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출신 기자에게 배우는 글쓰기
글쓰기에도 '공식'이 있다 <신동진 기자의 글쓰기 3GO>
어린 시절,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하던 날이 떠오릅니다. 전날 밤을 꼴딱 새우며 준비했던 여러 고백의 말들. 하지만 막상 그녀 앞에 선 나는 바보가 되어버립니다. 그녀의 눈빛이 내 입만을 바라보고 있지만, 정작 나는 어쩔 줄 몰라 우물쭈물하고 있습니다. 끝내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기다리던 그녀는 유유히 떠나갑니다.
풋풋한 짝사랑 이야기 같지만 실은 제가 글쓰기를 할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합니다. 쓰고 싶은 소재가 떠올라 기분이 좋다가도, 막상 이를 표현하려고만 하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버립니다. 모니터 화면에 보이는 까만 커서는 이런 저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홀로 깜빡이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저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글을 쓰려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하는 말이지요. 그리고 소위 글로 밥을 벌어먹는다는 기자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터지는 사건, 사고, 실시간 속보까지. 글을 써야 할 일이 태산 같은 직업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기자들은 과연 글을 어떻게 쓰는 걸까요? 매일 글과 씨름하는 기자들에게는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는 걸까요?
"8년 전 '기사'의 ㄱ자도 몰랐던 내가 글쓰기를 해본 것이라고는 그저 블로그에 두서없이 생각을 나열하듯 적는 수준이었다. 나에게 있어 글쓰기는 신세계였다. 글쓰기는 경이롭고 설레는 약속의 땅이 아닌 낯설고 두려운 미지의 정글이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 <신동진 기자의 글쓰기 3GO>가 이 물음의 해답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이 책에 주목할 점은 저자가 글쓰기와는 거리가 멀었던 공대 출신 기자라는 점입니다. 스릴러 소설의 대가라는 스티븐 킹조차 글쓰기 때문에 끙끙 않았다고 하는데, 수학과 기계를 다루던 공대 출신의 기자는 오죽 했을까요.
그는 이 책을 통해 초년병 시절부터 맨 땅에 헤딩하듯 쌓은 글쓰기 노하우를 일러줍니다. 그는 또 글을 배우는데 있어 모범은 기사 글이라고 덧붙입니다. 기자라는 직업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실제 기사는 여러 사람의 데스킹(기자가 쓴 글을 다른 기자들이 여러 번 고치는 작업)을 거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글쓰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글의 중심이 되는 뼈대를 세우는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건축 설계도 없이 글을 쓴다는 건 언제든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죠. 게다가 저 같은 초보 글쟁이에게는 길을 잃지 않도록 나침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꽤 설득력 있게 느껴집니다.
"일반적인 글쓰기도 이와 마찬가지다. 자료 수집은 글쓰기를 하기 전 필수단계이다. 단순히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쓰려고 해도 자료 수집은 필수다.(...) '나는 어떤 글을 쓰고자 하는가?'를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 이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다면 글쓰기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답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자료를 수집하고 이해하는 단계를 반복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또한 주제에 맞는 자료의 중요성을 강조, 또 강조합니다. 보통 글쓰기는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끄집어내 표현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글을 쓰기 전 자료 수집은 오히려 글 쓰는 행위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군요. 자료 수집을 하다보면 무엇을 쓸까, 고민하던 이들에게도 자연스레 주제가 생기는 신기한 현상도 있더라고요.
"글쓰기도 하나의 예술이다. 일정하게 형성된 격식이나 형식이 글쓰기에도 존재한다. 나는 그것을 글쓰기 '틀'이라고 부른다. 틀은 곧 뼈대가 된다.(...) 3GO는 3줄 쓰기이다. 3줄의 의 뼈대를 만들고 여기에 살을 붙여가는 식으로 글을 쓰는 방법론이다. 3줄 글쓰기는 모든 글쓰기의 시작이다. 글쓰기가 익숙해지면 3줄 쓰기 없이도 머릿속에서 글의 구조를 잡고 바로 글쓰기에 착수할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그러나 제 생각에 이 책의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바로 글쓰기 공식입니다. 그는 공대 출신 기자답게 글쓰기를 수학 공식처럼 정리해 풀어보고자 합니다. 막연한 글쓰기에 일종의 법칙이 있다는 것이죠.
공식은 크게 3가지 요소로 이루어집니다. 주장, 근거, 그리고 사례입니다. 이는 흔히 논설문 같은 딱딱한 글에만 적용될 것 같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활용에 따라 다양한 형식의 글로 변신을 거듭하는 것이지요.
더불어 학생 시절 누구나 한 번 쯤 해본 경험 공식을 암기하기 쉽게 표현했습니다. 예를 들면 보고 느낀 글을 쓸 때는 '현장사배', 설득하는 글을 쓸 때는 '주근사', 용어를 설명할 때는 '용배설사' 이런 식입니다. 원리를 이해하고 나면 언제든 써먹을 수 있는 공식처럼 입에도 담기도 쉽습니다.
'글쓰기에 웬 공식이냐'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만 글쓰기엔 정답이 없다는 말처럼 저자의 이론 또한 결국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겠지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명확한 답이 있는 수학 공식 같아 되레 친근하기도 합니다. 머릿속 글쓰기 주머니에 저자의 공식들을 넣고 다니면, 혹 나중에 글쓰기가 필요한 상황에 언제든 꺼내 써도 좋을 것입니다.
