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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전등화' 설악산 케이블카, 문화재위원회 결정 남았다

23일 예정된 예정된 문화재위원회 심의, '빗장'을 지켜야 한다

등록|2016.11.22 15:57 수정|2016.11.22 16:52
설악산이 풍전등화다. 바로 케이블카 사업 때문이다. 나아가 '설악산 케이블카'로 끝나지 않을 전 국토 산지 난개발이 빤히 보이기 때문이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허가한다면 백두대간 주요 능선과 봉우리는 개발의 광풍에 풍비박산 날 것이다. 설악산이라는 '빗장'을 열 것인가 아니면 지킬 것인가, 한국 사회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1965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설악산

"8·15 해방 이후 급격한 인구의 증가와 자연자원 보호에 대한 정책의 미온으로 인하여 삼림의 남벌은 극도에 달하였으며, 어떠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자연계에 대한 멸망의 위기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자연상의 피해가 가장 적다고 할 수 있는 지역이 설악산과 그 외 수개 지역에 불과할 것이니, 이 지역만이라도 우선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여야 할 것이다."(설악산 천연보호구역 지정자료 발췌, 국가기록원 자료)

설악산은 그 자체가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171호로 지정된 천연보호구역이다. 특히 설악산 케이블카 예정지는 천연기념물 217호인 산양의 주요 서식지이며 산란지이다. 이곳에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어미 산양과 새끼 산양이 다수 포착되기도 하였다. 그 외 수달, 하늘다람쥐, 황조롱이, 붉은배새매, 열목어, 어름치 등 다수의 천연기념물이 설악산 오색마을과 끝청 사이 골짜기와 능선에서 살아간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당시 문화재위원회는 설악산의 위기를 알고 있었고, 생태문화적 가치를 문화재보호법으로 보증하였다. 1708미터의 대청봉이 끌어안은 지질과 지형, 동식물, 수려한 경관을 보전하지 못한다면 과연 어디를 보전하겠는가. 문화재위원회의 현실 판단은 정확했다.

▲ 34년 전, 문화재위원회는 설악산케이블카 사업을 부결시켰다. ⓒ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국민행동


1982년, 문화재위원회의 결정

문화재위원회는 2016년 현재,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내의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등 허가 신청한 사항'을 심의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위원회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다룬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1982년 8월에 오색~중청봉, 장사동~울산암, 용대리~백담사 등 3구간의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불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같은 해 12월에 건설부와 강원도는 오색~중청봉, 장사동~울산암 2구간에 대해 다시 문화재현상변경을 신청했고, 문화재위원회는 그때에도 '불가' 결정을 내렸다. 강원도 양양군이 1982년 제출한 케이블카 추진 타당성에 관한 문서는 지금의 논리와 놀랍도록 흡사하였다. 그러나 문화재위원회의 판단은 단호하였다.

"설악산은 우리나라 자연 중에서 가장 대표가 되는 천연보호구역이며, 유네스코에서도 이 지역을 생물권 보전지구로 지정하였으므로, 동 지역의 자연은 인위적인 시설을 금지하여 자연의 원상을 보존해야 하는 것이 이 지역관리의 기본이 되어야 함. 케이블카 설치로 더 많은 사람이 산 정상에 오르내리게 됨에 따라 중청봉의 경우, 이 지역의 희귀자연이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음. 오색~중청봉 간 케이블카는 내설악의 핵심지역에 설치하고자 하는 것이고 이로 인해 자연경관이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는 불가함"(1982년 문화재위원회 회의록)

2015년, 달라진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의 결정

강원도 양양군은 2015년 4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승인신청서를 환경부에 제출한다. 2012년과 2013년에 이어 세 번째 도전이다. 양양군 서면 오색리에서 설악산 끝청봉까지 460억원의 예산을 들여 3.5킬로미터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것. 설악산 능선부를 따라 40~50미터의 중간지주 6개와 가이드타워 3개를 설치하고 시간당 최대 825명, 연간 60만명의 관광객을 실어 나르겠다는 계획이다. 환경부차관이 위원장인 국립공원위원회는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부결시켰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때와 달랐다.

▲ 오색케이블카 상부정류장이 들어설 예정인 끝청 일대. ⓒ 박그림


환경부는 2011년 5월, '자연공원 삭도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에서 자연공원 케이블카 설치의 기본방향 등을 공포한다. 이 가이드라인은 케이블카를 설치할 때, '중요한 생태·경관자원은... 최대한 보전', '주요 봉우리는 피함', '기존 탐방로와 연계를 피함' 등을 조건으로 명시하였다. 또한 '생물다양성 및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식물군락'과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등 법적 보호종의 주요 서식처·산란처 및 분포지' 등 생태계 민감지역은 케이블카 정류장과 지주 설치를 최대한 회피한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2015년 8월 28일, 제113차 국립공원위원회는 '탐방로 회피 대책 강화방안 강구', '산양 문제 추가조사 및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수립', '시설 안전대책 보완', '상부정류장 주변 식물보호대책 추진' 등 7가지 부대조건을 걸고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조건부 통과시켰다.

2016년, 다시 문화재위원회

국립공원위원회가 '비상식적인 허가'를 내리면서 케이블카 광풍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국립공원, 생태경관보전지역, 도립·군립공원 등 각종 보호구역이 '그저 이름만 달고 있을 뿐'이다. 지자체들은 환경영향평가법, 백두대간보호법 등 케이블카 규제를 일괄 해제해달라며 아우성이다.

현행 법체계가 와르르 무너지고, 전국의 명산들이 유원지로 뒤바뀔 판이다. 현재 전국에서 추진되는 케이블카 사업은 34곳에 달한다. 5개의 보호구역, 즉 국립공원 공원자연보존지구, 천연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 핵심구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핵심지역,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보호지역으로 겹겹이 지정된 '야생의 핵심'인 설악산도 되는데, 안 될 곳이 어디에 있겠는가. 작년 국립공원위원회의 결정 이후 예상된 일이다.

이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단 하나의 중요한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예정된 문화재위원회 심의가 바로 그것이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건설의 향방을 가릴 문화재위원회는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에 열린다.

우리는 간절히 바란다. 설악산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했던 1965년의 절박함으로, 설악산 케이블카를 불허했던 자존심으로, 문화재위원회가 설악산을 지켜주길. "설악산에 빨래줄 하나 건다고 무슨 일이 생기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국가문화재인 경복궁에 전봇대를 꽂는 격"이라고 말해주길. 설악산 빨래줄을 문화재위원회가 직접 걷어주길.

▲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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