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만 퇴진하면 모든 게 끝? 아니다, 시작이다
[주장] 광장으로 나와야 만 촛불이 아니다... '시민혁명'은 지금이 적기다
지금 정국을 이끌고 있는 건 그 무엇도 아닌 '촛불'이다. 촛불이 언론과 정치권을 주도한다. 촛불이 커질수록 언론보도가 적극성을 보인다. 국회에 대해서는 촛불이 푯대다. 제시하는 방향대로 움직인다. 심지어는 검찰과 경찰도 촛불의 눈치를 면밀히 살피는 모양새다.
단 한 달만에 일궈낸 엄청난 변혁
촛불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던 무렵. 별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수만 명이 운집해 '박근혜 하야'를 외칠 땐 '촛불이 너무 앞서 간다'며 마뜩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수십만 개의 촛불이 함성을 지르자 그때서야 언론의 태도가 달라졌다. 정치권에서도 '하야'와 '퇴진'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촛불은 빠르게 번졌다. 수백만 개가 켜졌다. 미처 광장으로 나오지 못한 시민들까지 합하면 얼마나 될까? 11월 4주차 갤럽 주간 집계 대통령 지지율이 4%밖에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수천만 개에 달한다고 볼 수 있다. 수백만 개의 '광장 촛불'과 수천만 개의 '안방 촛불'은 청와대와 정치권, 언론, 국회 그리고 검찰이 어떤 길을 가야 옳은지 그 길을 밝혀주었다.
급기야 여당도 움직였다. 비박계는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자신들의 수장을 자신들 손으로 제거하겠다는 얘기다. 불과 얼마 전만해도 대통령의 오더에 물불 안 가리고 맹종했던 이들 아닌가. 촛불이 만들어낸 엄청난 변화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 한 달 만에 일궈낸 변혁이다. 시민의 자발적 에너지가 정치권과 언론은 물론 검찰까지 몽땅 견인하는 '혁명적 구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촛불에 거스르는 잔당이 일부 남아있긴 하다. 하지만 촛불 한두 개 끌 힘조차 그들에겐 없다.
촛불이 꺼진다면
이구동성으로 대통령이 물러나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탄핵안이 국회를 무사히 통과하고, 헌법재판소는 이를 인용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진 사퇴든, 탄핵이라는 강제력에 의해서든, 대통령이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 봐야 할 게 있다. 촛불 시민 스스로가 자신에게 던져봐야 할 자문이기도 하다. 언제까지 촛불을 켜야 할까?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대통령이 퇴진하면 촛불도 광장에서 나와야 하나?
이에 대한 답을 도출하려면 대통령이 물러 간 이후 상황을 고려해야만 한다. 대통령이 퇴진하면 곧이어 새누리당은 '분당' '헤쳐모여' 등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경우 129명의 여당의원들이 움직이게 된다. 살아남기 위한 목숨 건 날갯짓이 시작될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런데 정치권은 '정치적 실리'를 추종하는 관성을 지닌 집단이다. 실리 앞에서 민심은 항상 뒷전이었다. 촛불이 떠나면 어떨까. 뻔하다. 또다시 밀실의 어둠에 숨어 국민들의 기대와는 완연히 다른 판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손에 들어야만 촛불인 것은 아니다
촛불을 따르는 척하는 검찰도 문제다. 당겼던 고무줄을 놓으면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처럼 시민들이 손에 든 촛불을 내려놓으면 검찰은 금세 '정치검찰'의 본색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재벌들도 마찬가지다. 틈만 나면 권력과 야합해 각종 이권에 개입해 온 재벌들 아닌가. 촛불이 잦아들면 권력과 재벌은 다시 유착관계로 회귀하지 않을까.
향후 어떤 정권이 무슨 흉측한 짓을 벌일지 모른다. 언론이 권력에 빌붙어 국민을 기만하거나, 국회의원이 특정세력과 손잡고 나쁜 짓을 할 수도 있다. 여당이 대통령의 거수기가 돼 국정을 농단할 수 있다.
촛불이 꺼지면 다시 세상은 촛불이 켜지기 전의 암울한 상태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촛불의 목표가 대통령 퇴진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촛불이 꺼지면 안 된다. 국민을 무시하는 권력자들과 기득권에게 나라를 맡길 순 없다. 시민들이 정국을 견인하고 있는 이 참에 '시민혁명'을 해내야 한다. 기회는 바로 지금이다.
혁명. 쉬울 수도 있다. '촛불혁명'이라면 그렇다. 손에 들어야만 촛불인 것은 아니다. 시민 각자의 눈과 귀 그리고 입이 촛불의 기능을 하면 된다. 저들이 무엇을 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고, 무슨 수작을 꾸미는지 귀를 세워 들어보고, 잘못 된 게 발견되면 모여서 한목소리로 외치면 된다.
촛불 계속 켜지면 이게 '시민혁명'
촛불, 늘 켜져 있을 수 있을까? 가능할 수 있다. 촛불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런 얘기를 한다.
"그동안 정치에 너무 무심했어. 사실 뉴스를 멀리하고 드라마만 봐왔지. 정치? 그거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해서 외면해 왔거든. 그런데 이번에 '박근혜 게이트'를 보면서 분통이 터지더라고. 이젠 생각이 달라졌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지. 이젠 우리가 저들을 감시해야 돼."
'맞아! 딱 맞는 소리야!' 이렇게 추임새를 넣는 시민들도 많다. 국민 각자가 1년 열두 달 '꺼지지 않는 촛불'이 된다면 그게 바로 '시민혁명'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대통령 퇴진이 촛불의 끝? 아니다. 시작이어야 한다. 촛불이 왜 국정을 농단하고 거짓말을 일삼은 대통령과 함께 사라져야 하나? 대통령은 사라져도 촛불은 계속 켜져야 한다.