'호모 라이터스(Homo Writers)'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야흐로 글쓰기를 하지 않고선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라는 말이지요. 쉬지 않고 배워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말 같아 한 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왕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그 곁에 훌륭한 조언자 한 명 쯤 더 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요.
풋풋한 짝사랑 이야기 같지만 실은 제가 글쓰기를 할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합니다. 쓰고 싶은 소재가 떠올라 기분이 좋다가도, 막상 이를 표현하려고만 하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버립니다. 모니터 화면에 보이는 까만 커서는 이런 저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홀로 깜빡이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저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글을 쓰려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하는 말이지요. 그리고 소위 글로 밥을 벌어먹는다는 기자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터지는 사건, 사고, 실시간 속보까지. 글을 써야 할 일이 태산 같은 직업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기자들은 과연 글을 어떻게 쓰는 걸까요? 매일 글과 씨름하는 기자들에게는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는 걸까요?
"8년 전 '기사'의 ㄱ자도 몰랐던 내가 글쓰기를 해본 것이라고는 그저 블로그에 두서없이 생각을 나열하듯 적는 수준이었다. 나에게 있어 글쓰기는 신세계였다. 글쓰기는 경이롭고 설레는 약속의 땅이 아닌 낯설고 두려운 미지의 정글이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 <신동진 기자의 글쓰기 3GO>가 이 물음의 해답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이 책에 주목할 점은 저자가 글쓰기와는 거리가 멀었던 공대 출신 기자라는 점입니다. 스릴러 소설의 대가라는 스티븐 킹조차 글쓰기 때문에 끙끙 않았다고 하는데, 수학과 기계를 다루던 공대 출신의 기자는 오죽 했을까요.
▲ ▲ <신동진 기자의 글쓰기 3GO> / 지은이 신동진 / 펴낸곳 지앤선출판사 / 2016년 10월 10일 / 값 15,000원 ⓒ 지앤선출판사
그렇다면 글쓰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글의 중심이 되는 뼈대를 세우는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건축 설계도 없이 글을 쓴다는 건 언제든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죠. 게다가 저 같은 초보 글쟁이에게는 길을 잃지 않도록 나침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꽤 설득력 있게 느껴집니다.
"일반적인 글쓰기도 이와 마찬가지다. 자료 수집은 글쓰기를 하기 전 필수단계이다. 단순히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쓰려고 해도 자료 수집은 필수다.(...) '나는 어떤 글을 쓰고자 하는가?'를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 이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다면 글쓰기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답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자료를 수집하고 이해하는 단계를 반복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또한 주제에 맞는 자료의 중요성을 강조, 또 강조합니다. 보통 글쓰기는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끄집어내 표현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글을 쓰기 전 자료 수집은 오히려 글 쓰는 행위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군요. 자료 수집을 하다보면 무엇을 쓸까, 고민하던 이들에게도 자연스레 주제가 생기는 신기한 현상도 있더라고요.
"글쓰기도 하나의 예술이다. 일정하게 형성된 격식이나 형식이 글쓰기에도 존재한다. 나는 그것을 글쓰기 '틀'이라고 부른다. 틀은 곧 뼈대가 된다.(...) 3GO는 3줄 쓰기이다. 3줄의 의 뼈대를 만들고 여기에 살을 붙여가는 식으로 글을 쓰는 방법론이다. 3줄 글쓰기는 모든 글쓰기의 시작이다. 글쓰기가 익숙해지면 3줄 쓰기 없이도 머릿속에서 글의 구조를 잡고 바로 글쓰기에 착수할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그러나 제 생각에 이 책의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바로 글쓰기 공식입니다. 그는 공대 출신 기자답게 글쓰기를 수학 공식처럼 정리해 풀어보고자 합니다. 막연한 글쓰기에 일종의 법칙이 있다는 것이죠.
공식은 크게 3가지 요소로 이루어집니다. 주장, 근거, 그리고 사례입니다. 이는 흔히 논설문 같은 딱딱한 글에만 적용될 것 같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활용에 따라 다양한 형식의 글로 변신을 거듭하는 것이지요.
더불어 학생 시절 누구나 한 번 쯤 해본 경험 공식을 암기하기 쉽게 표현했습니다. 예를 들면 보고 느낀 글을 쓸 때는 '현장사배', 설득하는 글을 쓸 때는 '주근사', 용어를 설명할 때는 '용배설사' 이런 식입니다. 원리를 이해하고 나면 언제든 써먹을 수 있는 공식처럼 입에도 담기도 쉽습니다.
'글쓰기에 웬 공식이냐'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만 글쓰기엔 정답이 없다는 말처럼 저자의 이론 또한 결국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겠지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명확한 답이 있는 수학 공식 같아 되레 친근하기도 합니다. 머릿속 글쓰기 주머니에 저자의 공식들을 넣고 다니면, 혹 나중에 글쓰기가 필요한 상황에 언제든 꺼내 써도 좋을 것입니다.
'호모 라이터스(Homo Writers)'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야흐로 글쓰기를 하지 않고선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라는 말이지요. 쉬지 않고 배워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말 같아 한 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왕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그 곁에 훌륭한 조언자 한 명 쯤 더 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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