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박근혜게이트닷컴, 뭐라도 하려는 사람 참 많다

정치 스타트업 '와글'이 만든 시민 위한 공론장

등록|2016.11.24 10:18 수정|2016.11.24 10:18

박근혜게이트.com 메인 페이지 ⓒ 와글


박근혜 게이트가 열렸다. 연일 티브이와 신문, sns가 박근혜 게이트 이야기로 도배되고 있다. 매일 드러나는 비리와 문제에 많은 시민이 분노하며 충격받고, 이 시국에 대해 갑갑함을 느끼지만 어떻게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시민들의 이런 갑갑함을 해결해주기 위해, 정치 스타트업 와글이 나섰다.

와글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국의 속도에 맞춰 빠르게 '박근혜게이트.com(아래 박근혜게이트닷컴)'을 만들었다. 와글의 이진순 대표는 이 사이트의 기획 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박근혜 게이트는 단편적 비리가 아닌, 소수 기득권 층이 정치권력을 사유화한 데서 빚어진 사건이며 범죄이다. 이런 폐단을 해결하고 정치 개혁하는 역할을 박근혜 공모세력 혹은 대권경쟁에 매달리는 일부 정치인에게 위임할 수 없다. 그렇기에 모든 국민이 주권자로서 정치개혁 과정을 기획하는 시민포털 정치 공론장이 필요하다."

박근혜게이트닷컴 이전에도 와글은 '박근혜 부역자 인명사전'을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박근혜 게이트와 같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대안을 제시하려면, 먼저 누가 어떤 일을 했는지 팩트 체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분량이 방대해 크라우드 소싱 방식의 기록 작업으로 진행했고, 시민들의 반응이 좋았다. '너무 많은 사람과 사건이 있었는데 한눈에 보니까 편리하다', '이런 게 꼭 필요했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그 외에도 시민들이 적극 참여해 박근혜 부역자 외에도 많은 비리를 기록했다. 시민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는 경험이었다.

'뭐라도 하고 싶은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이야

국민의뜻이우주의뜻이다사이트의 가이드를 따라하면 누구나 자신의 모임을 시작할 수 있다 ⓒ 와글


국민의뜻이우주의뜻이다 행사 장면'우주' 컨셉으로, 군데군데 풍자요소가 돋보인다 ⓒ 와글


그 뒤, 와글은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청년 모임 만드는 것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곧바로 '국민의 뜻이 우주의 뜻이다' 사이트를 만들고 행사를 열었다. 행사의 부제는 '뭐라도 하고 싶은 청년들의 시국돌파대잔치'이다. 와글은 정말 '뭐라도'하고 싶은데 뭘 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는 청년들이 대안을 만들고, 그 청년들이 함께할 친구들을 모을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다.

정말 뭐라도 하고 싶었던 청년들이 많았던 건지, 예상 인원보다 더 많은 사람이 와서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 그 뒤로도 와글은 청년들이 비슷한 모임을 진행할 수 있게 사이트 우주의뜻(www.cosmospower.net)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

와글은 이에 더 나아가 '박근혜게이트닷컴'을 열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적극적으로 연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미 '박근혜게이트인명사전'과 '국민의뜻이우주의뜻이다'에 대한 시민들의 호응을 보고 박근혜게이트에 대한 모든 정보가 모여있으면서, 그 정보를 바탕으로 시민들이 움직이게 도와주는 사이트가 필요함을 느꼈다.

그래서 박근혜게이트닷컴은 각계 각층의 시국선언문 모음 및 데이터 분석을 제공하는 '국민의 소리'와 '박근혜 부역자 인명사전'을 통해 시민들이 박근혜게이트 사건을 파악하게 자료를 제공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공론장 '국민의 행동'을 마련했다. 또한 오프라인에서 실천할 수 있게 오프라인 모임을 소집해 공지한다. 국민의 여론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국민의 뜻'이란 온라인 투표도 실시간으로 진행하고 있다.

'정치'라는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박근혜게이트닷컴은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려 노력한 사이트다. 디자인도 포인트가 있고 세련된 느낌을 주기 위해 애썼다. 흔히 정치에 관심있는 중장년층을 넘어 젊은 세대에게까지 어필하도록 말이다. 청년 기획자들의 힘일까? 디자인을 담당한 예지씨는 예전에도 정치홍보물을 만든 경험이 있다.

"보통, '어차피 아재들이 타깃'이라며 디자인을 소홀히 하시더라고요. 일명 '아재'들만 이용한다고 해도, 디자인적인 요소를 포기할 이유가 있을까요? 신뢰감을 주면서도 젊은 사람들이 머물고 싶어지는 사이트를 만들어, 정치에 관심 갖게 하고 싶어요."

박근혜게이트.com 제작과정끝없는 회의가 이어졌다 ⓒ 와글


박근혜게이트닷컴을 만든 사람도 청년이고, '국민의 뜻이 우주의 뜻이다' 행사의 부제도 '청년'들의 시국대잔치였다. 왜 하필 청년이었을까? 와글의 천영환 시니어 매니저는 말한다.

"지금 상황엔 국민 모두가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하지만 와글이 특히 '청년'에 주목한 이유는 청년이 소외되기 쉬운 존재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불안한 청년들은 정치에 참여하는 데 더 큰 제약을 겪습니다. 그런 청년을 응원하고 북돋워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청년들을 위한 모임도 만들고, 뜻이 맞는 청년들과 일을 했죠.

또한 청년들을 주목하는 이유는, 가치관 형성시절에 겪는 정치적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시위 한 번 나가는 것, 작은 경험 같지만 '나도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흐름에 참여해 보았다'는 경험과 그로부터 오는 자신감은 인생에서의 태도를 바꾸게 합니다."

'박근혜 이후'가 더 중요하다

▲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들. ⓒ 지유석


큰 정치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그 정치스캔들의 이름을 딴 사이트가 잠시 화제가 되었다가 사라지곤 했지만 박근혜게이트닷컴은 단순히 시기를 탄 일회성 사이트가 아니다. 오히려 박근혜게이트닷컴은 박근혜게이트가 일회적이고 단편적인 사건에서 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사이트이다.

와글은 지금 광장의 열기를 온·오프라인을 넘어 이어가고자 하며, 박근혜게이트닷컴이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도구의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 박근혜게이트닷컴의 초기 기획과 제작은 와글이 했지만 그 뒤는 국민 모두와 함께 만들 수 있도록 열어두었다.

박근혜게이트닷컴은 비정파성, 비영리성을 원칙으로 하고 사이트 취지에 동의하는 단체와 개인 모두 구축에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걸 지향한다. 앞으로 뜻있는 단체와 개인이 참여한 투명한 운영팀을 만들 예정이다.

참담한 시국, 누군가는 수습을 해야한다. 그 주체가 누가 될 것인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 주체에 시민들은 빠져있다. 주권 보장, 시민들의 공론장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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