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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꼬집은 중2 사이다 발언... <무도>의 색다른 촛불 응원

[하성태의 사이드뷰] <톡투유> <무한도전> 등... TV가 촛불 광장과 국민을 응원하는 방법

등록|2016.11.21 14:44 수정|2016.11.22 11:58

▲ 20일 방송된 <김제동의 톡투유> 중 한 장면. 학생의 지적이 뼈아프다. ⓒ JTBC


<개그 콘서트> '민상 토론'이 시즌2를 시작해도, <SNL 코리아>와 <웃을 찾는 사람들>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길 수 없다.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 예능이 대결해도 결코 넘어설 수 없는 2016년 대한민국의 사회상. 중학생도 이미 작금의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가 얼마나 웃긴지, 그 어떤 코미디보다 희극인지 잘 알고 있다.

"나라가 많이 이상하잖아요. 학생으로서 보면 되게 부끄러워요. 지금 일어나는 상황보다 어떤 재밌는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맨날 JTBC 뉴스 보면서 웃고 있고, 너무 재밌었어. 그걸 또 제 후손들은 역사책에서 판타지 소설로 배울 거잖아요. 솔직히 너무 이상하고 판타지 내용이잖아요.

또 학교에서 (배울 때)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고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으로 나오는데, 저희가 투표를 통해서 준 책임이랑 권력을 이상한 아줌마, 민간인한테 넘긴 거 잖아요. 그걸 보면서 너무 이상하고 부끄러웠어요."

20일 방영된 JTBC <김제동의 톡투유>에서 방청석에 앉아 마이크를 잡은 어느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소감이다. 이날 방송에서 모두가 조심스러웠으나 아무도 직접 얘기하지 못했던 주제는 결국 중2 학생의 입에서 나왔다. '2016 대한민국이 이상해요'라는 그 주제. 이를 직접 적은 이 중2 학생의 말이 정답이다.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도 재밌을 순 없다. 또 이제 와서 대통령이고 비선실세고 신나게 풍자하고 비판하면 무슨 소용인가. 뒷북이고 허탈함만 키울 뿐이다.

그렇게, 2016년이 이상하다. <톡투유>를 보는 중2가 보기에도, 광화문광장에 촛불을 들고 나선 고3 수험생이 보기에도 무척이나 이상하다. 근데, 딱 2016년만 이 정부 4년만 이상했을까. 서사가, 판타지가, 현실을 이기지 못할 때, 잠시 잠깐 과거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우리 근현대사라면 더 좋다. 작금의 현실을 반영하면 금상첨화다. 그 시각의 전환을 지난 19일,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촛불 시위가 한창이던 시각에 방영된 MBC <무한도전>이 해내고 있었다. '역사X힙합 프로젝트 - 위대한 유산 두 번째 이야기'(아래 '역사X힙합')를 통해서다.   

촛불 광장의 그 시각, "나라를 지키는 국민의 힘" 강조한 '무도' 

▲ 19일 방송된 <무한도전>의 한 장면. '나라를 지키는 국민의 힘'이란 자막이 선명하다. ⓒ MBC


"내가 왜 죄인이냐. 내 나라 내 땅에서 만세를 부른 것이 왜 죄가 되느냐. 제 나라 찾겠다고 정당한 일을 했는데, 어째서 군기를 사용해서 내 민족 죽이느냐. 왜, 평화적으로 아무런 무기를 갖지 않고 만세를 부르면서 시가행진하는 사람들에게 무차별 총질을 해대어 내 아버지 어머니를 비롯해 무고한 사람의 수많은 목숨을 저리도 무참히 뺏을 수 있느냐.

죄가 있다면 불법으로 나라를 점령한 너희에게 있는 것이 아니냐. 입이 있어도 말할 수 없고 귀가 있어도 들을 수 없고 눈이 있어도 볼 수 없는 이 지옥 같은 식민지 지배에 있는 것 아니냐. 자유는 하늘이 내려준 것이므로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 나는 죄인이 아니오. 그리고 나는 우리나라가 독립하는 그 순간까지 죽는 한이 있어도 만세를 부를 것이오."

