능하다고 하여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적법하게 거치하였습니다"라고 알렸다. ⓒ 이승환


"누구도 다치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의 정당한 분노가 방향을 잃지 않도록. 아이들과 우리를 보호하는 손길과 눈빛이 가득한 광장에서. 폭력과 분노가 아닌 이어짐과 배려와 따뜻함이 가득한 광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사람에게 기댈 수 있도록. 제복 입은 우리의 아이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그 아이들의 눈빛까지 담을 수 있도록. 어떤 폭력과 무질서도 부끄러워 발길을 되돌리도록. 각자 나무로 서 있는 독립과 존엄으로. 함께 숲을 이루는 깊은 연대와 따뜻함으로. 그렇게. 우리 함께. 평화의 길을 만들어요." (김제동)

이미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촛불 집회를 함께 했던 스타들도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시민들을 독려하고 보듬었던 김제동은 SNS에 '평화 집회'를 강조하며, "우리의 정당한 분노가 방향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스스로를 '늦깎이 저항가수'라 칭하는 이승환은 드림팩토리 건물에 '박근혜는 하야하라 모이자! 광화문으로!'라는 현수막을 내걸어 지치지 않는 저항정신을 드러냈다. 부끄럽지 않게 살고자 했던 그들이 땅에 꽂은 깃발이 하나의 이정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 민족은 반만년 동안 수많은 외침을 받으면서 단결의 DNA, 어려움을 극복하는 근성의 DNA가 있다. 잠재된 근성의 DNA를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부활시키는 거다" (설민석)

MBC <무한도전>은 '역사X힙합 프로젝트-위대한 유산' 편을 통해 시국을 향해 돌직구를 연거푸 날렸다. 설민석 강사는 이순신으로부터 시작해 안용복, 유관순, 김구, 윤봉길, 윤동주 등 단결과 근성으로 나라를 지켰던 인물들을 조명했다. "나라가 어려울 때 나라의 주인이 돼서 나라를 지킨 것은 우리 조상"이라는 강의의 한 대목은 또 한 번 기득권의 무능과 방만으로 인해 비상시국을 맞이하고 있는 시민들의 좌절감과 박탈감을 치유하는 동시에 잠자고 있던 DNA를 깨우기에 충분했다.

▲ <무한도전>의 한 장면. 개코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 MBC


윤동주 시인에 감명을 받은 개코는 윤동주 기념관을 찾아 그의 흔적들을 느끼며, 발자취를 함께 걸었다. 끊임없이 '부끄러움'을 자각했던 윤동주, 그를 통한 개코의 깨달음은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실제로 느낀 것은 이 시대에, 우리가 용기를 낼 수 있는 시대인데, 하고 싶은 말 할 수 있고, 근데 그걸 못하는 게 부끄럽더라고. 시가 써지는 게 부끄럽다 했는데, 근데 그게 부끄러웠던 게 아니란 생각이 드는 거야. 이렇게 좋은 시대에, 할 말 막 하는 시대에, 너무 용기 내지 않는 것 아닌가. 그런 거에 대해서 내가 부끄럽구나." (개코)

그렇다.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침묵은 더 이상 '금(金)'이 아니라 죄(罪)가 아닐까. 바람은 불기 시작했고, 이제 촛불은 꺼지기는커녕 들불이 됐다. 곧 지칠 거라 믿는 저들의 생각과 달리, 촛불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바야흐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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