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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 말만 듣는 임금, 머지 않아..." 20세기 박근혜가 21세기 박 대통령에게

[카드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일기·에세이에서 뽑은 주옥같은 말들

등록|2016.11.23 10:48 수정|2016.11.23 12:34
박근혜가 박근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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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도자가 이끌고 있는 나라의 모습, 그 현주소는 바로 그 지도자의 마음을 펼쳐 놓은 것일 뿐이다."

비선 실세, 국정 농단, 헌정 유린…. 현재 대한민국을 휘몰아치고 있는 말입니다. 책임자는 명확한데, 책임자가 움직이질 않습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위 말을 꼭 들려주고 싶습니다.

놀랍게도 위 글귀는 박 대통령이 쓴 것입니다. 그가 1998년 내놓은 일기모음집 <고난을 벗삼아 진실을 등대삼아>를 보면, 1991년 2월 20일 일기에 이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세상 사람들이 흔히 부러워하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 해도 꼭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필요는커녕 오히려 사회에 해를 끼치고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어 제발 좀 물러나주었으면 좋겠다는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다."

이 글귀는 박 대통령이 1995년 내놓은 수필집 <내 마음의 여정> 49쪽에 나옵니다. 소제목은 '모든 것을 정지시킨 나사 한 개'입니다. '모든 것을 정지시킨 나사 한 개', 박 대통령에게 위 글귀도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하나하나의 인명은 그토록 귀한 것"

▲ 박근혜가 박근혜에게 ⓒ 오마이뉴스


아래 글귀를 보면, 최순실씨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물고기에 박 대통령, 미끼에 최순실씨를 대입해보면 현재 상황과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그 물고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그것의 미끼로 쓰이듯이, 자기가 극히 좋아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자기의 가장 큰 허점이고 약점이며, 따라서 자주 파멸과 불행의 근본 원인이 된다. 사람을 잡기 위해 악마가 드리우는 미끼가 된다." - 1993년 6월 12일 일기 중

세월호 참사로 숨진 304개의 '별'이 생각나는 글귀도 있습니다.

"지구와 사람을 저울 양쪽에 각각 올려놓았을 때 사람 쪽이 더 무겁게 내려앉는 그림이었다. 하나하나의 인명은 그토록 귀한 것이며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자신이 중심이 되어 이루고 있는 세계가 있다." - <내 마음의 여정> 152쪽, '진정으로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면' 중

<오마이뉴스>가 '박근혜가 박근혜에게'를 준비했습니다. 먼저 375쪽 분량의 <고난을 벗삼아 진실을 등대삼아>(이전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1993]을 보강)와 161쪽 분량의 <내 마음의 여정>(이후 <결국 한 줌, 결국 한 점>[1998]으로 보강)을 뒤졌습니다. 여러 주옥같은 글귀 중 20세기의 자연인 박근혜가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말을 모아봤습니다.

참고로 박 대통령은 1993년 '한국수필' 신인문학상을 받고, 등단한 수필가이기도 합니다. 아래는 <오마이뉴스>가 뽑은 '박근혜가 박근혜에게' 보내는 글귀 12개입니다.

"부모 보호 아래 금지옥엽 자란 사람들은..."

한 지도자가 이끌고 있는 나라의 모습, 그 현주소는 바로 그 지도자의 마음을 펼쳐 놓은 것일 뿐이다. - 1991년 2월 20일 일기

세상 사람들이 흔히 부러워하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 해도 꼭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필요는커녕 오히려 사회에 해를 끼치고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어 제발 좀 물러나 주었으면 좋겠다는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다. - <내 마음의 여정> 49쪽, '모든 것을 정지시킨 나사 한 개' 중

오랫동안 큰 힘 또는 권력의 비호 아래 지나왔거나, 뭐든지 다 들어 주는 부모의 보호 아래 금지옥엽으로 자란 사람들은, 그 권내를 벗어나면 참으로 비참한 지경이 되기 쉽다. (…) 자신의 뜻대로 되었던 세상과는 달리 이제 사사건건 방해와 반대에 부딪히게 되면 그 안에서 조화롭게 문제를 해결할 인내심을 일시에 잃어버리고 극도의 분노에 달하기 쉽다. (…) 이런 경험을 하다 지치면 완전히 자포자기가 되거나 비굴해지기까지 한다. - <내 마음의 여정> 30쪽, '인생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중

신문만 훑어봐도 그렇다. 특히 사회·정치면을 오르락내리락하는 희한한 사건들 대부분이 우리 모두가 너무나도 간단하고 쉽다고 생각하는 원리 원칙을 어기는 데에서 생기고 있다.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마라, 거짓말하고 속이지 마라 (…) - <내 마음의 여정> 43쪽, '쉽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어려움' 중

요즘 보는 역사책이 주는 한결같은 교훈. 나라가 망하기 전에 먼저 임금의 마음이 결단 난다. 임금 마음에 망조가 들면 제일 먼저 교만해진다. 그리되면 자연히 충신, 간신의 말을 구별 못 한다. (…) 간신의 말만 듣는 임금은 머지않아 자신과 나라를 망치고 만다. - 1991년 2월 20일, 동년 8월 29일 일기 중

아무리 좋은 방향을 일러 주고 설득해도 자기는 망하는 길로 들어서는 방향이 더 좋아 보이고 더 끌리니 어찌할 것인가. - <내 마음의 여정> 103쪽, '유일한 선은 지식, 유일한 악은 무지' 중

정치가들은 자기가 이러저러한 사람으로 국민에게 비치기를 바라며 그런 이미지를 심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틀림없는 사실은 자기의 인생은 자기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것일 뿐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위선을 떨어도 그 속마음은 조만간 드러나고 만다. - 1990년 6월 2일 일기 중

권력의 남용, 판단의 착오로 인해 빚어진 한 인간의 끊임없는 고통을 나는 보고 있다. 권력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 권력은 칼이다. 권력이 크면 클수록 그 칼은 더 예리하다. 조금의 움직임으로도 사람을 크게 해칠 수 있다. 그러므로 큰 권력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지만 정작 그 큰 권세를 가장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그것을 소유한 당사자이다. - 1989년 11월 3일, 1990년 9월 2일 일기 중

그 물고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그것의 미끼로 쓰이듯이, 자기가 극히 좋아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자기의 가장 큰 허점이고 약점이며, 따라서 자주 파멸과 불행의 근본 원인이 된다. 사람을 잡기 위해 악마가 드리우는 미끼가 된다. - 1993년 6월 12일 일기 중

지구와 사람을 저울 양쪽에 각각 올려놓았을 때 사람 쪽이 더 무겁게 내려앉는 그림이었다. 하나하나의 인명은 그토록 귀한 것이며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자신이 중심이 되어 이루고 있는 세계가 있다. - <내 마음의 여정> 152쪽, '진정으로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면' 중

"하늘의 뜻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하고 묻기 전에 현실을 잘 살펴보면 된다. 주어진 현실은 하늘의 뜻을 전달하고 있다. 주어진 현실은 하늘의 메시지이다. - 1991년 3월 31일 일기 중

우리가 사회나 국가의 복잡하고 험난한 문제들도 그것들이 오히려 발전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용기를 내어 한 번 붙어봐야 할 것이다. 어차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스스로 물러갈 것도 아니니까. - <내 마음의 여정>, 95쪽 '왜 행복한 사람은 글을 쓸 수 없는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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