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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우리 대통령 아니다"... 분노한 독립영화인들

[하성태의 사이드뷰] 21일 800여 명 참여한 '박근혜 퇴진과 문체부, 영진위 개혁' 시국선언 발표

등록|2016.11.22 09:32 수정|2016.11.22 15:07

▲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문체부와 영진위의 개혁을 촉구하는 독립영화인 시국선언' 참석한 독립영화인들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한독협


영화계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여파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비단, 박근혜 대통령에게 독하게 찍혀 미국행 비행기를 타야했던 CJ 이미경 부회장만은 아니다. 오히려 MB 정부는 물론 박근혜 정부들어 더 독하고 집요하게 탄압을 받은 것은 독립영화계였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지시로 문화체육관광부(아래 문체부)가 작성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9473명에는 영화계 전체는 물론 독립영화인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의 전말이 드러나면서, 2년 넘게 영화계를 뒤흔든 '세월호 다큐' <다이빙벨>을 둘러싼 민간 독립영화지원관 지원 문제와 부산시의 부산국제영화제 탄압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영향이 미친 것 아니냐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그런 가운데, 독립영화인들이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앞서 지난 4일 문화예술인 시국선언에 한국독립영화협회가 동참한 것과 별개로, 821인의 독립영화인들이 지난 20일까지 '박근혜 퇴진과 문체부와 영진위의 개혁을 촉구하는 독립영화인 시국선언'을 연명한 바 있다. 시국 선언에는 박근혜 정부 들어 곪을 대로 곪은 문화 정책을 규탄하는 내용이 폭넓게 담겼다. 

"박근혜는 대통령 직에서 즉각 물러나라!"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조윤선 문체부장관은 즉각 물러나라!"
"독립영화 정책을 파탄내고 있는 김세훈 영진위 위원장 등 최순실, 차은택의 문화 부역자들은 당장 물러나라!"
"밀실행정으로 일관한 영진위의 정책집행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검열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독립영화 진흥대책을 수립하라!"

*영상 : <명자나무>의 김석 감독, <바보들의 행군>의 나바루 감독
*편집 : <명자나무>의 김석 감독
*현장스틸 : <24> 명소희 감독

문체부-영진위가 농락한 최순실-차은택 부역자들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발전기금을 잘 관리하고, 잘 분배하는 정책을 만드는 곳이다. 그 영화발전 기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어떤 정책을 만드는지 독립영화인들은 하나도 알 수 없다. 이렇다면 독립영화진흥위원회가 필요한 것 아닌가, 해체를 하는 게 맞지 않은가,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다큐멘터리 <레드마리아> 시리즈의 경순 감독은 김세훈 위원장 산하 영진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작심한 발언이지만, "해체"를 언급하는 목소리에 날이 서 있다. 이날 시국선언 자리에는 한국독립영화협회 고영재 이사장을 비롯해 영화 <가현이들>의 윤가현 감독, 인디스페이스 안소현 사무국장, 허욱 용인대 교수 등이 발언에 나섰고, 제작자, 감독, 프로듀서 등 각 분야 독립영화인들이 다수 참여했다. 

한편, 앞서 언급된 김세훈 위원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연루된 정황이 드러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이 낙하산 인사로 임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인물이다. 김 전 장관은 구속된 차은택씨의 스승으로 알려졌으며, 최순실씨가 휘저은 문체부 사업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독립영화인들은 이와 관련해 영진위를 강하게 규탄하고 있는 것이다. 시국선언에도 이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부당한 작금의 현실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세력인 최순실과 차은택, 그리고 그들의 부역자인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영진위 김세훈 위원장과 김종국 부위원장, 그리고 박환문 사무국장 등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데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열악한 제작 환경에서도 굽힘없이 작업해온 독립영화인들에게는 빈번한 감사로 활동을 제약했던 영진위는 박환문 사무국장이 규정까지 바꿔가며 지출증빙 없이 1년간 4억9천2백만 원을 사용해온 것을 묵인하며 방조했다. (관련 기사: 비위 드러난 영진위 사무국장, '제보자 색출' 발언 논란)

투명해야할 공공기관의 역할을 져버리고 부정을 저지르고 은폐하려는 모습은 절망스럽다. 박환문 사무국장 건은 그저 드러난 한 가지 사례일 뿐일지도 모른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영진위 내의 문제와 비리가 얼마나 많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영진위는 영화진흥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성장 논리만을 대변해왔으며, 비선 권력에 머리를 조아렸다.

