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차 베테랑 기자가 말하는 글쓰기 원칙
[서평] <조선일보> 박종인 기자가 쓴 <기자의 글쓰기>
나에게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냐?"고 물어보는 이들이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표정을 짓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글쓰기에 대한 관심을 느낀다.
그래서 일까? 올해에는 유독 글쓰기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예로 꼽을 수 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발간 한 달도 되지 않아, 4만 부가 팔려나가 다시 2쇄를 찍었다. 글쓰기 열풍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글쓰기에 대한 책이 흘러넘치다 보니, 글 잘 쓰는 법을 묻는 사람들에게 주로 서적을 추천했다. 특히 <조선일보> 박종인 기자가 쓴 <기자의 글쓰기>를 자주 권했다. 웬만한 글쓰기 관련 책을 모두 읽었지만, 가장 큰 도움을 받은 책이 <기자의 글쓰기>다.
이 책은 박종인 기자가 2014년부터 조선일보 저널리즘 아카데미에서 진행한, '고품격글쓰기와 사진찍기' 강좌를 재구성한 책이다. 글쓰기 기본 원칙부터 글 제조 과정, 리듬 있는 문장과 구성, 재미있는 글을 쓰기 위한 방법(리듬 이용법, 기승전결이용법, 팩트가 스토리로 변하는 방법) 등 9장으로 구성됐다.
쉽고 명확하게 글쓰기 원칙을 제시했다. 글쓰기 원칙을 설명하기 위해 수강생들이 쓴 글을 저자가 어떻게 수정했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설명한 점도 장점이다.
24년차 베테랑 기자가 말하는 글쓰기 원칙
첫 번째 쉬워야 한다고. 저자는 글을 무조건 쉽게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은 글자를 옮긴 말이다. 다시 말해서, 말을 기록하면 글이 된다. 어렵게 말하는 사람, 매력없다. 두서없이 말하는 사람, 듣기 싫다. 어려운 글, 지루하다. 두서없는 글, 재미없다."(P.18)
저자는 쉽게 읽히는 글을 훌륭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견을 버리라고 말한다. 흔히 고매한 단어를 사용해야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두 번째 원칙으로 짧은 문장을 내세운다.
"긴 글과 짧은 글을 비교해 보자. 어떤 글을 더 잘 읽을 수 있나? 당연히 짧은 글이다. 글을 쉽게 쓰려면 짧은 문장 즉 단문으로 쓰려고 노력하면 된다."(P.23∼25)
특히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제4장 '리듬감 있는 구성'.
"무조건 냅다 단어를 때려 넣는다고 글이 되지 않는다. 강약이 있어야 한다. 중요한 얘기라고 무조건 다 집어넣는 게 아니다. 뺄 때와 숨길 때를 알아서 글을 써야 재미난 글이 된다."
"자, 이렇게 리듬감 있게 써서 구성을 했다. 여기에 무엇을 담아야 할 것인가.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변수가 바로 팩트다. 우리들이 글에 담아야 할 내용은 주장이 아니라 팩트다. 거짓말 가운데 제일 좋은 거짓말은 그럴듯한 거짓말이다. 그럴듯한 거짓말은 왜 그럴듯할까? 구체적일수록 그럴 듯하다."(P.79)
여기에 저자가 강조하는 세 번째 글쓰기 원칙이 있다. 바로 '구체적인 사실을 쓰라'는 것.
이를 위해 저자는 몇 가지 예를 든다.
'옛날옛날'이 아니라 '서기 1821년 6월7일에'라고 쓴다.
'두 시쯤'이 아니라 '2시 11분'이라고 쓴다.
'강원도 두메산골'이라고 쓰지 말고 '1993년 전기가 들어온 강원도 화천군 파로호변 비수구미마을'이라고 쓴다.
'20대 청년'이 아니라 '스물다섯 살 먹은 키 큰 대학 졸업생 김수미'라고 쓴다.(P.80)
기본적인 원칙인데 무시하는 글을 자주 본다. 그만큼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금부터라도 저자의 말에 귀 기울여보기를.
