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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박 대통령, 40년 전에도 정치 '앵벌이'

[게릴라칼럼] 검찰 조사도, 특검도, 총리 추천도 싫다는 박 대통령

등록|2016.11.21 15:25 수정|2016.11.21 15:25

▲ JTBC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 JTBC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시킨 20일, JTBC <스포트라이트>는 4주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다루고 있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청와대를 나온지 1년 반 만에 사망한 김영한 전 민정수석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경락 경위를 다뤘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대응과 배후설에도 주목했다. 하지만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40년 전 박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인연이었다.

40년여 전, 청와대에서 열린 새마음봉사단 행사.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이 발굴한 국가기록원 영상에는 당시 23살이던 '큰 영애'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현대'의 이명박, '삼성'의 이건희, '대우'의 김우중 등 당시 대기업을 좌지우지한 총수들과 실세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스포트라이트>는 박 대통령이 과거 정치헌금을 모금했던 새마음봉사단과 40년 후 미르재단의 형성 과정이 꼭 닮았다며 이렇게 꼬집었다.

"줄기세포 시술을 받은 듯 생생한 기업 모금과 욕망의 평행이론."

추측건대, 아니 정황이 드러나는 바, 박 대통령은 그저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익숙하고 그래도 된다고 여기는 일을 계속해 왔을지 모른다. 그것이 불법이 아니라 '선의'라고 자신만 생각하면 그만인 듯싶다. 아니,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검찰이 7대 기업 총수와 관계자들을 '줄소환'하고 박 대통령의 강요와 뒤이은 헌납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 본인과 청와대, 일부 친박과 5% 남짓한 지지자들 빼고 다 아는, 만천하에 드러난 박 대통령의 미르, K스포츠재단 관련 비위. 검찰은 박 대통령이 직접 재단 설립을 지시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그러나 게임이 끝나기엔, 박 대통령의 어이없는 저항이 꽤나 길게 이어질 듯 보인다.

'피의자' 박근혜는 오늘도 자기 세상에 산다

▲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변호인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유 변호사는 "현직 대통령이 새로운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번번이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면 의혹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국정 수행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며 "검찰이 모든 의혹을 충분히 조사해서 사실관계를 대부분 확정한 뒤에 대통령을 조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특정 개인이 재단 사업 추진 과정에서 대통령 몰래 이권을 얻으려고 하였다면 이는 대통령과 무관한 개인 비리에 불과함."
"따라서, 재단 출연금이나 사업에서 단 한 푼의 이익도 얻을 수 없는 대통령이 일반인과 공모하여 조직적으로 재단을 사유화 하려고 했다는 것은 지나친 논리 비약임."
"대통령은 최순실이 개인 사업을 벌이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최순실 등이 개인 이권을 위해 K스포츠재단 등을 이용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던 일임."
"물론 주변 사람들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잘못은 있겠으나, 대통령이 개인 축재를 위해 재단을 설립하였다거나 최순실을 도와주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님."

안타깝다. 어쩜 이리 검찰 조사는 물론 언론에서 이미 까발린 증언이나 정황들에도 이토록 '순수하게'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을까. 이날 오전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파장을 일으킨 지 수 시간이 지난 오후, 유영하 변호사가 밝힌 박 대통령의 입장 자료는 한 마디로 "아직도 현실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는 딱한 권력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대통령과 무관하다, 대통령은 이익을 얻지 않는다, 모르고 있었다, 나라를 위한 '구국'의 발로였다, 문제시 될 지 몰랐다 등등. 그러면서, 과거 노무현 정부를 위시해 김대중·전두환 정부에서 이뤄진 각종 재단 사업과의 비교를 통해 '결백'을 주장했다.

이럴 때 쓰는 말이 '후안무치'다. 미안하게도, 국민들이 그 비교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19일 '박사모 집회'에 참석한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이 "노무현도 삼성에 8천억을 걷었다"라는 발언으로 거센 비난에 휩싸이자 이튿날 바로 '사과'를 한 사실을 박 대통령과 유 변호사는 몰랐던 것 같다. 노 전 대통령은 물론 전두환 전 대통령까지 끌어들이는 것이 얼마나 자충수인지를 말이다.

더 심각한 것은, 박 대통령이 "직접 조사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밝힌 대목이다. 성실히 검찰조사에 응하겠다고 한 대국민담화는 역시나 거짓말이었다. 그 이유가 "검찰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믿기 어렵다"였다니, 그간 '정치검찰'을 마음껏 휘둘렀던 박 대통령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다. 여기저기 개탄의 목소리가 폭발 중이다.

더욱이 유 변호사의 입장문에 쓰인 '환상의 집'이라든지, '사상누각'이란 표현 역시 박 대통령의 현실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걸로 보인다. 대통령이 변호인에게 토로했다는 내용을 보라. '순수한 마음'과 '천벌' 같은 명사 사용도 제2차 대국민담화 내용과 다를 것이 없다. '피의자' 박근혜는 오늘도 자기 세상에 산다.

