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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통도사 '무풍한송로'를 걷다

수원 '노송지대'도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등록|2016.11.28 17:46 수정|2016.11.28 17:46

무풍한송로양산 통도사 무풍한송로를 걷는 사람들 ⓒ 하주성


28일 아침 일찍 수원을 출발했다. 경남 양산 통도사로 향하는 버스 안에는 팔달구 지동에 소재한 경기안택굿보존회(회장 고성주) 회원 30여 명이 승차했다. 이들은 양산 통도사로 2016년 정기 삼사순례를 떠난 길이다. 길을 떠난 지 두어 시간이 더 지나 추풍령 휴게소에 도착하니 눈이 쌓이고 상고대가 아름답게 햇살에 반짝인다.

그 전날 수원에도 첫눈이 내렸지만 날이 푹한 터에 모두 녹아버렸는데 지대가 높은 추풍령에는 눈이 남아 아름다운 설경을 보여주고 있다. 모처럼 떠난 여행에서 첫 눈이 아름다운 모습을 만난다는 것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몇 시간을 달렸을까? 양산 통도사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고 통도사를 향하는 '무풍한송로(舞風寒松路)'로 접어들었다.

추풍령통도사로 향하던 길목에 잠시 쉬어간 추풍령 휴게소의 이정표. 눈이 쌓이고 상고대가 피어있다 ⓒ 하주성


무풍한송로는 그야말로 걷기에 딱 좋은 길이다, 내를 건너 반대편에는 차를 이용해 통도사로 들어가는 길이 있지만 어찌 통도사까지 먼 길을 달려와 이 좋은 길을 놓아두고 차를 이용한다는 것일까? 그저 심호흡을 한 번씩 할 때마다 솔향이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듯하다. 바쁠 것도 없다. 수백 년 넘은 소나무들이 자리하고 있는 이 소나무길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무풍한송로는 걸어서 20~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물론 걷는 속도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어 통도사로 향한다. 천천히 걷다보면 중간에 시원한 물도 마실 수 있고 정자도 있어 피곤한 발을 쉴 수도 있다. 또한 이곳 정서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차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맑은 통도사 계곡물과 노송, 그리고 차 한 잔 얼마나 어울리는 단어들인가?

소나무숲 이정표통도사 소나무 숲길 입구에 붙여놓은 무풍한송로 이정표 ⓒ 하주성


수원 노송지대 제대로 보존될 수 있을까?

통도사 무풍한송로를 걸으며 우리 수원의 노송지대가 생각난다. 경기도 기념물 제19호로 1973년 7월 10일에 지정된 파장동 노송지대. 이곳 노송지대에 식재되어 있는 소나무들은 정조의 효심을 가득 담고 있다. 파장동에서 길게 지지대비로 향하는 약 5km 정도의 이 길은 예전 정조대왕이 능침에 모신 아버지 장헌세자(사도세자)를 만나러 다니는 길목이었다.

정조대왕이 아버지 장헌세자의 원침인 현릉원 식목관에게 내탕금 1천 량을 하사하여 이 길에 소나무 500주와 능수버들 40주를 심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수령 200여 년을 넘는 소나무들이 줄을 지어 있는 노송지대는 정조대왕의 효행의 길이다. 2차선 도로를 따라 자라고 있는 소나무들은 하나같이 오랜 수령을 자랑하듯 기묘한 형상을 하고 있다.

이 노송지대가 변했다. 노송지대 사이로 난 차도를 한편으로 옮겨 차량들의 매연으로부터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보존방법을 택한 것이다. 많은 정조의 효를 상징하는 노송들이 이제는 차량의 매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할 따름이다. 얼마나 그 오랜 세월을 차량의 매연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당한 것일까? 

소나무 숲길양산 통도사 입구에서 걸어들어가는 소나무 숲길 ⓒ 하주성


'노송지대' 통도사 '무풍한송로'와 같이 만들어야

통도사 무풍한송로는 내 건너편으로 차도를 내었다. 소나무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차량의 매연을 피하기 위함이다. 곳곳에는 부도탑이며 석등, 불자들이 세운 각각의 다양한 탑들이 즐비하다. 물론 이 탑들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이곳이 사찰경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길을 걸으면서 곰곰 생각해본다. 우리 수원의 노송지대도 이렇게 사람이 걷기 좋은 숲길로 조성할 수 있을까?

노송지대 안에 무분별하게 난립된 무허가 건물들을 정리하고 곳곳에 정조대왕에 관한 글이며 시비를 세운다면 이 또한 아름다운 숲길이 되지 않을까? 모든 사람들이 낙엽을 밟으며 심호흡을 하면서 걸을 수 있는 곳. 그리고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즐겨 걸어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목장승통도사 무풍한송로를 걷다보면 목장승도 만난다 ⓒ 하주성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노송지대는 또 다른 깊은 뜻을 갖고 있다. 즉 정조의 효심이 어린 길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 길을 통도사 무풍한송로와 같이 조성할 수만 있으면 수도권의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다. 통도사 무풍한송로를 걸으면서 우리 수원의 노송지대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걸을 수 있는 노송 숲길이 될 수 있도록 조성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티스토리 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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