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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시인이 광화문 광장 보며 쓴 시 한 편

광장의 시민들을 보며 감격... 26일에도 다시 집회를 찾겠습니다

등록|2016.11.21 11:42 수정|2016.11.21 11:43

문화예술인기자회견 그리고 연이은 집회참석사진 왼쪽 국회청문회실시라는 팻말을 든 기자 그리고 오른쪽은 아내와 참가한 1차 집회 11월 12일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회원들과 함께 ⓒ 김이하, 김형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영광스런 훈장이 생겼다. 바로 블랙리스트다. 지난해 6월부터 네팔 대지진 구호 활동을 펼치느라 올해 6월까지 네팔에 머물렀다. 그런 내게 이 정부는 내가 감당하기에 버거운 블랙리스트라는 훈장(?)을 주었다. 나는 그것도 모른 채 지진구호활동을 마치고 돌아와서 급하게 격일 근무하는 직장을 구했다. 생활을 챙겨야 하는 가장이라 직장 생활에 매진했다. 

그러나 나는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영광(?)만 누릴 수 없어 다시 광장에 섰다. 이른바 '이름값'을 해야하는 것이다. 나는 외국인 아내와 함께 1차 집회를 시작으로 집회에 나오기 시작했다.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 기자회견에도 참여했다. 2차 집회인 11월 12일에도 참가했다.

어제는 격일 근무일이라 오마이TV 생중계를 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전인권의 노래를 듣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시 한 편 썼다. 나를 위로했고, 광장의 시민들을 보며 감격했다. 오는 26일 집회를 다시 찾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11월 12일 제3차 박근혜 퇴진 집회11월 12일 제3차 박근혜 퇴진 집회에 참가했다. 아내도 함께 내려와 박근혜라는 손팻말을 들었다. 청소년 그리고 가족이 함께 각자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 김형효


눈물을 삼키며 촛불 타는 밤을 노래하네

김형효

촛불이 타오른다.
제 살을 타고 오르는 밝은 불을 보며
누가 희망을 외면할 수 있으랴.
나라를 팔아 우리들의 희망을 팔아 살던
순실의 대통령이었던 아니 아바타였던
철면피한 대통령을 물리치자고
오색 단풍을 태우고 불어오는 늦가을의 광장
그 차고 버거운 시린 바람 속에 선 어린 손들, 주름진 손들
손에, 손에 희망하나 들고 서로의 징검다리가 되어
저마다의 가슴 속에 품은 순결한 꿈을 태우며
서로의 어깨를 맞대고 절망하지 않기 위해 노래하네.
마음의 심지하나 남은 것처럼 심혈을 모아 밝힌 촛불을 보며
절망하지 않기 위해 노래하네.
주름 잡힌 눈물과 경쾌한 분노가 우리를 살리고 있음을 보네.
아! 장한 우리의 얼굴들 촛불로 하나 되어 신명을 만드네.
아! 어찌하여 우리들의 슬픔, 우리들의 분노는 이리 아름다운가?
방방골골 거리거리마다 타오르는 활화산 같은 촛불이 우리를 살게 하네.
오늘 우리가 만드는 절망하지 않기 위해 부르는 노래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들이 만드는 분노의 콘서트는 사악한 마귀의 청와대를 무너트리고
우리들의 경쾌한 분노의 콘서트는 주름 잡힌 눈물을 삼키며
새로 태어나는 아름다운 나라로 가는 길을 열고 있네.
삼천리강산 아름다운 우리들의 가슴마다 촛불이 타오르네.
절망을 태우고 희망을 살리며 활활 타오르네.
우리들의 주름 잡힌 눈물, 경쾌한 분노는 이미 승리했네.
아! 아름다운 촛불 든 그대들이 아름다운 나라로 가는 길을 내었다네.
지상의 그 어떤 아름다움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지금 그대들이 손에 손에 밝히고 있는 촛불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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