영진위는 그동안 비상식적이고 비민주적이며 비정상적으로 집행해온 영화정책의 과정들을 숨김없이 공개해야 한다. 만약 부당한 사실이 발견된다면 법적으로, 도의적으로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조윤선 문체부장관을 비롯해 영진위 김세훈 위원장과 차은택의 모든 부역자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 이후 영진위는 영화발전기금이 본래의 목적에 맞게 운용될 수 있도록 개편하고, 투명한 심사과정과 예산 집행을 통해 영화산업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영화계 쑥대밭... 박근혜는 더 이상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

▲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문체부와 영진위의 개혁을 촉구하는 독립영화인 시국선언'에서 발언 중인 고영재 한독협 이사장. ⓒ 한독협


앞선 지난 17일, CBS 노컷뉴스가 보도한 <'극장판 블랙리스트' 등장.."'다이빙벨' 틀면 지원 OUT>이란 기사에 많은 독립영화인들이 분개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다이빙벨> 상영 후인 2014년 말과 2015년 초, 독립영화인들을 만난 문체부 직원이 "<다이빙벨>을 상영한 영화관에 대한 지원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다이빙벨>을 상영한 영화관"을 풀이하면 인디스페이스와 같은 민간 독립영화전용관을 뜻한다.

이와 관련, <다이빙벨> 논란의 중심이었던 부산국제영화제(아래 BIFF)에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개입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난 20일 <국제신문>에 따르면, BIFF 한 관계자는 2014년 당시 문체부 내 실세였던 김종 전 차관이 "<다이빙벨> 상영을 강행할 경우 국고지원 삭감과 감사 등이 불가피할 것"이란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다이빙벨> 논란에 서병수 시장이 주도한 부산시 외에 김종 전 차관이 언급된 것은 처음이다. 실제로 BIFF의 정부 지원금은 2014년 15억 원에서 2015년 7억원으로 삭감됐다. 이후 부산시의 고발로 BIFF는 감사원의 고강도 감사를 받았고, 이용관 전 위원장 등 영화제 핵심 인력들이 검찰에 고발돼 재판에 계류 중이다. 이와 관련, 독립영화인들은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 국민을 비탄에 빠트린 세월호 침몰의 진실을 찾기 위해 독립영화인들도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현장을 찾았으며, 영화로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영진위는 진실규명을 위해서 카메라를 들고 기록에 나선 많은 독립영화인들의 제작과 배급을 철저하게 차단시켰다. 세월호 사건을 다룬 <다이빙벨>을 상영했다는 이유로 부산영화제를 뒤흔들었고, 영진위가 직접 운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에서 상영되지 못하도록 검열하였으며 <다이빙벨>을 상영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와 예술영화전용관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였다."

독립영화계 최대의 축제인 서울독립영화제2016을 열흘 여 앞둔 독립영화인들. 이들 역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피해자들 중 하나다. "다양성 영화"라는 국적불명의 용어를 탄생시킨 MB정부부터 이어져온 영진위의 독립영화계 홀대는 김종덕 전 장관이 임명한 김세훈 위원장이 영진위 수장을 맡으면서 훨씬 심화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영화계 최대 규모의 CJ의 이미경 부회장을 직접 끌어내려고 했다. 이쯤 되면, 쑥대밭 맞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영화 제작자는 자신이 '블랙리스트 3관왕'이라고 씁쓸히 웃었다. 독립영화인들의 시국선언은 단순히 정치적 행위를 넘어 '생업'과 밀접한 이유요, "박근혜는 더 이상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단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계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국정농단으로 전 국민을 우롱한 박근혜는 더 이상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 문화예술계를 쥐고 흔들었던 최순실과 차은택을 비롯한 '대국민사기단'이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문화정책을 위해, 그리고 실험과 도전을 지향하는 독립영화 진흥정책을 위해, 문체부와 영진위가 근본적으로 변화되기를 우리 독립영화인들은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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