단 한 달만에 일궈낸 엄청난 변혁
▲ 박근혜 하야도 스마트하게!지난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5차 범국민행동에서 한 시민들이 LED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촛불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던 무렵. 별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수만 명이 운집해 '박근혜 하야'를 외칠 땐 '촛불이 너무 앞서 간다'며 마뜩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수십만 개의 촛불이 함성을 지르자 그때서야 언론의 태도가 달라졌다. 정치권에서도 '하야'와 '퇴진'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촛불은 빠르게 번졌다. 수백만 개가 켜졌다. 미처 광장으로 나오지 못한 시민들까지 합하면 얼마나 될까? 11월 4주차 갤럽 주간 집계 대통령 지지율이 4%밖에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수천만 개에 달한다고 볼 수 있다. 수백만 개의 '광장 촛불'과 수천만 개의 '안방 촛불'은 청와대와 정치권, 언론, 국회 그리고 검찰이 어떤 길을 가야 옳은지 그 길을 밝혀주었다.
급기야 여당도 움직였다. 비박계는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자신들의 수장을 자신들 손으로 제거하겠다는 얘기다. 불과 얼마 전만해도 대통령의 오더에 물불 안 가리고 맹종했던 이들 아닌가. 촛불이 만들어낸 엄청난 변화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 한 달 만에 일궈낸 변혁이다. 시민의 자발적 에너지가 정치권과 언론은 물론 검찰까지 몽땅 견인하는 '혁명적 구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촛불에 거스르는 잔당이 일부 남아있긴 하다. 하지만 촛불 한두 개 끌 힘조차 그들에겐 없다.
촛불이 꺼진다면
▲ 굳은 표정의 이정현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지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이구동성으로 대통령이 물러나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탄핵안이 국회를 무사히 통과하고, 헌법재판소는 이를 인용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진 사퇴든, 탄핵이라는 강제력에 의해서든, 대통령이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 봐야 할 게 있다. 촛불 시민 스스로가 자신에게 던져봐야 할 자문이기도 하다. 언제까지 촛불을 켜야 할까?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대통령이 퇴진하면 촛불도 광장에서 나와야 하나?
이에 대한 답을 도출하려면 대통령이 물러 간 이후 상황을 고려해야만 한다. 대통령이 퇴진하면 곧이어 새누리당은 '분당' '헤쳐모여' 등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경우 129명의 여당의원들이 움직이게 된다. 살아남기 위한 목숨 건 날갯짓이 시작될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런데 정치권은 '정치적 실리'를 추종하는 관성을 지닌 집단이다. 실리 앞에서 민심은 항상 뒷전이었다. 촛불이 떠나면 어떨까. 뻔하다. 또다시 밀실의 어둠에 숨어 국민들의 기대와는 완연히 다른 판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손에 들어야만 촛불인 것은 아니다
▲ 지난 26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제5차 촛불집회가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리고있는 가운데 본행사가 끝난 후 행진을 시작하고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촛불을 따르는 척하는 검찰도 문제다. 당겼던 고무줄을 놓으면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처럼 시민들이 손에 든 촛불을 내려놓으면 검찰은 금세 '정치검찰'의 본색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재벌들도 마찬가지다. 틈만 나면 권력과 야합해 각종 이권에 개입해 온 재벌들 아닌가. 촛불이 잦아들면 권력과 재벌은 다시 유착관계로 회귀하지 않을까.
향후 어떤 정권이 무슨 흉측한 짓을 벌일지 모른다. 언론이 권력에 빌붙어 국민을 기만하거나, 국회의원이 특정세력과 손잡고 나쁜 짓을 할 수도 있다. 여당이 대통령의 거수기가 돼 국정을 농단할 수 있다.
촛불이 꺼지면 다시 세상은 촛불이 켜지기 전의 암울한 상태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촛불의 목표가 대통령 퇴진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촛불이 꺼지면 안 된다. 국민을 무시하는 권력자들과 기득권에게 나라를 맡길 순 없다. 시민들이 정국을 견인하고 있는 이 참에 '시민혁명'을 해내야 한다. 기회는 바로 지금이다.
혁명. 쉬울 수도 있다. '촛불혁명'이라면 그렇다. 손에 들어야만 촛불인 것은 아니다. 시민 각자의 눈과 귀 그리고 입이 촛불의 기능을 하면 된다. 저들이 무엇을 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고, 무슨 수작을 꾸미는지 귀를 세워 들어보고, 잘못 된 게 발견되면 모여서 한목소리로 외치면 된다.
촛불 계속 켜지면 이게 '시민혁명'
▲ "나홀로 대통령직 수행 말고 박근혜 당장 하야하라"'박근혜 즉각 퇴진 5차 범국민행동'에 참가한 시민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앞에 모여 촛불을 들어보이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촛불, 늘 켜져 있을 수 있을까? 가능할 수 있다. 촛불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런 얘기를 한다.
"그동안 정치에 너무 무심했어. 사실 뉴스를 멀리하고 드라마만 봐왔지. 정치? 그거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해서 외면해 왔거든. 그런데 이번에 '박근혜 게이트'를 보면서 분통이 터지더라고. 이젠 생각이 달라졌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지. 이젠 우리가 저들을 감시해야 돼."
'맞아! 딱 맞는 소리야!' 이렇게 추임새를 넣는 시민들도 많다. 국민 각자가 1년 열두 달 '꺼지지 않는 촛불'이 된다면 그게 바로 '시민혁명'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대통령 퇴진이 촛불의 끝? 아니다. 시작이어야 한다. 촛불이 왜 국정을 농단하고 거짓말을 일삼은 대통령과 함께 사라져야 하나? 대통령은 사라져도 촛불은 계속 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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