3.1 운동 후 감옥에서 고초를 겪다 일제의 재판정에선 유관순 열사의 변론이라고 한다. <무한도전>은 그렇게 '역사 선생님'으로 초빙한 설민석씨의 근현대사 강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식민지적 '역사'와 '현실'을 접목시켰다. 이를 테면, 설씨의 입을 통해 유관순 열사를 "불법시위를 주도했던 열여덟 학생의 기개"로 소개하는 식이다. 유관순 열사의 투쟁 과정과 옥고 등을 소개한 설씨는 또 이렇게 덧붙였다.  

"유관순 얘기를 하면, 많은 어른들이 지금의 청소년들을 나무라요. 야, 넌 뭐 공부 안 하고 게임밖에 안 하니. 유관순은 네 나이에 나라를 구했어, 가서 공부나 해. 나라가 뭐가 되려고 요즘 애들 이래. 이렇게들 말씀하시만 전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영웅은요 난세에 탄생을 해요. 지금은 평시니까 귀여운 여고생의 모습으로 별 생각 없어 보이는 남고생의 모습으로 보이지만, 우리는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유관순을 지나쳐 보내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역사X힙합'편이 방영되던 시각, 전국 각지의 광장에선 '우리시대의 유관순'들이라 할 수 있는 10대 학생들이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무한도전>은 이 설씨의 "우리 민족의 단결·근성의 DNA"론과 함께 독도를 지켰던 안용복 선생의 업적을 되돌아보며 자막을 통해 "나라를 지키는 국민의 힘"을 강조했다. 마치 과거 '난세를 지키는 민초'들을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선 작금의 '국민'들로 비유하는 것처럼.

영화나 드라마보다 재밌는 현실을 <무도>가 이겨내는 방법

▲ 19일 방송된 <무한도전>의 한 장면. 역사와 힙합의 컬래버레이션은 어떤 효과를 얻을까. ⓒ MBC


유관순 열사와 안용복 선생 외에도 '역사X힙합'편은 시와 글로 일제에 저항했던 윤동주 시인, 기막힌 인연을 가지고 있던 김구 선생과 윤봉길 의사 등의 소개했다. 면면이 '저항'과 '독립'이란 키워드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었다.

'일제'나 '외세'에서 대상을 치환하기만 한다면, 그 누구든 '민중'과 '저항'과 연결 지을 수 있는 선인들이다. 이러한 '역사X힙합'편의 주된 기조는 멤버들이 곡 작업을 하기 전, 주제를 잡기 위해 조언자들을 만나는 장면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됐다.

정준하와 지코가 만난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김영현·박상연 작가는 세종대왕에 대해, 양세형과 비와이가 만난 영화 <귀향>의 조정래 감독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하하와 송민호가 만난 영화 <명량>의 전철홍 작가는 이순신 장군에 대해, 황광희와 개코가 만난 김응교 교수는 윤동주 시인에 대해 좀 더 친절한 설명과 각자의 시각을 펼쳐 놨다. 원래, 어떤 이야기를 풀어 놓을지는 섭외부터 결정되는 법이다. 

이중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 세종대왕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좀 더 결정적이었다. 이를 테면, '훈민정음'이 한자 순서를 바꿀 때 마다 뜻이 달라짐을 알려준 김영현·박상연 작가는 "백성의 소리를 새겨들음이 마땅하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시국에 쏙쏙 와 닿는 내용과 자막이 아닐 수 없었다.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재협상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지금, 하필 구 서대문형무소 내부에서 조정래 감독에게 위안부 할머니들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듣고, 유관순 열사와 순국선열들이 옥고를 치렀던 감옥 체험을 해 본 것 역시 의미심장했다. 언제나 역사는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제작진 역시 자기 위치에서 나라를 지키는 국민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시국에, 이 상황에, 국정교과서 발표를 앞둔 이 시점에 역사에 무지할 것 같은 이미지의 힙합 뮤지션과 래퍼들과 함께 '역사'를 공부하고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업을 부지런히 하고 있으니 말이다. '역사X힙합'편의 자막과 방영 시점으로 인해 더더욱.

결국 너무나 초현실적이고 재밌는 현실을 서사가, 예능이 이겨내는 방법을 <무한도전>이 제시한 것인 지도 모른다. 역사 혹은 서사를 제시함으로서 시청자들로부터 하여금 작금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 개그 프로그램의 직접적인 풍자보다 한수 위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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