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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만 믿다가 가습기살균제 같은 일 발생해"

[인터뷰] 동물 대체실험 연구분야의 노벨상 '러쉬프라이즈' 수상 김미주 교수

등록|2016.11.22 19:43 수정|2016.11.22 19:43

▲ 동물 대체실험 연구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러쉬 프라이즈’에서 한국인 첫 수상자인 김미주(33)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연구조교수가 18일 서울 강남구 시지브이(CGV)청담씨네시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신진 연구자’부문을 수상했다. ⓒ 러쉬코리아


"1957년 독일 제약회사 그뤼넨탈이 개발한 수면제 탈리도마이드라는 약을 아시나요? 입덧을 완화시켜준다는 이 약을 복용한 임산부들이 팔 다리가 없거나 짧은 기형아를 출산했던 충격적인 사건의 이면에는 바로 동물실험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 있었어요. 쥐와 토끼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 결과만으로 아무런 검증 없이 5년 동안 전세계에 판매했죠. 동물실험에 대한 무분별한 신뢰를 재고해야 합니다."

동물 대체실험 연구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러쉬 프라이즈'에서 한국인 첫 수상자인 김미주(33)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연구조교수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시지브이(CGV)청담씨네시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신진 연구자'부문을 수상했다.

러쉬 프라이즈 신진 연구자 부문은 동물 대체실험을 연구하는 35세 미만의 연구자에게 주는 상이다. 러쉬 쪽은 "치과재료의 생물학적 안전성 평가방법의 개발과 검증에 있어 동물 대체실험을 연구한 업적을 높이 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선 김 교수 외에도 간독성 검사를 위한 시험관 시스템 개발에 기여한 일본 오사카시립대학교 의과대학원생인 쿠미코 타츠미, 위생독성학 관련 대체실험 연구개발을 해온 중국 대체연구평가센터의 첸 유 박사가 같은 부문의 상을 받았다.

올해로 5회째인 '러쉬 프라이즈'는 영국의 화장픔 브랜드 러쉬가 매년 총 5개 부문(과학, 교육, 홍보, 로비, 신진 연구자)에서 동물실험 근절과 대체실험 활성화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총 25만 파운드(한화 4억원)의 상금을 주는 시상식이다. 특히 올해는 35살 미만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진 연구자 부문'을 확대해 처음으로 북미, 아시아에서 추가로 행사를 진행했다. 아래는 한국인 최초로 러쉬 프라이즈를 수상한 김미주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윤리적 문제에 실효성 논란까지... "실험 자체에 의구심 가져야"

▲ 이날 시상식에서는 김미주 교수 외에도 간독성 검사를 위한 시험관 시스템 개발에 기여한 일본 오사카시립대학교 의과대학원생인 쿠미코 타츠미(왼쪽), 위생독성학 관련 대체실험 연구개발을 해온 중국 대체연구평가센터의 첸 유 박사(오른쪽)가 같은 부문의 상을 받았다. ⓒ 러쉬코리아


- 경력과 연구분야를 소개해달라.
"원광대 치과대학에서 기초치의학을 전공했고 연세대에서 치과생체재료공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경희대 치대 학술연구교수를 지냈고 현재 연세대 치대 연구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치과 재료의 생체 적합성이나 독성 및 위해성 평가 등을 연구하고 있다. 여러 가지 세포수준에서 실제 독성을 재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고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재료를 연구하고 있다."

- 화장품 분야의 동물실험 금지는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치의약 분야에서는 아직 공감대 형성이 덜 된 것 같다. 치의약 분야에서도 동물실험을 금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일반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동물실험 방법은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 첫 번째로 정말 잔인하다. 토끼 실험의 경우 토끼 뒷다리에 임플란트 재료를 심은 후 토끼 뒷다리를 떼어내서 임플란트가 얼마나 잘 붙었는지를 보는 건데 너무 잔인해서 연구자들조차 그걸 보면서 많이 울기도 한다. 윤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두 번째 문제는 인체를 제대로 재현해낼 수 없다는 점이다. 인체는 동물과 다르기 때문에 실질적인 면에서 동물실험을 통해 독성평가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를 간과했기 때문에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같은 일들이 발생한 것이다.

한 예로 1957년 독일 제약회사 그뤼넨탈이 5년동안 판매한 탈리도마이드이라는 약이 끼친 부작용을 보면 동물실험이 간과하고 있는 문제점을 더 잘 알 수 있다. 수면제나 진정제 용도로 쓰인 이 약은 입덧을 줄여준다는 이유로 많은 임산부들이 복용했다. 회사 쪽은 동물실험을 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근거로 판매했지만 팔 다리가 없거나 짧은 기형아 출산의 원인이 이 약인 것으로 드러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동물실험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

-치의학에서 사용되는 생체재료와 동물실험과는 직접적으로 어떤 관계가 있나.
"치과에서도 임플란트부터 충치를 치료하는 재료로 세라믹, 금속, 아말감, 레진 등 많은 재료가 사용되고 있다. 화장품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치과재료들의 인체 유해성 여부를 알기 위해 굉장히 많은 동물실험을 하고 있다."

- 동물실험을 통한 유해성 검증이 제대로 된 결과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인가.
"학계에서 논문을 쓸 때나 신제품을 개발할 때 동물실험을 해야만 뭔가 거창한 것 같고 제대로 검증한 것 같은 사회적 인식이 있는데 실제 연구결과를 놓고 보면 그렇지 않다. 아주 작은 세포수준에서 연구를 하는 것은 실제 생체모델과 완벽하게 똑같이 만들지 않는 이상 독성이 훨씬 더 과장되게 나온다는 문제점이 있다. 우리 몸에는 조직이라는 게 있고 순환시스템도 있어서 독성이 저하되거나 없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들을 작은 세포만으로 재현할 수 없다. 제 연구에서는 독성물질이 씻겨 나가는 과정까지 포함해 좀 더 생체모델과 가깝게 만들고자 연구하고 있다."

- 치과의사로서 현업에서 환자를 치료하지 않고 연구자의 길로 들어선 계기는.
"치대 본과 시절부터 연구에 관심 있었다. 재료학을 좋아해서 재료공학 교실에서 다양한 실험을 했었다. 인턴과 기초전공의 과정을 할 때는 환자를 직접 보기도 했다. 출산 후 현업에서 임상을 하고 있을 때 멘토였던 김광만 교수의 조언을 따라 연세대에서 연구조교수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현재는 치과의사로서 환자를 보지는 않고 연구에만 전념하고 있다. 연구의 길로 이끌어주신 김광만 연세대 치대 학장님과 남편의 이해와 지지가 큰 도움이 됐다."

- 러쉬 프라이즈 신진연구자상 수상 소감 및 향후 비전이 있다면.
"지난 8년여 연구기간 동안 많이 힘들었다. 노력에 비해 성과가 나오지 않거나 논문을 내더라도 이 분야는 조명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연구소에서 실험중인 인공피부조직을 ISO 국제표준기구 등재를 추진 중이다. 국제표준에 등재되면 국내에서도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피부과학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구강분야에서 우리가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고 주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에 대해 이런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는 정책적으로도 더 널리 홍보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

▲ '러쉬 프라이즈'행사가 열린 18일 서울 강남구 시지브이(CGV)청담씨네시티에서는 시상식에 앞서 오후 5시부터 6시 20분까지 유럽 및 중국 대체실험 동향 및 전망에 대한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 러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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