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아이 안 보는 날, 나는 카페로 출근한다

전업주부의 일상타파, 주말알바 가는 날

등록|2016.11.21 11:59 수정|2016.11.21 11:59

▲ 아이 안 보는 날, 나는 카페로 출근한다 ⓒ pixabay


"혹시 결혼 하셨나요?"
"네, 아이도 키우고 있어요"
"그렇군요. 일단 면접 한번 보러 오세요."

아르바이트 면접이 있었다. 먼저 전업주부에게서 풍기는 특유의 느슨한 외모를 조금이나마 향상시킬 필요가 있었다. 눈썹부터 깔끔하게 다듬었다. 산뜻한 색으로 머리 염색도 했다. 파마를 할 시간까진 없어서 머리는 예쁘게 묶고 가기로 했다. 면접 결과는 통과. 바로 '내일'부터 일하기로 했다.

내가 주말 동안 일하게 된 곳은 동네의 작은 북카페다. 나는 그리도 카페에서 일하고 싶었다. 아이를 낳기 전,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하하호호 웃던 곳, 가끔은 혼자 가서 책 펴놓고 끄적끄적 공부하던 곳, 문득 귀에 꽂힌 배경음악에 가만히 감동하던 곳, 바로 그 카페가 그리웠다. 아무래도 어린 아이를 데리고는 마음 놓고 갈 수 없으니 말이다. 주말에만 남편에게 아이를 부탁하기로 하고 용돈 벌이도 할 겸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북카페 일은 생각보다는 지루하다. 손님은 언제 들어오는지, 퇴근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지 시계만 보고 있다. 가끔 사장님이 벌컥 들어오거나 엄청난 수의 손님들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위기의 순간만 빼고 말이다. 지루한 듯 바쁘게 움직이는 이 리듬이 싫지만은 않다. 오히려 낯설어서 더 짜릿하다. 물론 삶의 어떤 유익한 부분이나 재미있는 요소들이 꼭 바깥일에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반복되는 집안일과 고된 육아에 지쳐있던 일상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는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룰루랄라 일을 마치고 집에 왔는데 남편이 쓰러져 있다. 익숙하지 않은 육아에 온종일 아이 밥 해주고 밥 치우고, 빨래 널고 빨래 개는 하루. 그 와중에 쏟아지는 사소한 고민들까지, 그의 콜록콜록거리는 기침소리에 다 들어있었다.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뭉클한 마음으로 아이를 쳐다봤다. 눈이 더 땡글땡글해졌다. 눈을 땡글땡글하게 뜨는 것은 아빠의 습관이다. 이 녀석, 그새 아빠를 더 닮아있다.

남편은 이번 주에도 내 아르바이트 간식 가방을 열심히 싸준다. 배곯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며 봉지에 바나나를 넣고 있다. 오늘은 당신의 육아도 더 수월하겠지? 한 사람이 지나치게 희생한다는 생각이 들면 분노가 일기 마련이다. 집안일, 육아, 바깥일, 그리고 각자의 마음 건강까지, 우리는 서로서로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