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번 여행, 여기를 빼놓으면 의미 없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조금 다른 문화 ①] 사람들을 부르는 레인웨이(laneway) 그리고 그래피티
활기차게 자신들의 일상을 채우고 있는 멜번 사람들이 보기 좋았다. 골목 카페들에 잔뜩 모여있는 저 사람들의 커피는 알싸하게 흘러가 그들의 뇌를 카페인으로 적실테고, 신경세포들은 남은 하루를 위해 왕성한 활동을 시작하겠지. 그들 옆에서 열심히 사진기를 겨누고 있는 여행자들의 대비는 또 어떠한가. 타인의 일상을 통해 자신의 일탈을 도모하는 그들을 함께 담고 싶어 나 또한 사진기를 들었다. 카메라를 조심스레 골목의 풍경에 갖다 댔다. 하나, 둘, 셋... 짠!
짠 하고 나타난 것은 내가 감안한 피사체는 아니었다. 얼굴에 주근깨가 귀엽게 퍼진 젊은 여행자였다. 언제든 보면 설레는 커다란 배낭을 멘 채, 그는 내 카메라 앞에서 장난스러운미소를 머금고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일명 포토밤(Photo Bomb)이었다. 우리 말로는 사진폭탄이라고 해야 하나. 남의 사진에 폭탄이 되는 장난이라고 하면 맞을 것이다.
"포즈 좋은데? 고마워"라는 말에 그는 환하게 웃으며 동지애를 머금은 친근함을 담고 물었다.
"괜찮은 사진 좀 많이 찍었어?"
여행을 하는 이들은, 같은 여행자에게 동지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 통성명도 없이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얼마나 머무는지를 묻고 '안전하게 여행하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헤어졌다. 유럽에서 왔다는 것, 아름답고 문화적으로 풍성한 멜번을 한껏 즐기는 중이라는 그의 말만으로도 충분했다. 우린 각자 또 다시 여행자로서 다른 곳으로 떠날 테니.
국내 드라마에도 나온 적이 있는 플린더스 역(flinders street station) 앞에 위치한 골목 디그레이브(Degraves)는 언제나 여행자들로 붐빈다. 카페와 아기자기한 숍이 늘어선 그곳 카페에서 커피와 음식을 즐기는 멜번 사람들과 카메라를 든 채, 눈을 반짝이며 멜번을 느끼는 여행자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도시 멜번의 대표적인 모습이 된다.
이곳 뿐이 아니다. 멜번에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일명 레인웨이스(laneways)라고 부르는 골목길들이 어쩌면 멜번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장소일 것이다. 흔히 '시티'라고 불리는 멜번 CBD(Central Business District, 금융밀집구역)는 여느 도시가 그렇듯 키 큰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 건물들 사이사이의 좁은 골목들에 오히려 유명한 식당과 카페, 펍(pub)들이 즐비하다는 사실이다. 저녁이 있는 삶을 가진 멜번의 특성상, 오후 6시면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는 관계로 상점들이 있는 레인웨이(laneway)는 조용해지지만 문을 닫기 전까지는 브런치를 하러 나온 사람들, 점심을 위해 나온 회사원들, 친구와 가족들로, 카페와 식당들의 모임으로 레인웨이는 언제나 붐빈다. 저녁이 되면 사람들이 줄을 서는 클럽들과 술집 또한 이 좁은 골목길에 숨어있는 것은 물론이다.
처음 그 사실을 인지했을 때부터 '이 도시는 골목길들을 죽은 공간으로 방치하지 않고 잘 살려냈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매력적인 것은 따로 있었다.
한때는 낙서로만 치부되었던 그래피티(graffiti)! 물론 여전히 지금도 공공장소의 그것들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1980년 대 초, 미국에서 넘어온 이 그래피티로 멜번은 한때, 온 도시가 몸살을 앓았다. 타인의 것과 차별화를 추구하고 자신만의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그래피티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그리는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고유 특징(혹은 서명)이 포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본인의 실력 과시를 포함한 경쟁적인 창작으로 이어졌고 남이 그린 그래피티에 다른 사람이 자신의 것을 또 그리는 일도 허다했다.