또 하나, 박 대통령은 과연 '천벌'의 뜻은 알고나 있는 걸까. 

"재임 기간 내내 국민을 위해 희생하면서 내 모든 것을 바친다는 각오로 한 치 사심 없이 살아왔다. 맹세코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도록 하려는 순수한 마음에서 재단 설립을 추진한 것이고 퇴임 후나 개인의 이권을 고려했다면 천벌을 받을 일이다."

"대통령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대한민국"... 결론은 탄핵

▲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중 한 장면. ⓒ JTBC


"검찰 수사 안 받겠다. 국회 추천 총리 안 받겠다. 탄핵 하려면 해라. 피의자 박근혜씨의 대국민선전포고다."

21일 오전, 청와대의 입장 발표를 접한 서울대 조국 교수의 반응이다. 이날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제안을 야당이 계속 거부를 해왔다. 여러 주장들이 나오는 것 같은데, 지금 상황 변화가 있기 때문에 지켜보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어제 검찰 수사를 거부한 것과 더불어 '박 대통령 퇴진'을 전제로 하는 야당이 추천한 총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립적 특검' 운운하면서 특검 수사 역시 특검법 자체나 특검 임명을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2주 연속 전국을 밝힌 '100만 촛불'의 여론은 물론이요, 그간의 거짓말을 훌쩍 뛰어넘는 태세 전환이다. 이에 대해 검찰 출신이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오전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적었다.

"이제 질서 있는 퇴진은 물 건너 갔습니다. 우리 헌법은 경우도 없고 부끄러움이 없는 대통령은 미처 상상하지 못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 상황을 뚫고 나가려니 곳곳에서 대통령의 훼방질이 우려됩니다. 특검법을 거부하고, 재의해도 특검임명을 거부하고, 어거지로 임명해도 수사를 거부하고, 또 '겁찰' 인사권을 행사하며 '겁찰'을 협박하고, 헌법재판관을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임명하려 하는 등 도대체 뭔 일을 할지 알 수 없습니다.

또한 하야요구 뿐만 아니라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봐야 무시할 것이 틀림없고, 새누리당의 탈당요구도 무시하고, 각료인사권도 행사하고, 해외순방도 강행하고, 탄핵절차도 최대한 질질 끌고 도대체 무슨 일을 할지 알 수 없습니다. 하다못해 CEO가 개판 치면 그 회사는 '절딴'나는데, 대통령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대한민국을 목도하고 계십니다."

40년 전 하던 재벌 '앵벌이' 혹은 강탈을 재현하는 박 대통령, 그 부정 축재 자금을 아버지 최태민에 이어 세습해서 전횡해 온 최순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마음' 운운하는 박 대통령이 사지에 몰렸다. 퇴로가 없다. 자신이 지은 '사상누각'에서 처절하게 허물어질 이는 박 대통령 본인이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과 철저하게 맞서는 리더, 군림하다 못해 마지막까지 군좌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공주, 탄핵이란 마지막 카드를 자처하는 대통령으로 남게 됐다. 그리하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지난 두어달 직접적으로 고통받은 국민들은 탄핵의 과정까지도 계속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됐다.

그 과정에 대해서는 다행히도, 어제 야3당 유력 대선후보 8인이 정리를 한 바 있다(관련 기사 : "탄핵 요건 갖춰졌다" 하야 압박 높이는 야권). 그럼에도  각양각색의 의견들이 돌출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어제 오늘 청와대와 유 변호사가 보인 대응을 "피의자 박근혜씨의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정의한 서울대 조국 교수의 고언을 귀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어찌됐건, 이게 다 국민 51%가 직접 선출한 '박근혜 대통령' 때문이다.  

"박근혜씨는 헌정사상 최초로 피의자가 되었다. 청와대 안에 나라를 사유화(私有化)하고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이로써 탄핵요건은 충족되었다. 그가 일말의 애국심을 갖고 있다면, 무릎 꿇고 국민에게 사퇴라는 연말연시 선물을 올려야 한다.

그러나 그는 검찰수사를 거부하면서 '탄핵하려면 해봐라'식으로 나오고 있다. 피의자가 계속 청와대를 점거 농성하겠다는 것이다. 특검 빨리 구성하여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하고, 범죄의 진상을 더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 '제3자 뇌물죄'가 핵심이다.

한편, 탄핵은 최후수단이다. 가능하면 다른 해결방식이 좋다. 그러나 이 '칼'을 빼어야 할 수밖에 없다면 적시를 택하여 확실히 베어야 한다. 보수의 수치(羞恥) 박근혜 탄핵에 동의하는 새누리 의원을 많이 확보하여 발의시 재적 2/3을 훌쩍 초과해야 한다. 이쯤 되면 헌재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헌재는 '법적 판단'과 '정치적 판단'을 같이 하는 기관이다." (20일 오전 조국 교수가 적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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