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신중론이 문제다 야당 추천 총리 교체는 반대"
[주장] 무엇을 할 것인가, 탄핵과 총리추천에 관하여
검찰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공소장에 박근혜 대통령을 사실상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가능성이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반면 탄핵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탄핵 이전에 야권 추천 인사로 총리를 교체하는 단계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과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팽팽합니다. 매주 거리에 나선 100만 촛불의 함성으로 이미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절차나 방식에 대해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받습니다. 그 첫 번째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본인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 2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찰관계자들이 이영렬 중앙지검장의 최순실 의혹관련 수사결과 발표를 방송으로 보고 있다. ⓒ 연합뉴스
1. 야당은 탄핵에 착수해야 한다
오늘(20일) 검찰은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을 기소하면서 대통령을 공범으로 판단했다. 공소장에 "피고인 최순실, 피고인 안종범, 대통령의 공.모.범.행."이라고 적힌 것을 보는 일은, 물론 예상했었지만 정말 충격이었다.
우리 헌법은 탄핵 사유에 대해서 "대통령...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과연 그것을 어떻게 판단하는 것인가인데 검찰이 범죄의 공범으로 공소장에 기재한 것은 확정판결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강력한 표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회는 최소한 탄핵절차에 돌입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분명히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면 탄핵에 착수하는 것은 국회의 권한을 넘어서 어떤 면에서는 의무라고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탄핵보다 자진 사퇴가 훨씬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탄핵은 결국 선출되지 않은 헌법재판관의 손에 의해서 결정되는 사법적 절차다. 사법적인 절차보다는 토론과 타협을 통한 정치적 해결이 후유증을 적게 남긴다. 그러나 당사자인 대통령이 지금처럼 자진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때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그때는 국회가 나서서 탄핵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탄핵에 착수한 이상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서 신중론을 편다. 구체적으로 국회에서 탄핵을 의결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야당 의원들 외의 새누리당에서 29명 이상의 찬성표를 얻을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며(탄핵은 무기명 투표를 한다. 이번에 특검법안처럼 누가 반대했는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결에 성공해서 헌법재판소에 갔을 경우에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을 얻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탄핵 같이 중요한 일을 하려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정교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에서 소극적인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
첫째, 100% 성공이 확실한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지금 탄핵의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10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주말마다 거리에 나와서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고 있다. 평소 보수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 중에서도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사람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아무리 무기명 투표라고 해도 여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져서 탄핵안을 부결시키면 새누리당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이 이렇게까지 뭉쳐서 대통령 물러나라고 외치는 상황에서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하면 국민들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다. 헌법 재판은 일반 재판과 달리 본질상 정치적인 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고 또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3명 이상이 반대해서 탄핵이 기각되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고 헌법재판소는 상당히 오랫동안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어떤 분들은 내년 1월 31일이면 헌법재판소장의 임기가 끝나고 3월 13일이면 또 한 분의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데 공석은 반대로 계산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나 그런 걸 다 따지고 있으면 탄핵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청문회를 거쳐서 헌재 소장과 재판관이 임명될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만약 박 대통령이 임명을 안 하고 미루면 어떻게 하나. 그런 사유로 탄핵을 포기할 것인가. 오히려 내년 1월 31일 이전에 결정이 나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볼 수도 있다.
둘째, 만에 하나 기각되는 경우를 생각해보더라도 야당은 탄핵에 착수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야당이 탄핵절차에 착수했는데 새누리당이 반대해서 부결되거나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면 국민들은 야당과 함께 계속 투쟁을 해나갈 수 있다. 그러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야당이 시작도 하지 않으면 국민들은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을 가지지 못 한다. 야당에게마저 외면당하고 실망하면 그때는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모른다. 1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매주 촛불을 들고 나오는 상황, 심지어 검찰에서마저 대통령을 범죄자로 판단하는 상황이라면 야당은 국민들의 힘을 믿고, 국민들과 함께 탄핵에 나서는 것이 맞다. 그것은 야당의 의무다.
2. 총리 추천에 반대한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정무직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이 하야 결심을 밝히거나 탄핵안이 가결될 것이 확실한 상황이 아닌 이상 현재 단계에서 야당들이 협의해서 총리를 추천하는 것은 반대한다. 혼란만 초래할 뿐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두 가지 이유를 적어 둔다.
우선 첫째로 총리를 추천하면 박 대통령을 인정하는 꼴이 될 수가 있다. 박 대통령은 국회를 방문해서 총리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아무리 야당이 아니라고 해도 총리 추천에 착수하는 순간 청와대는 국회가 대통령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하고 선전하기 시작할 것이다.