한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 출신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시(Banksy)가 호주를 방문하여 자신의 창작물을 남겨놓고 떠났다. 물론 상상할 수 있다시피, 그의 그래피티 위에 다른 이가 자신의 것을 덧입혀 뱅시의 팬들이 아쉬워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그리기 어려운 장소에 자신의 것을 남기는 것이 일종의 명예처럼 여겨지기에 공공건물이나 시설들에 과시하듯 한밤중에 생겨난 그래피티들이 갈수록 늘어났다.
그래서 멜번 시는 과감한 결정을 한다. 도시의 다양한 목소리를 골목길들에 표현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불법의 행위를 양지로 끌어내는 의미이기도 했다. 멜번 시티에 고용된 젊은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신선한 아이디어의 작품들을, 골목의 벽을 도화지 삼아 방대하게표현해 냈다. 상점도 자리잡을 수 없는 좁은 골목길들은 도시의 비주얼 아트 갤러리가 되었고 사람들은 몰려들기 시작했다.
골목길은 멜번 출신의 밴드이름을 따기도 하고(ACDC Lane), 멜번이 유네스코에 의한 문학의 도시로 지정된 기념 이름을 붙이기도 했으며(Literature Lane), 창고형 업체들이 모여있는 특색을 잘 살린 이름을 쓰기도 한다.(Hardware Lane)
멜번의 즐길거리 중 가장 큰 특징이 되어가고 있는 도시의 골목길을 테마로 한 서적들과 축제가 등장했으며 멜번 시는 얘기한다. 우리의 레인웨이스(laneways)를 방문하지 않고 가는 것은 멜번을 여행한 의미가 없다고...
▲ 포토밤(photo bomb)사진찍는 중, 갑자기 뛰어든 어느 여행자. ⓒ 박설화
짠 하고 나타난 것은 내가 감안한 피사체는 아니었다. 얼굴에 주근깨가 귀엽게 퍼진 젊은 여행자였다. 언제든 보면 설레는 커다란 배낭을 멘 채, 그는 내 카메라 앞에서 장난스러운미소를 머금고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일명 포토밤(Photo Bomb)이었다. 우리 말로는 사진폭탄이라고 해야 하나. 남의 사진에 폭탄이 되는 장난이라고 하면 맞을 것이다.
"포즈 좋은데? 고마워"라는 말에 그는 환하게 웃으며 동지애를 머금은 친근함을 담고 물었다.
"괜찮은 사진 좀 많이 찍었어?"
여행을 하는 이들은, 같은 여행자에게 동지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 통성명도 없이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얼마나 머무는지를 묻고 '안전하게 여행하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헤어졌다. 유럽에서 왔다는 것, 아름답고 문화적으로 풍성한 멜번을 한껏 즐기는 중이라는 그의 말만으로도 충분했다. 우린 각자 또 다시 여행자로서 다른 곳으로 떠날 테니.
▲ 버스킹(busking)흔하게 볼 수 있는 거리의 연주자들. 버스킹은 대중예술의 또다른 이름이다. ⓒ 박설화
▲ 버스킹(busking)흔하게 볼 수 있는 거리의 연주자들. 버스킹은 대중예술의 또다른 이름이다. ⓒ 박설화
국내 드라마에도 나온 적이 있는 플린더스 역(flinders street station) 앞에 위치한 골목 디그레이브(Degraves)는 언제나 여행자들로 붐빈다. 카페와 아기자기한 숍이 늘어선 그곳 카페에서 커피와 음식을 즐기는 멜번 사람들과 카메라를 든 채, 눈을 반짝이며 멜번을 느끼는 여행자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도시 멜번의 대표적인 모습이 된다.