저자는 "어떻게 짜임새를 만드냐에 따라 글을 돋보이게 하기도 하고 흥미 없게도 만든다"고 말한다. 기승전결로 글을 구성하라고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준다. 서론, 본론, 결론은 메시지 전달을 목적으로 하지 재미를 위한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起)는 '일으켜 세울 기'다. 주제를 일으키는 단락이다. 주제 자체가 아니라 주제를 일으키는 단락이란 점을 명심해라"(P.183)
"승은 일으켜 세운 주제를 발전시키는 단계다. 이을 승(承)이다. 대개 첫 번째 문단 내지는 첫 번째 단락 그러니까 기(起)와 두 번째 단락은 하는 얘기가 비슷하다. 엉뚱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 '비슷한 이야기'로 앞에서 튀어나온 주제를 이어가는 단락이 승이다."
"두 번째 승에서는 그 풍경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가 이어져야 한다."(P.184)
"그 다음이 전(轉) 이다. '돌린다'는 뜻이다. 즉 장면전환이다. 약간 딴 이야기다. 고수는 언제나 마지막 칼을 숨긴다. 어디에 전(轉) 속에 숨긴다."
"독자들은 이 엉뚱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숨을 고르게 되고, 결론으로 치닫는 글의 마지막을 예상하게 된다.(P.185∼186)
"바로 그 때 등 뒤에서 칼을 빼내서 단칼에! 그게 결이다. 매듭을 어설프게 지으면 풀어진다. 매듭은 '꽁꽁' 묶어서 풀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게 결이다."(P.187)
마지막으로 저자는 "여운은 문을 닫아야 나온다"면서 "불명확한 글, 결론이 없는 글은 독자를 짜증나게 만든다"고 당부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독자는 친절하게 설명을 해야 알아듣는다는 말이다. 원숭이 똥구멍이 왜 백두산이 되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설명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여운이 남는다. 설명을 하는데 여운이 남는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이 책을 읽어보시라. 글쓰기에 대한 노하우를 많이 얻게 될 것이다. 좋은 글쓰기를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대안으로 권한다.
그래서 일까? 올해에는 유독 글쓰기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예로 꼽을 수 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발간 한 달도 되지 않아, 4만 부가 팔려나가 다시 2쇄를 찍었다. 글쓰기 열풍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글쓰기에 대한 책이 흘러넘치다 보니, 글 잘 쓰는 법을 묻는 사람들에게 주로 서적을 추천했다. 특히 <조선일보> 박종인 기자가 쓴 <기자의 글쓰기>를 자주 권했다. 웬만한 글쓰기 관련 책을 모두 읽었지만, 가장 큰 도움을 받은 책이 <기자의 글쓰기>다.
이 책은 박종인 기자가 2014년부터 조선일보 저널리즘 아카데미에서 진행한, '고품격글쓰기와 사진찍기' 강좌를 재구성한 책이다. 글쓰기 기본 원칙부터 글 제조 과정, 리듬 있는 문장과 구성, 재미있는 글을 쓰기 위한 방법(리듬 이용법, 기승전결이용법, 팩트가 스토리로 변하는 방법) 등 9장으로 구성됐다.
쉽고 명확하게 글쓰기 원칙을 제시했다. 글쓰기 원칙을 설명하기 위해 수강생들이 쓴 글을 저자가 어떻게 수정했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설명한 점도 장점이다.
24년차 베테랑 기자가 말하는 글쓰기 원칙
▲ 기자의 글쓰기 겉표지 ⓒ 북라이프
"글은 글자를 옮긴 말이다. 다시 말해서, 말을 기록하면 글이 된다. 어렵게 말하는 사람, 매력없다. 두서없이 말하는 사람, 듣기 싫다. 어려운 글, 지루하다. 두서없는 글, 재미없다."(P.18)
저자는 쉽게 읽히는 글을 훌륭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견을 버리라고 말한다. 흔히 고매한 단어를 사용해야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두 번째 원칙으로 짧은 문장을 내세운다.