둘째, 대통령을 대신할 만한 권한을 가진 총리를 추천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그 자체로 또 한판의 전혀 새로운 바둑이다. 야당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고 정치인마다 의견이 다를 것이다. 서로 자기가 추천하는 총리가 임명되기를 바라면서 이전투구를 벌일 수도 있다. 국민들은 1분 1초도 대통령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즉각적인 퇴진을 외치는데 야당들이 한가하게 이런 논의나 할 수는 없다.
어찌어찌 합의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막상 대통령이 임명할지도 의문이며 권한 배분과 관련해서 대통령과 사이에 극도의 반목과 혼란이 생길이 생길 것이다.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응하겠다고 하다가 며칠 만에 말을 완전히 뒤집는 대통령을 보라. 야당 추천 총리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솔직히 총리가 되는 분이 어떻게 행동할지도 의문이다. 평소 여러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던 김병준 교수의 모습을 보라. 야당이 추천한 총리가 자리 욕심을 내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확신하는가.
야당이 탄핵 착수와 병행해서, 혹은 탄핵 착수에 앞서 총리를 추천해야 한다는 분들은 대개 두 가지 이유를 든다.
우선 첫째로 박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탄핵이 의결되면 황교안 총리가 직무대행을 하게 되는데 그걸 받아들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음모론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이것은 지나친 염려다. 국민들의 힘에 의해서 대통령이 탄핵당한 상황에서 직무 대행을 하는 총리가 얼마나 영향력을 가지겠는가. 이상한 일을 벌이려고 들면 총리마저 탄핵당할 것이다.
덧붙이자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야당이 이 국면에서 최초로 발이 꼬인 것이 황교안 총리를 너무 의식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퇴진 주장이 나왔을 때 야권 일각에서 '대통령이 하야하면 황교안 총리가 대행을 할 텐데 그건 받아들일 수 없다. 야당이 추천하는 총리를 임명하고 하야해도 해야 된다'는 주장을 했다. 대통령을 퇴진시키는 것도 극히 어려운 일인데 그 전에 우리가 원하는 사람으로 총리를 갈아치우고 퇴진시킨다는 것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일이다. 더구나 보수적인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는 정파적인 것으로 비칠 우려도 매우 높다.
복잡한 일에 부딪힐수록 원칙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라고 하고 있다. 그대로 하면 된다. 인위적으로 총리를 갈아치우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직무대행을 하게 된 총리는 말 그대로 권한을 대행할 뿐 새로운 일을 벌일 수 없다. 고건 총리도 그랬다. 그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고 총리가 주어진 권한의 범위 내에서 움직이도록 감시하는 것으로 족하다.
▲ 민주당, 박근혜 퇴진 국민주권운동본부 출정식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과 당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위한 국민주권운동본부 출정식'에 참석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규탄하며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한편에서는 총리를 추천해야 하는 이유로, 그 총리가 검찰 개혁 등 우리 사회의 묵은 과제를 처리하도록 하자거나 혹은 박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들에 대해 해임건의를 하고 새로운 장관의 임명 제청을 하는 등 소위 '트로이의 목마'로서 활동해서 대통령을 퇴진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든다.
우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도 없을뿐더러 역시 현실성도 없다. 박 대통령이 그런 일을 하도록 가만히 보고 있을 것 같은가. 이것은 박 대통령이 지극히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전제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대통령이 정상적인 국정수행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퇴진을 촉구하면서 병행하는 것은 논리적 일관성이 없다.
'트로이의 목마'론도 현실성이 없는 정치적 공상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굳이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알기 어렵다. 야당이 추천한 총리가 들어가서 장관 해임 건의를 하기 시작하면 대통령이 들어주지도 않을 것이 분명하고(건의는 건의일 뿐이다.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 극심한 반목이 생겨날 것이다. 그 지점에서 야당 추천 총리의 조치에 반발하고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론이 생겨날 수도 있다. 그런 일을 왜 하는가.
3. 요약 및 결론
야당은 탄핵에 착수해야 한다. 치밀하고 정교한 계획을 짜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지만, 결과를 100% 확신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들이 야당에 바라는 것이고 그래야만 국민들이 기댈 곳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협의해서 총리를 추천하는 일은 혼란만 초래할 뿐이므로 반대한다. 다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대통령이 하야 결심을 밝히는 등 정국이 합리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높을 경우에는 고려해볼 수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