▲ 장신구를 파는 청년거리의 악사를 비롯해 장신구를 파는 청년까지도 도시의 골목길을 장식하는 요소가 된다. ⓒ 박설화
▲ 골목의 카페들 ⓒ 박설화
이곳 뿐이 아니다. 멜번에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일명 레인웨이스(laneways)라고 부르는 골목길들이 어쩌면 멜번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장소일 것이다. 흔히 '시티'라고 불리는 멜번 CBD(Central Business District, 금융밀집구역)는 여느 도시가 그렇듯 키 큰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 건물들 사이사이의 좁은 골목들에 오히려 유명한 식당과 카페, 펍(pub)들이 즐비하다는 사실이다. 저녁이 있는 삶을 가진 멜번의 특성상, 오후 6시면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는 관계로 상점들이 있는 레인웨이(laneway)는 조용해지지만 문을 닫기 전까지는 브런치를 하러 나온 사람들, 점심을 위해 나온 회사원들, 친구와 가족들로, 카페와 식당들의 모임으로 레인웨이는 언제나 붐빈다. 저녁이 되면 사람들이 줄을 서는 클럽들과 술집 또한 이 좁은 골목길에 숨어있는 것은 물론이다.
처음 그 사실을 인지했을 때부터 '이 도시는 골목길들을 죽은 공간으로 방치하지 않고 잘 살려냈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매력적인 것은 따로 있었다.
▲ 그래피티(graffiti)골목을 장식한 그래피티. 때문에 골목길에는 사람이 몰린다. ⓒ 박설화
▲ 그래피티(graffiti)골목을 장식한 그래피티. 때문에 골목길에는 사람이 몰린다. ⓒ 박설화
한때는 낙서로만 치부되었던 그래피티(graffiti)! 물론 여전히 지금도 공공장소의 그것들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1980년 대 초, 미국에서 넘어온 이 그래피티로 멜번은 한때, 온 도시가 몸살을 앓았다. 타인의 것과 차별화를 추구하고 자신만의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그래피티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그리는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고유 특징(혹은 서명)이 포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본인의 실력 과시를 포함한 경쟁적인 창작으로 이어졌고 남이 그린 그래피티에 다른 사람이 자신의 것을 또 그리는 일도 허다했다.
한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 출신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시(Banksy)가 호주를 방문하여 자신의 창작물을 남겨놓고 떠났다. 물론 상상할 수 있다시피, 그의 그래피티 위에 다른 이가 자신의 것을 덧입혀 뱅시의 팬들이 아쉬워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그리기 어려운 장소에 자신의 것을 남기는 것이 일종의 명예처럼 여겨지기에 공공건물이나 시설들에 과시하듯 한밤중에 생겨난 그래피티들이 갈수록 늘어났다.
그래서 멜번 시는 과감한 결정을 한다. 도시의 다양한 목소리를 골목길들에 표현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불법의 행위를 양지로 끌어내는 의미이기도 했다. 멜번 시티에 고용된 젊은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신선한 아이디어의 작품들을, 골목의 벽을 도화지 삼아 방대하게표현해 냈다. 상점도 자리잡을 수 없는 좁은 골목길들은 도시의 비주얼 아트 갤러리가 되었고 사람들은 몰려들기 시작했다.
▲ 그래피티(graffiti)골목을 장식한 그래피티. 때문에 골목길에는 사람이 몰린다. ⓒ 박설화
▲ 벽골목의 벽을 이렇게 장식하는 누군가의 위트는 도시를 더 친근하게 느끼도록 한다. ⓒ 박설화
골목길은 멜번 출신의 밴드이름을 따기도 하고(ACDC Lane), 멜번이 유네스코에 의한 문학의 도시로 지정된 기념 이름을 붙이기도 했으며(Literature Lane), 창고형 업체들이 모여있는 특색을 잘 살린 이름을 쓰기도 한다.(Hardware Lane)
멜번의 즐길거리 중 가장 큰 특징이 되어가고 있는 도시의 골목길을 테마로 한 서적들과 축제가 등장했으며 멜번 시는 얘기한다. 우리의 레인웨이스(laneways)를 방문하지 않고 가는 것은 멜번을 여행한 의미가 없다고...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남촌문화예술포럼의 <여행작가> 매거진에도 중복게재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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