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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군, 1억여 원 들여 농장 가는 길 서둘러 포장... 왜?

금산군 "주민 편의" - 인근 주민들 "농장주 편의 우선"

등록|2016.11.23 16:51 수정|2016.11.23 16:59

▲ 마을 가는 길? 농장 가는 길? 금산군이 지난 해와 올해 1억 1700여 만원을 들여 확,포장한 공사를 놓고 주민 편의 도로용이라기보다는 농장 편의도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심규상


금산 추부면 용지마을과 추정마을 주민들이 인근 마을과 통하는 지름길 개통을 놓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마을 주민이 아닌 특정 목장의 이용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산군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1억 1729만 원(2015년 7300만 원, 2016년 4400만 원)을 들여 추부면 추정리와 용지마을을 잇는 연결도로 확포장 공사를 벌였다. 기존 비포장도로를 일부 직선화한 후 확장, 포장했다. 폭 6m에 총길이는 0.8km에 이른다.

금산군은 "용지마을 주민들이 금산읍을 갈 경우 약 2km 정도가 단축된다"며 "주민 편의를 위해 공사를 벌였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정작 마을주민들은 있으면 좋겠지만 그다지 절실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무슨 연유일까?

연결도로 진입로 입구와 출구 양쪽을 가 보았다. 양 출입구에 모두 '산양 농장'이라는 큼지막한 표지판이 서 있다. 한쪽 입구에는 농장 안에서 열리는 행사를 알리는 천글씨가 걸려 있다. 어디에도 해당 도로가 금산읍이나 추부읍으로 통하는 길임을 알리는 표지판이나 안내문은 없다. 사정을 모르는 외지인들은 농장만이 이용하는 사유도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3시 간 동안 통행 차량 0대... "주민 편의 도로 맞아?"

▲ 새로 다듬은 연결도로 입구에서 부터 출구까지 도로 양쪽이 모두 농장시설이다. ⓒ 심규상


진입로를 들어서자마자 농장이 시작됐다. 도로 양쪽으로 산양을 기르는 데 필요한 건축물과 초지를 조성하기 위한 임야다. 농장에서는 약 400여 마리의 '유산양'을 기르고 있다.

기자는 지난 21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한나절 가까이 새 연결도로를 이용하는 차량과 주민 수를 조사해 보았다. 약 3시 간 동안 단 한 대의 차량도, 오가는 사람도 확인할 수가 없었다.

용지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기존 도로를 사용하고 있었다. 용지마을 주민들의 주 생활권은 마전 또는 대전권인데 이곳으로 갈 경우 기존도로를 이용하는 게 더 가깝고 편리하다. 금산읍으로 갈 경우 2km 정도 단축되지만, 이 경우도 기존도로와 연결도로가 큰 차이가 없어 거의 연결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

추부읍에서 만난 한 주민은 "새 연결도로를 이용하는 마을 주민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주민들보다는 주로 산양 농장 사람들이나 주말 체험 관광버스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주 이용 지역인 용지1리에는 약 10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용지 1리에 사는 한 주민은 "길 너머 추정리에 농지가 있는 사람들이 오갈 뿐 이용자가 매우 적다"고 밝혔다.

용지1리 마을 주민들은 "면사무소나 군청에 길을 확포장해달라고 민원을 내지는 않았다"며 "작년인가에 농장 쪽에서 도로를 확포장하는 데 동의를 해달라고 해 동의서에 사인해 준 게 전부"라고 말했다.

"장관 방문 이후 갑자기 포장 공사"

주민 편의보다는 농장주의 편의를 우선 고려한 도로 개설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의문은 이 같은 도로를 농장주가 아닌 금산군이 소요 비용을 들여 서둘러 확, 포장한 연유다.

농장(직원 수 4명)은 지난 2014년 농식품부가 주관하는 산지생태축산 시범농장에 지정됐다. 또 지난해 10월 확포장 공사가 본격 시작됐다.

▲ 금산군청 전경 ⓒ 심규상


한 주민은 "원래 이 도로는 지난 2012년 만들어져 장기 계획으로 포장 계획이 서 있었는데 작년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목장을 방문한 후 공사가 갑자기 시작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당시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이 농장을 직접 방문, 농장 시설을 살펴본 바 있다. 이 장관의 방문 이후 도로 확포장이 전격 결정했다는 귀띔이다.

게다가 이곳은 확포장 공사 자체가 불가능한 곳으로 확인됐다. 연결 도로 경계를 사이에 두고 농장주와 인접 회사가 도로사용권을 놓고 수년째 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송은 현재 대법원 계류 중이다. 이처럼 분쟁이 있을 때 분쟁 당사자 간 합의 없이는 공사가 불가능한데도 금산군이 '불법 공사'를 벌였다는 것이다.

금산군, 일부 구간 불법 공사까지

금산군 지역개발과 관계자는 "분쟁이 있는 걸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인 과정에서 뒤늦게 분쟁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인근 지역주민들은 "일부 지역 주민도 아는 일을 공사를 시행하는 군청이 몰랐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군청 측은 분쟁 사실을 안 이후에도 지금까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해당 농장 관계자는 "농장 사이를 지나는 비포장 도로가 개통된 이후 오가는 차량으로 먼지가 날려 수 년 전부터 금산군에 도로 포장을 건의했었다"며 "작년 농식품부 장관이 방문했을 때 거듭  건의해 사업 추진이 용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농식품부가 산지축산시범농장으로 지정하는 등으로 연 1만 5000명의 체험관광객이 찾아 온다"며 "(군에서도)지역 경제활성화에도 보탬이 된다고 생각해 도로 포장 공사를 지원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사와 관련된 행정절차는 군에서 진행한 것으로 아는 바 없다"고 덧붙였다.

용지 2리의 한 주민은 "누군가는 사용할 도로라 확포장 공사를 왜 했냐고 따지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숙원사업이라며 애원하는 사업에는 예산 핑계를 대며 딴청을 부리던 금산군이 농장주 개인이 요구하는 사업에는 뚝딱 거액을 들여 불법 공사까지 하는 걸 보고 주민들이 대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속이 상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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