"긴 글과 짧은 글을 비교해 보자. 어떤 글을 더 잘 읽을 수 있나? 당연히 짧은 글이다. 글을 쉽게 쓰려면 짧은 문장 즉 단문으로 쓰려고 노력하면 된다."(P.23∼25)
특히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제4장 '리듬감 있는 구성'.
"무조건 냅다 단어를 때려 넣는다고 글이 되지 않는다. 강약이 있어야 한다. 중요한 얘기라고 무조건 다 집어넣는 게 아니다. 뺄 때와 숨길 때를 알아서 글을 써야 재미난 글이 된다."
"자, 이렇게 리듬감 있게 써서 구성을 했다. 여기에 무엇을 담아야 할 것인가.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변수가 바로 팩트다. 우리들이 글에 담아야 할 내용은 주장이 아니라 팩트다. 거짓말 가운데 제일 좋은 거짓말은 그럴듯한 거짓말이다. 그럴듯한 거짓말은 왜 그럴듯할까? 구체적일수록 그럴 듯하다."(P.79)
여기에 저자가 강조하는 세 번째 글쓰기 원칙이 있다. 바로 '구체적인 사실을 쓰라'는 것.
이를 위해 저자는 몇 가지 예를 든다.
'옛날옛날'이 아니라 '서기 1821년 6월7일에'라고 쓴다.
'두 시쯤'이 아니라 '2시 11분'이라고 쓴다.
'강원도 두메산골'이라고 쓰지 말고 '1993년 전기가 들어온 강원도 화천군 파로호변 비수구미마을'이라고 쓴다.
'20대 청년'이 아니라 '스물다섯 살 먹은 키 큰 대학 졸업생 김수미'라고 쓴다.(P.80)
기본적인 원칙인데 무시하는 글을 자주 본다. 그만큼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금부터라도 저자의 말에 귀 기울여보기를.
저자는 "어떻게 짜임새를 만드냐에 따라 글을 돋보이게 하기도 하고 흥미 없게도 만든다"고 말한다. 기승전결로 글을 구성하라고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준다. 서론, 본론, 결론은 메시지 전달을 목적으로 하지 재미를 위한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起)는 '일으켜 세울 기'다. 주제를 일으키는 단락이다. 주제 자체가 아니라 주제를 일으키는 단락이란 점을 명심해라"(P.183)
"승은 일으켜 세운 주제를 발전시키는 단계다. 이을 승(承)이다. 대개 첫 번째 문단 내지는 첫 번째 단락 그러니까 기(起)와 두 번째 단락은 하는 얘기가 비슷하다. 엉뚱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 '비슷한 이야기'로 앞에서 튀어나온 주제를 이어가는 단락이 승이다."
"두 번째 승에서는 그 풍경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가 이어져야 한다."(P.184)
"그 다음이 전(轉) 이다. '돌린다'는 뜻이다. 즉 장면전환이다. 약간 딴 이야기다. 고수는 언제나 마지막 칼을 숨긴다. 어디에 전(轉) 속에 숨긴다."
"독자들은 이 엉뚱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숨을 고르게 되고, 결론으로 치닫는 글의 마지막을 예상하게 된다.(P.185∼186)
"바로 그 때 등 뒤에서 칼을 빼내서 단칼에! 그게 결이다. 매듭을 어설프게 지으면 풀어진다. 매듭은 '꽁꽁' 묶어서 풀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게 결이다."(P.187)
마지막으로 저자는 "여운은 문을 닫아야 나온다"면서 "불명확한 글, 결론이 없는 글은 독자를 짜증나게 만든다"고 당부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독자는 친절하게 설명을 해야 알아듣는다는 말이다. 원숭이 똥구멍이 왜 백두산이 되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설명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여운이 남는다. 설명을 하는데 여운이 남는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이 책을 읽어보시라. 글쓰기에 대한 노하우를 많이 얻게 될 것이다. 좋은 글쓰기를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대안으로 권한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글쓰기> 박종인 지음/ / 북라이프/ 값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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