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고 뉴라이트 역사관 밀어붙이겠다?
교육부 장관의 뻔뻔한 대국민담화, 해독해드리겠습니다
▲ 이준식 "역사교과서 국민이 검토해 달라"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하며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하여 개발했다"며 "현장검토분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개발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현장검토분이 공개되는 기간 동안 국민 여러분께서 주시는 소중한 의견들이 교과서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28일 오후, 국정교과서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대국민 담화의 핵심은 ▲이념 편향 ▲이승만-박정희 미화 ▲북한 적대감 강화로 추릴 수 있겠습니다. 아래는 이날 발표한 대국민담화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하여 개발하였다."
"역사적 사실과 헌법가치에 충실한 대한민국 교과서를 개발하기 위해, 학계의 권위자로 집필진을 구성하였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현장교원들이 개발과정에 참여하여 열과 성을 다하였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1. 건국절 강행
"대한민국 정통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기존 검정 교과서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수립' 표현을 '대한민국 수립', '북한 정권 수립'으로 바로 잡았다."
더 이상 설명을 할 필요가 없겠죠? '정부 수립'을 '수립'으로 바꾸었다는 것은 임시정부의 정통성과 이를 계승했다는 헌법적 가치를 부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인민공화국 수립', '정권 수립'은 결국 같은 말입니다.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였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교과서 본문에 '대한민국 정부가 구성됨으로써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이 수립되었다."
위의 내용 바로 아래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이죠. 이는 두 주장을 모두 '병기 표현'하는 것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안 보입니다. 소위 '물타기 작전'인 거죠. 어떻게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부가 정치적인 행태를 보입니다.
"또한 일부 교과서가 1948년 선거로 탄생한 합법정부의 범위를 38도선 이남으로 한정시킨 데에 반해,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당시 UN에서 승인한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라는 사실을 관련 사료와 함께 제시하였다."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2004년 근현대사 교과가 편성된 이래 학교 현장에서는 언제나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배웠습니다. 한국지리 교과서를 비롯하여 추가 사회 교과서는 모두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부속 도서'로 명확히 기록하고 가르쳐왔습니다.
2. 이승만 미화
" 친일 반민족 행위는 별도의 소주제로 편성하여 친일 부역자의 명단과 친 부역 행위를 상세하게 서술하였고, 이승만 정부에서 활동한 반민 특위의 한계를 분명히 하였다.(p.252)
독립 운동의 경우, 항일 무장 투쟁을 별도 주제로 하여 충실히 서술하는 한편, 독립 운동의 다양한 면을 볼 수 있도록 기존 검정교과서에서 소홀히 다루었던 외교 독립 활동과 여성 독립 운동가에 대해서도 지면을 할애하였다.(pp.224~225,235)"
이 내용만으론 무슨 얘긴지 잘 모르시겠죠? 핵심 문장이 두 개 나옵니다. '반민 특위의 한계', '소홀히 다루었던 외교독립 활동'이 중요합니다. 이승만이 담화를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저항으로 반민특위가 주도한 친일파 처단이 실패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이승만을 변명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외교독립론'은 이승만의 브랜드였습니다.
기존 교과서는 외교독립론에 대해 정확히 서술하고 있습니다. 저는 저의 저서 '역사전쟁(생각정원)'에서도 외교독립론의 역사적 위상에 대해 자세히 썼고,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에서 이를 얼마나 왜곡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썼습니다. 외교 독립 활동에 대해 지면을 할애했다는 말은 이승만에 대한 비중을 늘렸다는 말을 의미합니다.
3. 박정희 미화
"또한, 기존 교과서가 경제성장의 성과보다 부작용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발전을 충분히 서술하였다. 이와 더불어 경제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도 별도의 소주제로 구성하여 균형 있게 서술하였다."
설명이 필요하지 않겠죠. 초등학교 국정교과서, 올해 EBS 수능 특강, 그리고 온갖 국가 주관 시험 문제를 통해 정부가 가장 강조한 것은 '박정희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다'식의 주장입니다. 이걸 집어 넣었다는 겁니다. 문제점을 '소주제'로 구성했다는 것이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이승만 정부의 독재로 인해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가 훼손되었음을 분명히 밝히고,박정희 정부의 유신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약한 독재체제였음을 명확히 서술하였다."
역시 물타기 전략입니다. 건국절을 넣되 임시정부 이야기를 넣고, 박정희 경제 발전을 강조하되 독재라는 말을 쓰겠다. 무슨 한국사 교과서가 짬뽕도 아니고 필요에 따라 하고 싶은 말 다 집어 넣겠다는 건가요? 학문의 체계라는 것이 있고, 학계의 합의라는 것이 있고, 연구 결과라는 것이 있는데 역사학자들 배제하고 만든 교과서의 실상이 이렇습니다.
4. 북한 적대감 강화
"기존 검정 교과서는 북한 인권 문제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서술하거나 북한의 군사 도발을 간략하게 다루었고, 일부 교과서는 북한의 책임이 명확한 '천안함 사건'도 책임 주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천안함 침몰'로만 서술하기도 하였다.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북한의 군사도발과 인권문제를 각각 별도의 소주제로 구성하고, 천안함 사건의 경우에도 북한이 저지른 행위임을 명확히 강조하였다. 또한, 북한이 주체사상이나 자주노선을 3대 세습체제를 이념적으로 정당화하는 도구로써 활용한 사실과, 그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의 자유가 억압당하는 상황을 분명히 서술하였다."
작년과 똑같네요. 우선 기존 한국사 교과서들은 '푸에블로호 사건', '1.21사건' 같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명확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천안함 문제를 비롯한 극히 최근의 이야기는 대부분 역사 교과서에서는 간단하게 언급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학문적 평가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또한 북한 주체사상, 인권 억압 문제 등에 대해서는 이미 기존 교과서에서도 모두 정확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굳이 '독도와 위안부'를 강조하고 있고, 고대사를 건드리려 하고 있습니다. 이상의 내용에 대해서는 검토본을 가지고 직접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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